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지원한 A 씨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새긴 문신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경찰공무원 신체기준 중 ‘용모가 추악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용모에 의한 차별행위’라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청은 거부했다.
조폭의 ‘위세’를 상징하던 문신이 최근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젊은층 사이에서 일종의 패션처럼 번지면서 이처럼 문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기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여전히 문신을 한 사람들에게 차별과 처벌이 가해지고 있기도 하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신을 한 조폭들이 대중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별다른 위협적 행위를 하지 않아도 처벌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신이 더 이상 조폭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에서 국가가 ‘내 몸에 대한 권리까지’ 간섭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자유주의 사법포럼 세미나 ‘경범죄처벌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의 발제자로 나선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는 “불쾌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법으로 규정할 수 있나”라며 문신을 불안감 조성행위로 규정한 경범죄처벌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군 입대과정에서도 문신을 두고 자기결정권을 지키려는 개인과 국가의 힘겨루기는 계속된다.
뿐만 아니라 ‘훈련소 조교병’, ‘특전병’ 같은 육군 전문특기병 선발에서도 병무청은 ‘외관상 식별이 가능한 곳(얼굴, 팔, 어깨, 손, 다리 등)에 문신이 있거나 문신의 길이가 5㎝인 사람’은 지원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규율하려면 그로 인한 피해가 뚜렷해야 한다”며 “문신의 경우 피해여부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문신에 대한 지금의 규제도 풀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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