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27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19대 국회평가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입법, 정치, 경제, 노동 등 분야별 19대 국회 실패사(史)를 낱낱이 분석·기록함으로써 향후 4월에 출범할 제 20대 국회 바로세우기의 첫 장을 쓰겠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27일 열린 제2차 정치 분야 토론회에서는 입법, 행정부 견제, 예산심의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무소불위’ 정치패권을 행사한 19대 국회의 정치실패 4년 역사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비판이 오갔다.
패널로 나선 조우석 KBS 이사(미디어펜 주필)는 “입법기관을 사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만든 국회선진화법 뿐만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 개정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의회정치 효율화라는 1차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의무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반(反)헌법적이고 기만적인 국회는 국민이 ‘해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이사는 “국회가 세비를 포함해 본인들에 대한 보수 규정을 멋대로 정하는 것도 모자라 그 누구에게도 감시받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관행은 분명히 문제”라며 “국회해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면 도덕적 해이에 빠진 국회를 감시할 수 있는 제3의 국회 견제 기구를 만드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편집자주]
“현 19대 국회의원들에게는 선거운동만 앞에 있지 국민도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없다. 경제 대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한민국 앞으로 10년, 2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지, 청년 실업률은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없다. 19대 국회는 국민은 생각하지 않은 ‘나쁜 국회’이고, 정치적 책임(political accountability)을 다하지 않은 무책임한 국회였다는 평가가 어울리겠다.”
발제자의 이 결론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 100% 공감한다. 김인영 교수의 발제는 19대 국회의 무능과 실패에 대한 객관적 사실 제기에 충실한 평가였는데, 막판에 터져 나온 ‘나쁜 국회’ 단언에 속이 다 후련하다. 문제는 우리끼의 공감과 분노 표출에 그칠 것인가? 후속 논의를 위해 본 토론자는 그럼 과연 어떻게 하는 게 구체적인 대안일까를 모색해볼 생각이다.
이 짧은 글에서 하나,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물론 그 너머의 차원인 헌법과 국회법 개정 작업을 제안할 생각이다. 그게 의회정치의 효율화라고 하는 일차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보다 큰 목표인 소망스러운 의회민주정의 재활을 위한 큰 그림으로 담아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제1공화국의 우남 이승만의 탄식대로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의 태생적 한계 즉, 오랜 동안 국가 건설과 안보의 훼방꾼 노릇을 해왔던 국회를 재생시키는 정공법이다.
즉 이 나라 의회민주정이 재활되려면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산되도록, 그리고 행정수반이 자기의 판단에 따라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명문 규정을 담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 이 견해는 정치학자 양동안 교수가 제언한 바 있는데, 토론자도 같은 생각이라는 걸 상술할 생각이다. 그게 너무 큰 공사이어서 국민적 합의에 시간이 걸린다면 보다 쉬운 작업인 가칭 국회입법위원회 구성안도 기회에 제안하려 한다. 도적적 해이에 빠진 국회가 세비를 포함해 자기들에 대한 보수 규정을 멋대로 해온 ‘중이 자기 머리를 깎는’ 관행에 브레이크 걸기 위한 장치인 제3의 국회견제 기구를 만들 것을 검토해보자는 제안이다.
이제, 글의 시작이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말은 찬탄이 아니라 장탄식인데, 제2대 국회를 보고 이승만 대통령이 했던 개탄이다. 6·25전쟁의 와중에 야당이 다수인 국회가 정부 일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자 토해냈다. 그 비슷한 말을 40년 뒤인 김영삼이 반복할 걸 보면, 그게 국회의 체질임을 암시해준다. 입법독재 국회의 행태는 법안 가결률에서도 확인된다. 16대 62.9%, 17대 50.4%, 18대 44.4%로 낮아지더니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31.6%로 더 떨어져다. 여야 대치로 인해 151일간 법안을 1건도 처리하지 않은 일도 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물론 세비 삭감이니 특권 완화를 한다는 약속은 전혀 지키지 않았다. 부정과 비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하거나 수사를 받게 돼 자진 사퇴한 의원이 22명이나 된다.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틈만 나면 각종 수당과 세비를 올리려 하고, 보좌관 월급을 상납 받고, 자식들의 취직을 위해 갑질을 하고 압력을 넣고, 각종 특혜를 누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파렴치한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토론자의 판단에 국회란 집단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논리 비약의 혐의를 무릎 쓴 채 과감히 밝히자면, 그것이야말로 유가적(儒家的) 전통이다. 공리공담과 명분에 따라 움직이며 실사구시에 약한 성리학적 담론을 즐겨야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DNA’, ‘더러운 피’를 물려받은 집단이 두 곳이 있는데, 이 나라의 언론과 여의도국회가 그 곳이다. 그곳에서는 항상 쳇바퀴를 돌리며 허송세월하는 게 몸에 뱄다. 대한민국 건국과 부국의 역할은 언제나 행정부의 몫이 아니었던가? ‘일하는 행정부’대(對) ‘빈둥거리는 국회’의 구도가 역전된 게 87년 체제인데 이후‘국회 독재’가 가시화됐고, ‘고약한 DNA’, ‘더러운 피’ 때문에 한국사회에는 암운이 드리워져있다.
발제자가 밝힌대로 지금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심의권만으로도 대통령과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아니라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국무총리 임명 동의권에 더하여 장관 인사청문회로 대통령을 압박한다. 반면 대통령은 국회에 대하여 법안거부권 이외에는 국회 해산 등 효과적인 견제 도구를 가지지 못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 행정의 우위가 끝난 지 오래인 지금 국회가 정치적 패권을 행사하는 시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의회정치의 효율화라고 하는 일차 목표는 물론 보다 큰 목표인 의회민주정의 재활이 가능할까? 답은 자명하다. 여의도 정치의 ‘고약한 DNA’, ‘더러운 피’를 걷어내주면 된다.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또한 범법행위를 한 국회의원을 국회가 보호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폭력적 언동을 하는 의원은 엄중한 징계를 받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 등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조문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그런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게 정상이다. 국회 의회민주정이 재활되려면 다음 번 국회 때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산되도록, 그리고 행정수반이 자기의 판단에 따라 국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 이게 어디 쉬운 작업일 것인가? 다만 “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확인됐고, 한국사회가 지금 국가이성의 마비단계로 진입했다는 게 지식인사회의 합의인 상황에서 향후 시민사회의 활동을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가이성(reason of state)이란 국가가 국가이기 위하여, 그 틀을 유지·강화해가는 데 필요한 공리(公理)이자 행동법칙을 말하는 정치철학의 개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힘과 룰을 총칭하는데, 최근 10~20년 사이 크고 작은 정치사회적 위기 국면에서 이 국가이성 전체가 휘청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때 헌법기관을 포함한 공권력 등 주류사회는 거의 무력화되고, 여의도 국회는 ‘배반의 정치’에 몰두해왔다는 걸 우리 익히 경험했다.
헌법 개정과 별도로 국회법 개정에 대한 여론 확산도 필수다. 상식이지만 국회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타인에게 맡기거나 비윤리적 및 폭력적 언동을 할 경우 국회의원을 즉각 처벌할 수 있게 하고, 국회 내 발언과 관련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범법 국회의원을 회기 중엔 체포할 수 없게 만든 특권을 없애야 한다. 또 하나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배반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그게 가칭 국회입법위원회 구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회입법위원회가 다루는 사안은 국회의원의 급여, 정원, 행동윤리, 징계, 회의진행 등에 대한 법규으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다.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국회로 하여금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을 올바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극히 민주적인 조치이다. 양동안 교수는 지금의 구조를 “각종 스포츠 경기의 규칙을 선수들이 정하는” 불합리성으로 표현했는데, 국민입법위원회와 같은 창의적 장치를 도입은 지금 여건에서 언제라도 여론화가 가능한 일이라서 시민사회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안다. 현재의 정치판도에서는 개헌은 고사하고 국회법의 개정도 불가능하다. 국회법의 소위 ‘국회선진화’ 조항 때문에 운동권출신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야당 더민주의 결재 없이는, 모든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과제가 실천되려면 한국의 정치판이 거의 통째로 바꿔져야 한다. 국회를 국회의원들을 위한 기구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여의도에서 걷어내고, 국회를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기구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러한 정치판 바꾸기는 주권자인 국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주권자의 결단과 시민사회의 전략적 슬기로움이 기대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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