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불공정 가면 쓴 공정무역…자선을 가장한 값싼 동정

자유경제원 / 2016-06-04 / 조회: 8,571       미디어펜
공정무역이야말로 가장 불공정한 제도다


세계는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빈부격차는 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함께 노력해서 빈부격차를 해소해보려는 노력이 있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최근 무역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방법이다. 공정무역이란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기존 시장가에 웃돈을 붙여 사주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거래를 통해 자선을 실천하는 셈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개발도상국인 A국에서 생산된 커피의 시장가격이 kg당 만원이라고 했을 때, 한국이나 일본의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만원 그 이상에 의도적으로 구매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제품을 ‘가난’하다는 이유로 선택해주는 것이 된다.


공정무역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A국의 커피를 예로 들겠다. A국에서 공정무역 커피 협동조합이란 것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그 커피를 구매할 기업들이 ‘공정무역’을 광고하며 커피를 판다. 소비자는 그 커피를 웃돈을 주고 사면서 협동조합에 속한 이들에게 웃돈이 뿌려진다. 그리고 이들은 웃돈으로 자녀의 교육에 재투자하거나 보다 좋은 옷을 사 입으며 경제적으로 보다 윤택해지게 된다. 점차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간극은 줄어드는 것 같으며, 모두 win-win한 보다 진보한 세계가 돼 가는 것 같다.


그런데 보기보다 큰 문제가 있다. 저기까지는 보이는 것만 본 결과다. 이제 위대한 ‘공정무역’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원래 시장가격이 만원이던 A국의 커피가격이 인위적으로 만 원 이상이 되면서, 다른 쌀농사를 짓던 이들이 커피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커피가격은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올랐으나 이익은 전과 별 차이가 없게 됐다.


문제는 다른 쌀농사를 짓던 이들이 가격유인에 따라 커피를 재배하면서 쌀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커피 농사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소문이 돌면서 아무도 쌀농사를 짓지 않자 개도국의 쌀이 부족해진 것이었다. 커피는 그들이 마시지도 않는 수출품이지만 쌀은 생존하는데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문제가 심각해졌다. 커피가격에 웃돈을 줬지만 정작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국내 쌀 공급이 부족해져 가난한 이들이 정말 굶어죽게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인위적으로 올라간 커피 값이 나중에 시장가로 정상화될 경우, 교란된 가격을 보고 투자한 커피생산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정상적인 시장가격에서는 쌀농사를 하다가 커피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어 커피농사로 바꿨더니, 다시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돼 다른 농사로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은 가격유인에 따라 적정 투자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가격유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가격에 반응한 생산자들이 입는 타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사진은 국제공정무역기구 로고. 공정무역의 대표적 상품은 커피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서도 커피가격이 올라가게 되자 협동조합사람들이 커피 생산량과 품질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선진국 공정무역 판매처와 연결된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커피생산자들을 착취해 이익을 얻게 됐다. 선진국 판매처는 동정으로 돈을 벌기에 노력하지 않았다. 협동조합 사람들은 비조합원을 잘 짜내어 선진국에 보다 비싼 값에 팔기만 하면 됐다.


노력할 이유가 없었다. 시장에서 경쟁할 때는 성실히 커피를 재배하던 비조합원 소작농들도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됐다. 제 아무리 노력해서 시장에 팔아봐야 정작 구매당사자인 선진국 판매처에서는 협동조합과만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노동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구호는 그저 구호로만 남게 됐다. 한바탕 자선이 지나간 자리에 더 이상 일하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소비자부터 생산자까지 도대체 그 누구도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간에서 ‘동정’을 먹고사는 돼지들만 더 큰 동정을 요구할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우리의 ‘치명적 자만’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는 눈에 보이는 가격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렇게 하면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자만했다. 커피 가격을 올리기만 한다면 개도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자만했다(정치적인 협동조합소속은 보다 부자가 됐겠지만).


시장은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일 뿐이지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가 전적으로 믿을만한 대상이다.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으로부터 나타나는 질서이기 때문이다. 알량한 인간의 지성으로 시장을 안다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최악의 결과를 도출한다. 시장은 인간의 능력으로 감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자선은 싸구려 몇 푼짜리 동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선은 베푸는 자들이 자발적이어야함은 물론, 받는 자들도 철저히 자발적이어야만 한다. 남의 호의와 동정을 사기위해 보이지 않는 봉사를 해야 한다. 상대의 기분이 보다 편하도록 웃어 준다거나 전화를 한다거나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그럼 거래 상대방은 이때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이것을 보이는 것으로 보상하는 것이 팁 혹은 단골거래와 같은 금전적 혜택이다. 이런 시장질서는 정말 정의롭고 도덕적이다. 누구나가 받아야할 제 몫을 응당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공정무역은 자선을 가장한 사기다. ‘자선’이라는 지적허영심을 악용한 명백한 사기다. 공정무역으로 세상은 결코 1인치도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는 먹고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남의 가난을 너무나 가볍게 본다. 돈 몇 푼 쥐어주면 그 삶의 비극이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얼마나 가난한 자에게 치욕적인가.


우리 선배들이 가난을 벗어난 것은 선진국의 알량한 몇 푼짜리 자선 때문이 아니었다. 인간으로써 자립하고자 하는 신념과 의지로 이뤄낸 물질적 풍요였다. 가난은 돈 몇 푼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그들의 삶을 모욕하지 마라. 우리의 알량한 자선으로 그들을 도우려 할수록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더욱 괴롭게 만들 뿐이다. 이 알량한 자선이야말로 그들이 가난을 탈출할 가장 공정한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 스타벅스는 2005년부터 계속해서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최대 공정무역 인증 커피 구매업체 중 하나다./사진=스타벅스


시장이야말로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정의로운 곳이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협상에서는 win-win이란 없다.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해야한다고 착각하는 순간 시장에서는 ‘공정무역’과 같은 비극이 벌어진다. 시장의 적정선을 자신이 정할 수 있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1베이시스(0.01%)의 이익까지 철저히 이익을 추구한다. 냉정해 보일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자신뿐만 아니라 시장도 발전하고, 시장이 발전함으로 약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커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프로들은 함부로 남을 동정하지 않는다.


사랑을 베풀어야 할 곳과 전쟁을 해야 할 곳은 처음부터 분리 돼 있었다. 분리된 것을 섞으려할수록 비극이 일어난다. 무역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공정해질 수 있다. 공정한 무역이 사라져야, 진정으로 무역이 공정해진다. 시장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정의를 추구한다. /손경모 자유인문학회 회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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