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하며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노동조합에서 파견된 이사는 근로자의 이익을 위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18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재계의 반발이 예상돼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실제로 이뤄질 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기업 경영·경제 대한 새로운 전환 필요"
박 시장은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계속 주장해왔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해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추진 과정에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 했다.
당시 서울시는 통합공사에 근로자이사제를 적용한 뒤 장·단점을 비교해 서울시 산하 19개 기관에 확대‧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통합공사에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통합을 위한 잠정합의안에도 명시돼 있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통합공사에서 '근로자이사'는 2명이 된다.
하지만 양공사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근로자이사제도 도입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양공사 노조 중 서울메트로 1노조와 2노조가 찬·반 투표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양공사는 통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박 시장은 지난 27일 기자설명회에서 "노사 간 갈라진 틈 어떻게 매울 수 있겠나"며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면 파업을 예방할 수 있고 시민불편이 감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입장에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지적에는 "투명경영과 노사협력이 제대로 안 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서로 믿지 않게 됐다"며 "기업 경영과 경제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제 성장 동력이 식어가는 사회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노사협력으로 인해 노사 간 신뢰가 쌓이고 근로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면 시민을 위한 서비스에 몰두하게 된다"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도 근로자이사제 도입과 확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혼자서만 주장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며 "근로자이사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는 자리를 곧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우선 토론회·공청회 등을 열고 시민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정립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이후 올해 10월부터 노사합의가 이뤄진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 "근로자이사제 기업 의사결정 체계 위협하는 '월권행위'"
서울시에서 근로자이사제가 시작돼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기업은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근로자이사제를 반대하는 측은 근로자가 기업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서울시가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는 노동개혁이 표류하는 과정에서 노동분야의 경직성을 높이는 역행현상의 대표적인 예"라며 "이는 기업경영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최 부원장은 근로자이사제를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위협하는 '월권행위'로 보고 있다.
그는 "노동조합에 이사회 참여라는 특혜가 더해진다면 기업경영의 효율성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서울시는 기업의 경영원리에 위배되는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규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부 교수는 "서울시가 도입을 추진하는 근로자이사제는 현존하는 노사관계, 자본시장기업의 실태,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되는 상태"라며 "핵심적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로자이사제를 정치적 퍼포먼스로 이용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위험을 안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근로자이사제는 비효율성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채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근로자이사제 시행 중인 스웨덴
근로자이사회는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덴마크, 네덜란드 등 18개 유럽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1951년 독일에서 시작돼 퍼져 나갔다. 근로자이사회를 시행 중인 국가의 예로 스웨덴을 들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직원 25명 이상의 회사라면 근로자이사를 둬야 한다. 근로자이사는 보통 2~3명으로 이사진의 3분의1 수준이다.
스웨덴의 근로자이사는 회사 주주를 대표하는 일반 이사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다만 단체교섭·단체행동 등 회사와 노조의 이해관계 충돌이 명백한 사안에 대한 논의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거부권이 없고 다수결을 통한 의사결정을 따라야한다.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2011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독일의 근로자이사제가 높게 평가됐다. 포럼에서는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독일의 위기 완화와 성공요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이상희 교수는 "근로자이사제 등으로 대변되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독일 사회 내부에서도 제도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근로자이사제에 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노동포럼'에서 박 시장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 기업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우려하며 반대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근로자이사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8일 진행한 페이스북 생방송 '원순씨의 X파일'에서도 "근로자이사제는 노동자들이 대표성을 가지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전경련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독일 같은 경우도 노사간 평화가 생겼다"고 전하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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