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름 동안의 시차두고 10일 직접 기자설명회를 자청해 '근로자 이사제' 도입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배경은 무엇일까.
박 시장은 이미 지난달 27일'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 설명회를 갖고 근로자 이사제 도입을 예고했다.
10일 발표는 보름 전 발표의 후속조치인 서울메트로 등 15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날 근로자 이사제 도입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근로자 이사제는 노동조합의 대표 혹은 종업원 대표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유럽 등에서는 흔히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돼 실제 시행중이지만 가족경영이 일반화된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제도다.
이 발표를 앞뒤로 재계에서는 반발이 거셌다.
자유경제원은 박 시장의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노동정책세미나를 개최해 서울시의 근로자 이사제 도입 방침에 우려를 표했다.
당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기업 이사회에 노동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사가 포함되는 것은 기업경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노동문화를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부원장은 "노조 설립 목적은 근로자 임금 등 처우 개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 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강제하는 건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체계를 위협하는 월권행위"라고 일갈했다.
보수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여론도 이에 호응해 근로자 이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름차를 둔 박 시장의 기자설명회는 이같은 반발에 대한 반박과 함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시장이 기자설명회 서두에서 강조한 것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조선업계 경영난과 관련한 일부 오너일가의 잘못된 경영행태다.
실제 경영위기에 봉착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스홀딩스 회장) 일가의 주식 불공정거래 논란은 폐쇄적인 기업운영이 근로자는 물론 국민에게도 피해를 입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가 이같은 폐쇄적 기업운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리잡길 희망했다. 경영의 감시자와 협력자로서 기업 투명성 제고에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다.
박 시장은 "우리 시대는 협치의 시대다. 제가 취임사에 서울시정은 혁신과 협치 두개의 날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며 "근로자 이사제도 크게 보면 그런 차원의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의 결과도 여야간, 정부와 국회가 협치하라는 것이 국민 요구이고 요청"이라며 "(근로자 이사제가)단순히 노조 이익 대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노조는 노조로서 사명과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만 구성될 때보다는 이사회 사안 모두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해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환기시켜줄 수 있고 현장에 반하는, 어려움이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는 재계를 향해 "이사회라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경영자적 관점에서만 보게 되니까 의견의 다양화를 통해 유연하고 다양한 의사수렴과정을 가지면 결국 경영진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박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의 목표가 투명경영, 나아가 서울시 경제민주화에 있음을 강조하며 "근로자들의 고충과 애로도 거친 투쟁만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하는 제도화가 되면, 그것이 (이사회에서)평소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면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최종적으론 시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근로자 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주인의식도 당부한 박 시장은 "이 제도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데 획기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이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박 시장의 발표에 함께 자리한 노사관계자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우리나라가 성장정체기를 겪어왔는데 이것을 넘어서는 데는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자본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소통과 협치를 통해서 신뢰라고 하는 사회적 자본을 책임의식을 고취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명순필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참여라는 부분 속에서 정보라는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며 "실제 서울 산하기관 내 비상임이사 중 노동관련 출신 분들이 있다.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그런 관계속에서 노사간 쟁점되거나 문제가 됐을 때 풀어가는 과정 있는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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