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기업 배 가른 면세점, 요우커 발길도 막았다" 전문가들 개탄

자유경제원 / 2016-02-25 / 조회: 5,869       미디어펜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평가와 향후 과제


I. 공공개혁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이루어야 한다. 첫째, 개혁의 목표가 단순·명확해야 한다. 둘째, 개혁의 시기와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 셋째, 개혁 지도자가 일관된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로 박근혜 정부 공공부분 개혁을 평가한다면 불행하게도 성공 조건과 실천이 모두 어긋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가운데 적어도 공공개혁은 집권 4년을 앞둔 현재까지는 성공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개혁 의지(will)와 성취(achievement)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대통령은 개혁 의지를 가지고 ‘공무원 연금개혁’과 ‘공기업 부채해결’을 실행하려 하였으나 결과는 가시적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공공부분 개혁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8월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다짐했다.1)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 재도약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공공부문 개혁입니다. 공공 부문은 우리 경제사회의 기본 인프라이자,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현실 인식) 방만한 경영과 낮은 생산성으로 비효율을 초래해 왔습니다.”


“... 공무원들의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매일 80억 원씩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던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서 (1) 향후 70년간 497조원의 국민세금을 절감하도록 하였습니다.”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개선해서 작년에는 공공부문 전체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러한 1단계 개혁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는 (2) 공공기관의 중복·과잉 기능을 핵심 업무 중심으로 통폐합해서 국민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정부예산 개혁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3) 국가보조금의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은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부정수급 등의 재정누수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서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 박근혜 정부는 내년의 대선 일정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은 20대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 출범과 함께 1년 남짓이다. 개혁을 실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진=미디어펜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필요성에 대한 현실 인식에서는 “지금까지 방만한 경영과 낮은 생산성으로 비효율을 초래해 왔습니다”로 비교적 정확하다. 결과는 “(1)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향후 70년간 497조원의 국민세금을 절감하도록 하였습니다. (2)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개선해서 작년에는 공공부문 전체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중복·과잉 기능을 핵심 업무 중심으로 통폐합해서 국민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3) 국가 보조금의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은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부정수급 등의 재정누수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서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아끼도록 하겠습니다.”의 언급에서 보듯이 가시적인 것은 “향후 70년간 497조원의 국민세금을 절감”, “공공부문 전체 수지 7년 만에 흑자 전환”, “재정누수 차단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아끼도록 하겠습니다”가 전부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연금개혁의 경우 대통령이 추진을 언급하고 1년 2개월이 걸린 개혁이 오래 걸린 문제에 더하여 타협의 내용은 개혁이라고 할 수 없는 내용이다. 현행 1.9%의 지급률을 향후 20년 간 단계적으로 1.7%까지 내리고, 현행 7%의 기여율은 5년 간 9%까지 인상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공무원연금 개선으로 생겨날 재정절감분의 20%를 공적연금 제도 개선에 투입하여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 올리는 합의를 법으로 만들어 재정절감 효과가 상실되었다. 아직 절약하지도 않은 돈을 예상하여 미리 쓸 곳을 정해두는 ‘김칫국부터 마시기’ 타협과 “향후 70년간의 절감”을 현 정부의 업적으로 언급하기는 무리다. 그리고 그것이 공공개혁의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의 개혁은 개혁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또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국정 최우선 과제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여 “공공부문 수지 흑자 전환”의 성과를 자랑했지만 실제의 결과는 초라할 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2012년 220%에서 2013년 217%로 증가 추세가 반전했으며, 2014년 202%로 더욱 낮아졌다”고 성과를 자랑하고 있으나 220%에서 217%로 줄인 것이 대단한 개혁인지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로 본다면 200%가 넘는 공공기관 부채는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준인데 이에 대한 자성이나 반성은 없다. 또 정부는 “부채 규모도 2013년 521조원에서 2014년 520조5000억원으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공공기관 재무상태가 괄목할 정도로 개선됐다”2)고 자랑하는데 1년 동안 521조원을 520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줄이는 것을 “괄목할 개선”으로 자랑하는데 이는 언어의 유희도 말장난도 아니고 이러한 공무원의 사고가 진정한 공공부문 개혁의 대상일 것이다.


공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한국가스공사는 2014년 93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자비용만 1조9천억원, 한국석유공사도 2146억원의 영업이익에 이자비용은 3천363억원, 대한석탄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투자한 알파돔시티 자산관리, 한국전력이 투자한 신평택발전은 완전 자본잠식의 상태”이다.3)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 방만 경영, 부패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이번 정부에서는 사업을 축소하였기에 적자가 적어진 것뿐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찔끔 부채 줄이는 노력이 아니라 부처 통폐합, 공무원 인원 감축, 민영화 등 미래를 위한 확실한 제도 개선을 바라고 있는데 근본적인 개혁은 손도 대지 않은 스스로 대단한 성과로 자부하는 자찬 개혁이라고 하기 충분하다.


   
▲ 국회가 노사정합의에 결정을 맡기고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결과는 ‘실기한 노동개혁’이고 ‘실패한 노동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는 노사관계를 노정관계로 만들어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간 공동 당사자가 됐다./사진=미디어펜


그러면 박근혜 정부 공공개혁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첫째, 박근혜 정부 공공개혁의 목표는 단순하지 않고 다변적이고 명확하지 않았다. 크게 보면 연금개혁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 공무원 부패 척결, 중복사업 조정을 통한 효율성 강화, 투명한 정부, 내부 의사결정 구조개선을 통한 업무 효율성 확보 등 지나치게 나열식의 공공개혁을 추진하였다. 예를 들어 공공개혁 담당 부처인 기회재정부의 홈피에는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 (2단계)”로 되어 2015년 기반과제로 “정보공개, 부채감축, 방만경영, 비정상 관행 개선”을 ‘정상화과제 제도화’로 추진하고 2015년 중점과제로 “2015년 중점 기능점검, 기능점검 제도화, 신설·출자기관 관리강화”를 ‘핵심업무중심으로 기능재편’ 목표로 “성과연봉, 중기 성과급, 인력운영 효율성, 경영평가 개선, 투자활성화”를 ‘성과중심의 운영체계 정착’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4) 선택과 집중이 되지 않아 제대로 된 개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공공기관 개혁은 그 첫 번째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민영화’를 통해 정부의 규모를 줄여 민간의 창의성으로 경제에 활력을 주며 적자를 해소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정부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라는 큰 정부라는 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큰 정부’, 국민의 안전과 복지와 교육과 관련한 전능한 정부, 무엇이든 가능한 정부를 지향했지만 도리어 ‘세월호 사건’으로 보듯이 국민의 안전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정부로 낙인찍혔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정권 초기 광우병 촛불 시위의 여파로 계획했던 공공기관 민영화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접는 등 그 동안 어느 정권에서도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적이 없기에 특히 은행과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는 목표도 명확하고 효과도 클 것이었지만 큰 정부를 지향하며 민영화도 기구 축소나 인원 감축도 없었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기능 조정을 목표로 한다지만 기구가 존속하고 인원이 줄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능의 발굴로 규제는 늘 것이고, 비효율은 지속되고, 예산 낭비는 계속될 것임에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정부규모를 늘려만 가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강화와는 반대로 시간제 공무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소방과 경잘 관련 공무원을 대거 증대시키는 공무원과 부서 늘리기 정책을 꾸준히 시행했다. 또 막대한 자금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지출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도리어 2% 중반 경제성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왔고 최근에는 국회 의원입법을 통해 공공기관 신설 및 임의단체의 법정단체화가 늘어나고 있다.


   
▲ 표 1. 공공기관 지정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5)


둘째, 공공개혁의 순서가 잘못되었다. ‘2015년 전세계 경제자유 보고서’(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15 Annual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자유 지수는 10점 만점에 7.38점으로 세계 157개국 가운데 39위를 기록했다. 2014년도 32위에서 39위로 7계단이나 후퇴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2010년 7.47점으로 30위, 2012년 7.46점으로 32위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정부규모(63위), 재산권 보호(47위), 무역자유(75위)로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고, 특히 시장규제(95위)인데 세부항목 가운데 노동규제 부문이 143위로 최하위권이었다.6)


따라서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에 과감하게 노동규제 완화를 통하여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그 여세를 몰아 공공개혁, 금융개혁, 교육개혁을 성공시켜야 했었다. 노동개혁이 성공하고 나면 연계된 공공부문의 공무원 노조, 금융부문의 금융노조, 교육부문의 전교조 등 강성 이익집단을 대상으로 한 개혁 대결이 훨씬 쉽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언급한지 1년 2개월 만에 그리고 (국회선진화법 때문이기는 하지만) 국회를 통과하는데 7개월이 걸리는 공무원 연금개혁은 노동개혁 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모두 동일한 선상에 두고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처리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개혁의 정당성과 모멘텀을 확보했어야할 공무원 연금개혁을 법안 제출 7개월 만에 그리고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공무원염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이후 5개월 만에 통과시켰다. 그리고 내용의 측면에서 공무원 정년연장만 해주고 얻은 것이 없는 시도만 개혁, 무늬만 개혁, 미완의 개혁이었다. 세간에는 그리스 공무원에 의한 재정파탄을 대한민국으로 바꾸면 된다는 비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후 진행된 노동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9월 노사정 대표들에게 개혁을 주문한지 1년 만에 노사정합의를 만들어 왔고 그나마 합의하기로 한 9·15 합의는 4개월만에 한국노총이 파기를 선언함으로써 없던 개혁, 원점으로 돌아온 개혁이 되었다. 


공무원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해서 보건데 엘리트들 간의 사회적 합의의 전통이 일천한 한국 사회에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또는 합의민주주의(consociationall democracy) 또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개혁 방식을 무리하게 도입한 결과였다. 사회적 합의는 위기를 인식한 엘리트들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단기간에 타협에 임하는 것인데 우리의 사회적 합의는 1년씩이나 걸리고 오랜 시간을 두고 합의한 것을 일시에 파기해 버리는 좋지 않은 관행이 계속된 것이다. 결국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합의하는 것은 합의의 전통이 오래되고 합의하지 않는다면 모두 공멸이라는 선진화된 의식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이 성공한 부분도 있다. 여느 정권과 달리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결정이었다. 천문학적 규모의 공공기관 부채를 더 늘리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셋째, 낙하산 인사의 지속에서 보듯이 공공개혁의 실행자가 조직 정상화에 어긋나는 모범을 보여 공공기관 개혁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개혁은 그 첫 번째가 낙하산 인사의 근절인데 박근혜 정부에도 낙하산 인사가 드러나게 계속 되었으니 공공기관 개혁을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


대통령은 스스로 낙하산 인사와 ‘관(官)피아’의 근절을 통해 공공부문 개혁, 즉 ‘공공기관 정상화’를 시작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계속된 낙하산 잔치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2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임명된 낙하산 인사가 전체 임명자 928명 가운데 22%인 204명으로 알아서 정리하여 청와대에 임명을 요청한 숫자를 고려한다면 5명 중의 1명이 아니라 3명 중의 1명 또는 2명 중의 1명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공기업의 경우 295명 가운데 89명이 낙하산으로 투입되었는데 이는 30%에 해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기관 297 기관 가운데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임명된 230명 가운데 94명 즉 41%가 낙하산 인사였다. 이는 물론 대선 기여에 대한 보답성 인사이므로 대선캠프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대선공약 형성구조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나 낙하산 인사는 최고 통치자의 의지에 속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공공부문 개혁은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떤 이유이든 부채를 증가시키는 공공개혁은 개혁이 아니고 개악(改惡)이다. 낙하산인사는 임명권자와 정권의 듯에 따라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공공기관 채무의 증가는 박근혜 정부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이명박 정부, 더 멀리 올라가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도 해당된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무분별, 무책임, 무능한 사업 추진으로 투자에 실패하고 거대한 부채를 발생시킨 것은 대표적인 예다. 해외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임기 중 성과나 체결에 의미를 두지 말고 진정 장기투자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2016년 대선 일정을 고려한다면 개혁 마지막 해인데 공공기관 개혁의 미완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새로이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천문학적인 부실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지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공기업과 은행의 대대적인 민영화를 개혁의 목표로 삼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개혁의 길로 보인다. 비대한 정부 규모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며, 또 민영화로 민간 경기에 활력을 가져온다면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개혁이 될 것이다.


II. 노동개혁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의 경우 노사정위원회 가동으로 사회적 비용과 불신만 증대시켰다.7) 정부와 국회는 노사관계의 원칙을 국회 밖의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통해 진행하도록 강제했다. 노사관계의 원칙을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노동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여 망치는 중대한 문제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를 사회적 합의 기구의 합의가 구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 또 사회적합의 기구의 합의를 기다리느라 시간과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증대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유럽 일부 국가들의 노사정위원회를 이용한 노동문제 해결은 사용자대표-노조대표-정부대표 사이에 신뢰가 존재하고 사회적 합의의 전통이 자리 잡고 있을 때 작동 가능한 제도이다. 한국사회와 같이 사회적 합의의 전통이 일천하고 사용자-노조-정부 사이에 불신이 높은 사회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개혁은 노사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는 통로를 만들어줄 뿐이고, 또 노-사-정 일방의 합의 파기에 대한 처벌 메카니즘(the mechanism of punishment)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근본적으로 조합주의(Neo-Corporatism)에 근거한 노사정위원회의 활동과 그 결과물인 노사정 타협은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의 원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합주의는 “사적(私的) 집단에 의한 공공정책의 결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국민의 대의 기관이자 국민 대표로서 합의를 이루는 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다.8) 물론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은 관련법에 기초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 를 도모하는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의한 ‘국민적 합의’를 선행하게 되고 결국 국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9)


   
▲ 노동개혁 실패의 근본 원인은 국회의 환경노동위 야당 국회의원들이 노동관계법의 처리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사정 합의를 요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를 수행한데 있다./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헌법기관인 국회가 ‘국민적 합의’ 도출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거나 그에 따라 입법을 수행한다면 국민의 대의 기관이자 국정 논의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노총이 9·15노사정합의를 ‘파탄’(실제로는 파기)해버리는 경우처럼 ‘사회적 합의기구’는 합의 기구일 뿐, 책임을 지는 기구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 결과를 기다리느라 그리고 노조단체(한국노총노)이 파기해버린 노사정 합의를 되살리느라 노동개혁을 실기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의 원인은 정부와 국회 모두에 있다.10)


왜냐하면 노사문제를 노-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 만든 것,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 것 모두 정부와 국회, 특히 노동부와 환경노동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관련 의원들은 자신들의 노총활동 경력내지는 노총의 후원에 경제적으로 의존해 있기 때문에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며 국회 내 법안 협의의 조건으로 노사정합의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꾸준히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러한 과정으로 노조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개입하게 되었고, 또 노사정위원회가 노사문제의 공적 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노동개혁 실패의 근본 원인은 국회의 환경노동위 야당 국회의원들이 노동관계법의 처리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사정 합의를 요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를 수행한데 있다. 이렇게 국회가 노사정합의에 결정을 맡기고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결과는 ‘실기한 노동개혁’이고 ‘실패한 노동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는 노사관계를 노정관계로 만들어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고 간 공동 당사자가 된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국회는 코포라티스트적 이익 수집의 추진으로 사회적 비용을 키웠고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신뢰 약화로 정부정책 수행 능력의 저하와 정치비용의 과소비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11)


III. 2년 후 4대 개혁 마무리를 기대하며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이 성공한 부분도 있다. 첫째, 여느 정권과 달리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결정이었다. 천문학적 규모의 공공기관 부채를 더 늘리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 후반기인 4년 차에도 착실히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시 사항과 공약을 끝가지 챙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오늘이 꼭 3년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오늘부터 꼭 2년이 남았다는데 내년의 대선 일정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은 20대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의 출범과 함께 1년 남짓으로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개혁을 실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개혁의 방식과 내용을 개혁의 대상이 개혁에 참가하는 사회적 합의에 맡기는 방법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외부 민간자문 그룹에게 자문을 받아 – 정부가 가동하고 있는 수많은 위원회도 좋음 - 정부안을 마련하여 대국민 설득과 소통으로 4대 개혁을 제대로 뚝심 있게 ‘끝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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