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로들 사이에선 국회에 국민을 위한 정책이 실종되고, 무의미한 당파 싸움만 남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19대 국회의 세계관, 역사관, 국가관에 대한 지적도 들린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9일 서울 마포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4.13총선과 새로운 시대정신'의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선 대한민국 지성계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19대 국회의 정책과 사상을 총망라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前조선일보 주필)은 19대 국회에서 보인 여·야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한편, 국회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대한민국의 시급한 문제점에 대해 제언했다.
류 고문은 "여당은 철학의 빈곤상태에 있다"며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에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말도 안 되는 괴담이 돌았지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에 대해서는 "완전히 운동권에 먹혔다"며 "대한민국 자체를 태어나선 안 될 나라, 친일파 민족 반역자가 만든 미 제국주의 식민지로 매도하고, 새로운 체제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계관과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류 고문은 4.13총선이 치러진 후 20대 국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사안으로 '북한 핵 대응'과 '새로운 경제 창출'을 꼽았다.
류 고문은 "북핵 실전 배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핵 대응 태세가 없다"며 "대통령도 여야 대표도 아무런 대응 준비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으로 나가선 안 된다"며 "이재명, 박원순 시장이 청년들에게 공짜 돈을 주는 것은 국민 세금을 가지고 인심 좋은 척 퍼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 부족'이라는 결점도 있지만 경제 활성화법, 노동개혁법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류 고문은 이처럼 시급한 문제점을 두고도 4.13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정쟁을 통해 '누가 더 나쁜가'에만 혈안이 돼 있는 현 시국을 질책한 뒤, "지금은 북한의 전체주의와 무상 보편적 복지에 대해 적극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는 '경제'를 키워드로 19대 국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김영봉 교수는 "4.13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복지 포퓰리즘 심판"이라며 "정치권은 시대정신 없이 복지 포퓰리즘 경쟁에만 몰두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막장 수단'이며 한 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꾸짖었다. '청년 수당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19~29세 구직활동 중인 청년에게 청년 수당의 일환으로 최장 6개월간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 소재지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12만 5000원씩 연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제도를 시행해, '복지 포퓰리즘의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복지 포퓰리즘은 마약과도 똑같아서 길들여지다 보면 결국 자기 능력이나 노력보다 정치인들에게 의존하게 된다"며 "아르헨티나나 그리스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1981년 유럽연합(EU)가입 당시 경제 우등국이었지만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 당의 주도로 복지 포퓰리즘이 시작된 후 경제 쇠퇴의 길을 걸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복지를 국가 책임으로 넘기면 다음은 청년들이 다 갚아야 한다"며 "우리 시대 정신은 복지 증대가 아닌 고용 일자리 창출"이라고 주장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이날 현재의 시대정신이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특별히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동안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인 분야가 정치 분야"라며 "국민 위해 물·불 안 가린다고 하던 사람들이 막상 당선되면 국민과 국가 이익을 외면하고 자기들의 당파적 이익을 챙기는 일만 한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국가로부터 많은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정계 독과점 현상'으로 인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 할 까닭이 없어진다"면서 한국이 인구대비 국회의원 수가 많고 보수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우리니라는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미국보다 3.3배, 일본보다 1.6배, 멕시코보다는 1.4배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받는 금액은 연간 약7억 2백만원(세비 1억 4 천 700만원, 의원실 경비 5억 5천 5백만원)으로, 1인당 GDP를 고려하면 오히려 미국과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정책 경쟁을 하다 오히려 색깔이 같아져 버린 것을 봤다"며 "정치의 계절이 오는데 비전과 리더십을 겸비한 정치가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박동운 교수는 싱가포르의 리콴유, 대한민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 영국의 마거릿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등 다섯 명의 정치가를 통해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정치가는 어떤 사람 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싱가폴 리콴유를 부패와의 전쟁 선포, 법과 원칙의 확립, 인재 양성 등 오로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소개했다.
또한 국가에 대한 비전으로 '수출만이 살길이다! 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팔아라'라고 외치며 가난한 시기에 국가 비전을 제시한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을 호평하기도 했다.
아울러 덩샤오핑이 적극적인 대외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을 경제 대국으로 이끈 사례를 설명하고, 작은 정부를 만들어 경제 상태를 호조로 돌리며 '대처리즘'을 만든 영국 마거릿 대처와 '레이건 노믹스'를 만든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본보기로 제시했다.
소설가 복거일은 "국회 선진화법은 헌법 재판소 판결과 관계없이 폐기돼야 한다"며 "19대 국회가 유난히 문제가 많았던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몸싸움을 막으려 의결에 필요한 비율을 단순 과반수 이상으로 높이면서 의사결정 비용만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복거일은 "민중주의는 어느 사회에서나 인기가 높은데 반해 우리 사회의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려는 노력은 적은 보답으로 돌아온다"면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지식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 "4.13총선은 선진국으로 가기 전 대한민국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라며 "총선에서 제대로 선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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