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암 금융부장] ##19년차 은행원 김영재씨(가명.46세)는 요즘 울적하다. 은행실적 악화로 ‘연봉 1억원’의 삶을 언제까지 유지할 지 불안해서다. 핀테크 모바일뱅킹 등으로 영업점을 잇따라 폐쇄했다는 소식도 천근만근 무겁다.
예년만 못하지만 은행원은 아직 선망의 대상이다. 김영재씨처럼 중산층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이다. 문제는 국내은행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이다. 이를 잘 알기에 김씨의 걱정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국내은행의 생산성은 제조업과 달리 역주행중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합한 2013년 생산성 지표는 1.70으로, 22년전인 1991년(1.73)보다 낮았다. 성장기업을 발굴,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총생산(GDP)대비 은행산업의 부가가치도 1990년대 초반수준인 2%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1%)보다는 높지만 금융산업의 GDP 기여도는 20년전으로 퇴보한 셈이다.
국내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몇년째 하락세다. 2011년 8.40%에서 지난해 2.14%로 낮아졌다. 당기순이익 규모도 같은 기간 11.8조원에서 3.5조원으로 8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은행 등 금융산업은 여전히 높은 임금상승률을 자랑한다. 산업 전체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금융업의 임금수준은 129%(2006년)에서 139%(2014년)으로 더 높아졌다. 이 결과 한국(2.03배)의 1인당 GDP대비 금융산업임금은 미국(1.01배) 일본(1.46배) 영국(1.83배)보다 높다. 한마디로 생산성과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은 채 임금만 올라갔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금융산업 종사자들도 생산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감한 변신을 요구받는다.
금융당국은 2단계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성과주의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에 호봉제 폐지와 연봉차등제 도입 등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금융권에 만연한 보신주의와 무사안일 문화를 개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방식이다. 의도가 선하다고 과정이나 결과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수혈방식은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한다. 주주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시중은행에 대해 “임금을 올려라, 호봉제를 폐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으로 비춰진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넘어 수익성 규제까지 강요하는 것은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다.
금융당국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관치금융’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금융산업노조와 척을 지는 자유경제원 등 시장주의자들도 금융당국 간섭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도 새로운 변수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개적인 압박은 득보다 실이 많다.
금융노조도 성과주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곤란하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 내부경쟁력을 키우자는 흐름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제조업은 이를 도입한 지 오래다. 이를 외면할 경우 납세자의 희생을 담보로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금융산업은 아프리카 국가와 경쟁력을 비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혼 1순위’라는 은행원들의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라도 성과주의는 불가피하다.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과거같은 고임금과 정년보장을 기대할 수 없다. 김영재씨가 정년까지 은행을 다니기 위해서라도 성과주의라는 자양분을 듬뿍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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