전국에서 경기도의 상황이 특히 절박한데 중앙정부와 경기도·경기도교육청·경기도의회 모두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당장 20일을 전후해 누리과정 지원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상당수 유치원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어린이와 학부모의 고충은 뒷전인 채 당리당략을 앞세우고 싸움만 벌이고 있다.
누리과정 논란의 불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보육 여건을 개선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높이기 위한 취지는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육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재원을) 책임지는 게 맞다. 아이 보육은 나라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낳으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 논란이 불거졌다.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줄곧 반발했다.
반면 중앙정부는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재정교부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위태위태하던 ‘시한폭탄’이 지난해 초 결국 터졌다. 각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1조5000억원의 지방채 발행과 5000억원의 우회 지원금을 마련해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정부 지원에 경기도교육청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991억원을 4∼5개월씩 나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갈등과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 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라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에 이재정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 의무지출경비 편성을 거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나아가 2016년도 누리과정 예산에서 어린이집 예산을 0원으로 하고 유치원비 4929억원만 편성했다.
이 교육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으로 책임 주체가 명확한 만큼 우리는 유치원에 대해서만 책임지겠다. 보육비는 복지부(중앙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치원 비용마저 삭감했다. 유치원도 누리과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14일 “누리과정 예산은 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결국 경기도 새해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2015년 12월 31일 밤 12시)을 넘겼고 1일부터 비상 상황에 해당하는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논란 와중에 남경필 지사가 지난해 12월 27일 도의회 양당 대표를 만나 “서로 폭탄 돌리기에 급급하지 말고 기편성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으로 6개월씩 나눠서 편성한 뒤 대책을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냈지만 먹히지 않았다. 결국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와 아이들,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게 됐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이미 시행 2년 차인 누리과정 정책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정치 공세이자 사회 갈등만 부추기는 만큼 책임 당사자들은 구체적 해법을 찾는 것이 먼저”라면서 “(정부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의 낭비를 줄여 누리과정 재원을 마련하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는 6일 성남시의 ‘청년배당·무상교복·무상공공산후조리원’ 등 3대 복지사업이 ‘사회보장기본법(26조)’ 위반이라고 판단해 재의 요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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