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태양아래` 만스키 감독이 본 북한은…"인간에 대한 범죄"(종합)

자유경제원 / 2016-04-25 / 조회: 6,613       연합뉴스

세 소녀 진미와 1년간 생활…북한 주민의 삶 다큐 제작
"남한, 자신의 동족에 대한 이해와 연민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북한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오는 27일 '태양 아래'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만스키 감독은 25일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태양 아래'의 제작 과정과 북한에서 살았던 소회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태양 아래'는 만스키 감독이 평양에 사는 8세 소녀 '진미'와 함께 1년간 생활하며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1963년생인 만스키 감독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러시아의 과거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영화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촬영은 쉽지 않았다. 촬영 대상을 섭외하는 과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북한 측이 촬영이 가능한 소녀 5명을 소개하며 10분 안에 고르도록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인터뷰할 수 없어서 부모의 직업만 물어보고 이른바 '그림'이 재미있게 나올 것 같은 진미를 선택했다. 그의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이었다. 식당에서 촬영하면 흥미로운 장면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감독은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였다. 북한 당국은 대본을 주며 다큐를 '연출'하려고 했다.

만스키 감독도 이에 따라 제작의 방향성을 바꿨다. 북한의 연출 시도 자체를 카메라에 담아 이 다큐 전체가 북한 당국에 의한 거대한 '사기극'임을 폭로하려 한 것.

영화는 초반부 평양 전경을 배경으로 한 자막에서 "북한 측이 이 영화의 대본을 줬다. 하루 종일 수행원이 따라다녔고 그들이 영화 촬영장소를 선정하고 우리가 찍은 화면을 검열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의 완벽한 한 가정의 삶을 표현하는 데 우리가 실수하지 않기 위한 조처였다"고 비꼰다.

영화 시작 후 20분께 나오는 진미네 가족의 아침 식사 장면에서는 북한 당국의 '조작'이 처음으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두고 진미 아버지는 때아닌 김치 찬양을 한다. "김치 200g과 국물 70㎖를 먹으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 절반을 섭취할 수 있어."

그러다 화면 한구석에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등장한다. 북한 측 연출부 관계자다.

다음 장면에서는 안경 낀 북한 측 인사가 "집에서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라며 '디렉팅'까지 한다.

영화에서 진미의 아버지는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콩우유 공장 노동자로 둔갑한다.

진미의 부모가 일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 역시 북한 당국의 섬세한 '손길'이 개입한다. 효율적인 작업공정 개선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북한 측의 현장 통제와 검열 속에서 만스키 감독은 어떻게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었을까.

그는 "북한 측 수행원들이 현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만스키 감독 촬영팀이 현장에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북한 측 인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작동시켜두거나 한 촬영감독이 주위의 시선을 끌며 촬영하면 나머지 촬영감독이 몰래 북한 측 인사들을 찍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 측의 '조작' 행위를 담은 장면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으며 북한 측에는 촬영 분량의 30∼40%만 제출해 검열을 피했다고 그는 전했다.

만스키 감독은 촬영 화면을 북한 밖으로 어떻게 빼돌렸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그는 "반출 과정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며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인가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사본 하나를 북한에 숨겨뒀는데 아직도 숨겨둔 장소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발각되면 추방될 수 있는 이런 위험한 일을 왜 했을까.

"제 직업, 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죠."

그는 단순·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또 만약에 누군가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 그 사실 자체가 사람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준다"고도 했다.

만스키 감독은 1년간 살아 본 북한에 대해 "현존하는 어느 국가와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체제의 나라라며 "북한에서 스탈린이 아직 죽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미네 가족과 생활하면서 그들과 한마디도 대화한 적이 없는 점을 전하면서 "하다 못해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람이 오랫동안 옆에 있는데도 어떤 질문도 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가 북한에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스키 감독은 남한의 국민에게 "자신의 동족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갖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만스키 감독은 이날 오후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자유경제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 시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10분가량으로 편집된 영화가 상영된 후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조망하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북한에 일어나는 실상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저만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는 어떤 민족이나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상실된 나라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들이 사는 것에 저는 큰 연민과 아픔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그는 "북한에서 체제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북한이 감염된 '병'을 치유하려면 수십년이 필요하다"며 "남한은 북한이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데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소설가 복거일, 이근미, 전희경 20대 국회의원 당선인 등 패널 6명이 영화 관람 소감을 밝히고 북한의 현실과 인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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