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좋아하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 가운데 하나가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조합에게 이사 선임권을 주고,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발언권과 의결권 모두 다른 이사와 같기 때문에 사실상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의미한다. 독일, 스웨덴에서는 이미 시행되는 제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산하 기관과 공기업에 노동 이사제를 도입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6일 '공공개혁 역행하는 노동이사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노동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올바른 노동 정책과 공공개혁을 촉구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노동개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오히려 고용의 경직성을 높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지하철 공사 통합 과정에서 도입한다는 노동이사제"라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기업 이사회에 노동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노조가 이사회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이는 기업경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노동 문화를 더욱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더욱이 서울시가 노조의 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잘못된 일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목적은 임금 협상 등 근로자 처우 개선에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노조의 이사회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의사 결정을 위협하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주주 자본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해관계 자본주의’에 해당하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실험"이라며 "서울시는 기업의 경영 원리를 거스르는 노동이사제 같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또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노조에게 이사회 참여라는 특혜를 더해준다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 등으로 대변되는 독일의 기업 공동의사 결정제도는 독일 사회 내에서도 제도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제도'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상희 교수는 "노동이사제는 2차 대전 이후 독일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으로서 노조의 요구인 경영협의회에 대한 노사의 이해가 일치했던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 현존하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실과 세력 관계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황폐화된 경제 상황에서 석탄, 광업, 철강 기업 경영진들이 나서서 노조에 경영 참여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은 경영진들이 모인 이사회와 노조가 지배하는 이사회라는 이중 지배구조 때문에 의사 결정이 매우 느리고, 사고가 터지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등의 문제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상희 교수는 "독일식 노동이사제를 공기업에 도입하는 것은 근래 정착된 공공기관 노사담합 개선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최근 구조조정 없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서울시 측이 담보해 주면서, 서울지하철 통합 논의가 양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고려해 보면 노사 간의 공고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 독일식 노동이사제 도입 시 운용에서의 혼선이 충분히 예견된다"고 비판했다.
이상희 교수는 "서울시는 노동이사제 등 독일식 공동결정제도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노사 관계, 자본시장, 기업의 실태,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핵심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노동이사제'를 정치적 퍼포먼스로 활용하려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위험을 떠넘기고 멋대로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며 서울시 측의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경제원 측은 이날 토론회에서 '통합 지하철 공사'에서의 노동이사제 문제만을 거론했다. 현재 서울시는 통합 지하철 공사를 시작으로, 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전반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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