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근로자이사제를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ㆍ공단ㆍ출연기관에 본격 도입한다. 독일ㆍ스웨덴 등 유럽 18개국에서 시행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재계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조례를 5월 입법예고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8월 조례를 의회에 제출, 10월에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를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는 지하철 양 공사 통합 추진 때도 시도했지만 내부 이견으로 통합 자체가 무산되면서 실패했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회 도입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비용 예방효과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규정, 회원국에선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 ▷ 유럽의회,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효과 인정 ▷국내 제언을 꼽았다.
서울시는 그동안 일부 경제단체 등에서 우려한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의 테두리에서 제도화해 위법소지가 없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으며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도 없다.
‘경영권 침해’ 우려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는 경영상 자유를 보장한다는 개념으로 근로자들의 경영권 참여 금지를 뜻하는 법리가 아니다”며 “오히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거버넌스, 협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가치에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는 기관별로 1~2명으로 과반수를 점하지 않으므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여지는 구조적으로 없다”고 전했다.
근로자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에 참여하며 타 이사들과 차별화된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된다.
권한과 함께 책임도 뒤따른다. 근로자이사는 법령,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대상은 근로자 30명 이상의 15개 공단ㆍ공사ㆍ출연기관으로, 비상임 이상의 1/3 수준, 기관별 1~2명을 임명한다.
노동조합원이 비상임 이사가 됐을 경우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하며 임기는 3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 제도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다면 좋은 결실을 얻기 힘들다”며 “근로자이사제의 안착을 위해 노사 양측과 각계 전문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재추진을 골자로 한 노동종합정책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하자 재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근로자이사제를 공공기관에 도입하면 방만하게 경영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일반 기업에 도입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유럽 국가의 기업 의사결정 시스템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를 택한 우리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유경제원의 세미나에서도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기업경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노동문화를 더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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