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명 '좀비기업'을 구조조정하는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좀비 공공기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3일 오전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증가하는 한국의 공공부문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가 시장의 흐름과 기업에 맡겨야 할 부문까지 간섭하면서 공공 부문이 비대화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맡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공부문개혁을 4대 개혁의 하나로 추진했지만 오히려 정부가 담당하는 공공 부문이 더 많아졌다고 지적하고 문제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이석 소장은 "현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공공부문 부채의 급증"이라며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2016년 4월 19일 기준 국가채무는 610조 838억여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이석 소장은 "이는 정부보증부채, 금융공기업부채, 공무원·군인연금 등 정부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부채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를 더한 광의의 부채는 1,600조 원을 넘어선다"고 우려했다.
김이석 소장은 공공 부문의 무분별한 확장이 갖는 근본적 딜레마는 시장질서가 통하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재화·서비스가 더 좋은 가격을 받는다'라고 생각하지만 공공부문에서는 이런 시장질서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괴된 아이 구조를 실패한 경찰에 예산을 늘려 안전에 신경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범인을 잡는데 실패할 수록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게 함으로 실패를 유발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이석 소장은 "근본적 대안은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자유경쟁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 유지는 세금 증대가 아닌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서 복지를 더 하겠다는 경쟁이 벌어지는 한 근본적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 자체를 바꾸는 노력, 정치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확장이 민간기업 분야 침해로 이어져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신 연구위원은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공무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공공단체의 기능, 예산, 인원 등이 늘어나는 것으로, 결국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신 연구위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수는 2010년 284개에서 2016년 현재 323개까지 증가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1970년대에는 지방공기업이 7개였지만 1990년대 중반 131개, 2000년대에는 14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는 "민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골프장, 요트장 숙박 시설, 온천까지 공공부문에 포함돼 있는 실정"이라며 "공기업의 사업 영역이 확장될수록 민간 영역이 침해를 받는다"면서 "공기업을 민간에 이양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울러 "공공 기관의 확장에서 편익 주체와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다른 것이 가장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공공 부문의 크기가 아닌 공공 기관 자체가 가진 본질적 문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호 소장은 "국가가 관리·통제하는 전기요금, 철도요금, 상하수도 요금 등 국가가 책정하는 가격들은 자원 배분 기능을 못한다"며 "경쟁을 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공기업이 슈퍼갑이 되는 등 소유 지배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호 소장은 "공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은 근로조건 향상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며 "통제받지 않는 공기업으로 인해, 산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민간의 창의·열정을 억압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대호 소장은 "공기업 개혁을 위해 비용 공개 및 경쟁구도체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 사회가 공공 기관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공기업의 편익, 생산성 관련 통계를 세밀하게 계량하고 투명하게 감시해야한다는 뜻이었다.
김 소장은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는 공공기관이 뇌경색 상태의 대한민국을 만든다"며 "국민들도 정부 의존적 삶을 살아 온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작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며 "국민도 무분별한 복지 재정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공공부문의 비대화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우리 경제의 활동 성장을 잡고 있다"며 "공공부문이 민간의 활동성과 필요성을 억압 하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승노 부원장은 "공공기관 또한 이익단체화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하고 중립적인 존재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먼저 줄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부원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등 영업이익으로 금융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자생하지 못해 정부 지원이나 세금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에 대해 "정부가 양적완화를 위해 좀비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최승노 부원장은 "기업의 방만한 운영이 문제였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이런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부실구조를 장기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공적 지출이 좀비기업과 다르지 않다" 며 "정부는 위기가 닥쳐도 구조조정이 아닌 정부의 몸집을 더욱 불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부원장은 국가 공공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경제가 어렵다고 공공부문 돈을 푼다면 장기 불황, 장기부실 구조를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의 공적 부채율이 늘어나고 공공 기관 부실화가 이어진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복지와 같은 경상비 비중을 줄이고 우리 사회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는 "정부에 내 삶과 경제 부분을 의탁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내 삶을 꾸려나간다는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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