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악마의 포식자` 국회…위험 사회 내모는 주범

자유경제원 / 2016-05-27 / 조회: 6,864       미디어펜
오는 30일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지름 16.5mm의 작은 배지는 ‘봉사’의 의미보다는 ‘절대권력’의 상징물로 통한다. 하지만 스웨덴 국회의원에게 배지는 의원이 봉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다. 봉사하는 사람답게 스웨덴 국회의원에게는 의전차량이나 개인비서가 없고 면책특권도 없다. 고액 연봉도, 별다른 혜택도 없이 하루 24시간에 쫒기며 일하는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은 그래도 그 일이 보람차다고 말한다. 그들처럼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여 말하고 국민처럼 살아야 하며, 국민과 가까워야 한다.


특권 대신 책임과 봉사를 선택한 스웨덴 국회,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스웨덴 국회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자유경제원은 “국회의원 특권, 줄일 것이 아니라 없애야 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24일 리버티홀에서 ‘특권 대신 책임, 스웨덴 국회가 주는 교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객원교수는 “프랑스혁명의 본질은 열심히 경제활동으로 공정가격(Just Price)을 원하던 행위자들과 단체에 의해 주도된 분노한 시장의 폭발”이라며 “전제왕권 시절 보다 더 큰 자유가 도래했던 스웨덴의 자유시대 의회개혁이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국회에 대해 “입법권한과 특정명분을 통해 부와 명예를 쌓아 현실적 권위를 누리려고 한다”며 “국회 非전문가들의 지대추구행위에 의한 전문영역의 제한과 규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이는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넘어 위험사회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대한민국 국회권력의 본질은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한다는 도그마적 명분을 단단히 틀어쥐고 ‘지대추구 행위’를 통한 철옹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임종화 경기대 객원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입법기관의 성격은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다

지대추구 행위(Rent Seeking Behavior)의 위험성


1. 지대추구행위와 18세기말 프랑스


강대국을 논할 때 전통적으로 논의되는 강대국들이 있다. 미, 러, 중, 영, 프, 독, 일본과 같은 국가들, 즉 G-7국가들과 옵서버 자격의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자신들의 특징과 전통, 강대국이 지녀야할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만약 위의 9개국 중 3개를 제외시키라면? 패권과는 별로 상관없는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포함 아마도 프랑스가 되지 않을까? (중국, 러시아는 우선 논외)


프랑스는 훌륭한 나라이며 전통적으로 패권을 추구했다. 전 유럽을 재패한 군사천재 나폴레옹을 배출했고 화려한 궁정문화를 끼고 발달한 음식문화와 세련된 사치품, 고집스러우리만치 강조되고 자타에게 공인받는 문화산업, 16세기부터 정착한 중앙집권왕조, 계몽주의를 통해 일찍 눈을 뜬 과학의 발전등 프랑스가 전파한 긍정적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렇지만 비슷한 규모의 전통적 경쟁국인 영국, 독일 보다는 왠지 한수 아래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은 비스마르크 이후 줄곧 독일에게 고전하는 프랑스의 모습(?)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표면적으로 막연하게나마 느끼는 부분이다. 이유가 뭘까?


   
▲ 권위주의 시대에 착실히 쌓여진 경제적 결과물에 상대적으로 기여(寄與)가 적었던 대표적인 기관은 입법기관(국회)이었다. 번영이 민주주의를 자극하는 것이지 민주주의 자체는 번영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이다./사진=미디어펜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유독 원리적인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가 만연했던 국가였다. 지대추구행위란 기업 활동이나 힘든 노동을 통해 만드는 정당한 수입이 아닌, 특권과 명분을 이용해 자본을 축적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프랑스 하면 귀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기업과 같은 길드(Guild)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길드의 품종별 감독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길드의 숫자대로 감독관이 존재했다. 10개의 품목에 100개의 길드가 있다면 당연히 감독관은 10명 혹은 그 이하로도 충분하지만 비대화된 지대추구행위는 100명의 감독관을 만들어 세부적인 사항에 까지 규제를 감독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추제조 길드의 경우 소의 뼈를 재료로 사용하는 단추를 다른 동물의 뼈로 제조한 것이 발각(?)이라도 된다면 감독관은 길드의 재봉사에게 벌금을 부과했고, 심지어 재봉사의 가정집까지 수색하여 밀매품을 입은 자들은 혹시라도(?) 없나 확인했다.


양모피를 제조하는 길드의 경우 양의 털은 5월과 6월에만 깎아야 했고, 검정색 양은 도살 할 수 없었고, 생산에 필요한 소모 장치는 허가받은 종류의 철물을 써야 했으며, 양을 도축할 때 사용하는 칼은 길이가 정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길드에서 사용하는 톱의 날은 특정한 수의 톱날을 가지고 있어야 할 정도로 모든 분야를 목적불명의 이유로 통제한 결과가 낳은 것이 곧 프랑스혁명(1789)이다.


좌파학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랑스혁명의 모습은 과도하게 착취를 당하는 민중들에 의해 폭발한 긍정적 혁명으로 묘사되고 이건 일정부분 맞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 되는 사실은 부르주아(Bourgeois) 혁명으로 불리는 프랑스혁명의 본질은 열심히 경제활동으로 공정가격(Just Price)을 원하던 행위자들과 단체에 의해 주도된 분노한 시장의 폭발이다. 


   
▲ 대한민국 국회권력의 본질은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한다는 도그마적 명분을 단단히 틀어쥐고 “지대추구 행위”를 통한 철옹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제3신분으로 불리던 평민계급에는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며, 경제활동을 하면서 지대추구 행위의 위험성을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던 계급이 제3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혁명이후에도 사람만 바뀌었을 뿐 절대왕정과 왕권귀족이 행하던 고질적 지대추구행위의 못된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고 이후 프랑스의 모습은 레미제라블에서 묘사되는 암울하고 살벌한 모습이다.


17세기가 되기도 전 이미 청교도 혁명(1649)과 명예혁명(1688)을 끝낸 영국이 18세기 들어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속속들이 만들어냈다. 산업혁명은 과학적인 발견이기 이전 재산권의 확립이 유럽사회에 퍼져나가는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프랑스의 절대왕정 체제가 성장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성장의 결과물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잘못 얽혔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2. 입헌군주제가 정착한 자유주의 시대와 스웨덴 의회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안 문화권이 일찍이 프랑스 계몽주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은 사실이 있지만, 18세기 초 집권한 하타르당에 의해 적극적인 중상주의 정책을 펴며 선택한 모델이 영국과 네덜란드였다. 프랑스의 해양진출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늦었던 이유도 지나친 국내문제와 지대추구행위를 통한 법률제정을 확립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이유이기도 하다.


   
▲ 그림1. '자유시대' 스웨덴 비밀 상임위원회. 오늘날 스웨덴 의회의 업무는 대부분이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처리되는데, 현재의 효율적인 상임위원회 제도는 바로 '자유시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기 스웨덴은 통치 방식의 기본이 되는 통치조직법을 1720년에 채택시켜 1772년까지 유효하였는데, 자유시대 내내 이를 헌법(Författning)이라고도 불렀다. 구스타브 3세(Gustav Ⅲ, 재위 1771~1792)가 등장한 시기(1772)까지를 스웨덴 역사에서는 자유시대(Frihetstiden)라 하는데, 이는 곧 왕의 전제가 물러가고 전에 없던 보다 큰 자유가 도래한 시대를 말하며, 왕권의 천부설(天賦說)이 사라지고 의회의 4계급 신분 대표가 왕권을 견제하던 시기를 의미한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는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안 왕조국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스웨덴의 자유시대 의회개혁이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끼쳤다고 다고 보는 견해도 상당수 존재한다. 의회결정을 통한 정책집행의 역사가 프랑스 보다 더 앞선 것이 스웨덴이다.


3.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를 버리고, 진정한 자유주의 의정활동이 절실한 시기


섬뜩한 기시감이 생긴다. 오늘날 한국국회의 지대추구행위가 정확히 프랑스 혁명 시대의 그것과 유사하다. 기업 활동과 통한 이윤축적, 힘든 노동, 획기적 전략을 통해 돈을 벌고 명예를 누리려는 것이 아닌 입법권한과 특정명분을 통해 부와 명예를 쌓아 현실적 권위를 누리려는 행동들이다.


오늘날의 친숙한 예라면 노동조합의 초과고용, 입법기관을 통한 기업 활동 통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등 非전문가들의 지대추구행위에 의한 전문영역의 제한과 규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지대추구행위가 정직한 소득보다 항구적으로 더 매력적인 일이 된 경우에 그것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넘어 위험사회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의 지대추구행위자들은 너무나 많다. 입법을 관리하는 국회의원, 막연한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시민단체와 종신고용을 원하며 노동탄력성을 차단하는 기업노조, 시장과 같은 현실세계를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실행하는 경직된 관료사회, 뒤틀린 이념으로 학원교육을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전교조와 같은 일부 교사들, 그러면서 물질적 가치에는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분노가 느껴질 만큼 영악한 집단들이 악마의 포식을 즐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집단들의 공통점은 고비용, 저효율, 무책임 구조만을 양산한다. 


앞서 나열한 대상들 중 가장 시급한 개혁이 요구되는 집단은 당연히 입법기관일 것이고, 그 이유는 이 단체들 모두 정당을 끼고 정파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의 지대추구행위자들은 너무나 많다. 국회의원, 막연한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시민단체와 종신고용을 원하며 노동탄력성을 차단하는 기업노조, 시장과 같은 현실세계를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실행하는 경직된 관료사회, 뒤틀린 이념으로 학원교육을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전교조와 같은 일부 교사들이다./사진=미디어펜


결론


대한민국 국회권력의 본질은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한다는 도그마적 명분을 단단히 틀어쥐고 “지대추구 행위”를 통한 철옹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착실히 쌓여진 경제적 결과물에 상대적으로 기여(寄與)가 적었던 대표적인 기관이 다름 아닌 입법기관(국회)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은 완벽하진 않지만 서구사회같이 세계사적으로 성공한 국가들과 궁극적 목표와 이념만큼은 함께한다는 것이다.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게 아닌 제도의 정비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본다면 올바른 법치와 기초적인 개인의 자유가 확보된 경우, 민주주의의 추가적 혹은 과도한 진보는 경제 및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번영이 민주주의를 자극하는 것이지 민주주의 자체는 번영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이기 때문이고, 어떠한 조직이든 한번 만들어지면 그 이후에는 조직의 생존을 목표로 움직이고, 그 종극 점에는 결국 지대추구행위로 이어진다.


인종적으로 뛰어날 것도 없는(?) 영국과 미국으로 대변되는 앵글로색슨적(Anglo-Saxonic) 모델이 300년 동안 패권을 쥐고 여전히 성공국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들 문명은 비록 소소한, 때로는 커다란 잡음이 생길지라도 줄기차게 특출난 능력과 재능을 지닌 개인과 집단의 활동을 보호했다는 점을 항상 상기하며 국회권력이 추구하는 빗나간 이념이 실무영역을 통제하는 오류를 결코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객원교수

[임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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