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한다고 선언해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시 투자·출연기관에 적용하되 추후 민간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용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 설명회를 갖고 서울시가 도입을 추진하는 근로자 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근로자 이사제는 노동조합의 대표 혹은 종업원 대표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산업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현재 유럽 18개국에서 시행중인데 법률에 의해 강제되는 예가 많다. 미국의 경우도 1980년 크라이슬러 자동차 이사회에 노조위원장이 포함돼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산업민주주의, 흔히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되지만 창업주를 시발점으로 하는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이기도 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의 경영권 참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서울시의 방침에 일찌감치 반발하고 있다.
당장 자유경제원이 지난 26일 개최한 노동정책세미나에서 서울시의 근로자 이사제 도입 방침을 성토했다.
당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발표에서 "기업 이사회에 노동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사가 포함되는 것은 기업경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노동문화를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부원장은 "노조 설립 목적은 근로자 임금 등 처우 개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 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강제하는 건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위협하는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발표에 나선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역시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 등으로 대변되는 독일 공동결정제도는 독일 사회내에서도 제도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다"며 "해당 제도는 2차대전 후 독일의 생존 선택지로서 노조의 요구인 경영협의회에 대해 노사 이해가 일치했다는 역사적 산물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양대 공사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서 제기된 '노동이사제' 도입이 공공개혁에 반한다는 의견도 모았다.
박 시장은 이같은 반발을 예견한듯 근로자 이사제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과거 기업경영 투명성과 노사협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고 상호불신, 경제성장 동력 상실에 도달했다"며 "우리의 기업과 경영,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사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재벌가의 잘못된 경영과 갑질행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시 투자·출연 기관에서 한차례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노사의 협력과 신뢰를 가져가면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열정을 바쳐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에 몰두하게 되면 그것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지금의 경영자들의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의 이사회 참여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낙관했다.
다만 서울시가 근로자 이사제를 당장 우리사회에 전면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는 현실은 인정했다.
박 시장은 노사상생·협력관계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노사합의가 이뤄진 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제를 우선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후 민간기업 확산여부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어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노사가 한 자리에서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시행하겠다"며 "5월초 깊이 있게 다시 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도 "노동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편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이라고 하면 경쟁력에 해가 된다든지 과격, 이런 걸 상상하는 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노동자가 아닌가. 나도 노동자"라는 말로 근로자 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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