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승만과 김구 다른 세계관…독립운동 갈등 뿌리는?

자유경제원 / 2016-06-04 / 조회: 6,995       미디어펜
우리나라는 해양 교통로를 활용하여 활발하게 세계 여러나라와 교역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해양문명의 필수조건인 개방과 통상 등 자유시장경제, 외국과의 교류와 민주주의가 한반도에 꽃피운 것이다. 백년 전 이 땅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한반도의 개방과 통상을 외치던 선각자 이승만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한반도를 대륙문명에서 해양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던 우남 이승만. 자유경제원은 지난 3일 ‘이승만은 산타였다’ 연속세미나를 열고 대륙문명에서 해양문명으로의 대전환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패널로 나선 복거일 소설가는 “1940년대 해방 당시 한국민주당을 결성한 우익 세력의 지도자 대부분이 미국에 유학했거나 그곳에 들러 견문을 넓힐 기회를 가졌고 공산당을 결성한 좌익 지도자들이 주로 러시아와 관련을 맺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생각이 지리적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복 소설가는 “우남 이승만과 백범 김구, 이봉창 의사 모두 지리적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핀다”고 밝혔다. 복 소설가는 “이러한 점에서 여러 나라에 널리 흩어졌던 독립운동가, 민족지도자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운 것은 그런 관점에서 너그럽게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복거일 소설가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복거일 소설가
김용삼 편집장은 우남의 높은 경제적 식견과 성취를 잘 기술했다. 우남의 업적에서 이 부분이 흔히 잊혀지므로, 이 글은 중요하다. 나로선 덧붙일 얘기가 없다. 다만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생각이 지리적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눈에 뜨여서, 혹시 도움이 될까 적어본다.


우남이 처음 미국에 간 것은 우연이었다. 그 말고도 갈 사람이 없지 않았겠지만, 민영환과의 친분 덕분에 그가 선택된 듯하다. (물론 순수한 우연은 없다. 그의 인품과 학식과 열정이 운이 작용한 바탕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번 미국에 닿자, 그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그는 평생 미국을 기지로 삼아 독립운동을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미국을 찬탄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는 미국의 엄청난 국력을 조선의 독립에 이용하려 했고 미국의 장점들을 신생 대한민국에 도입하려 애썼다. 그의 판단으로는 미국은 조선의 독립에서 고려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다. 지정학적 조건에 예민했던 터라, 그는 러시아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경계했고,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가 된 뒤엔 조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보았다. 일본은 어차피 미국과의 충돌로 자멸하리라 보았다. 그리고 그의 그런 예측은 놀랄 만큼 정확하게 실현되었다.


백범이 중국에 간 것도 우연이었다. 고용주인 황해도 안악 김홍량 일가의 권유와 지원으로, 백범은 3.1독립운동 직후 상해로 향했고 결국 중국에서 거의 혼자 힘으로 어려운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만주사변 이후 중국 국민당 정권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었으므로, 백범에게 중국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라였다. 그리고 코민테른의 영향력이 큰 상황이었으므로, 그는 조선과 인접한 대국인 러시아를 조선의 미래에 중요한 나라로 여겼다. 반면에, 그의 계산에서 미국은 조선의 독립에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 우남 이승만이 처음 미국에 간 것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한번 미국에 닿자, 그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이승만은 평생 미국을 기지로 삼아 독립운동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이봉창 의사는 일본에서 오래 노동자로 일했다. 학식이 적었던 그는, 일본에 충격을 주면, 조선의 독립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요인을 암살하기로 하고 백범에게 거사 준비를 요청했다.


암살한 요인으로 백범이 천황을 지목했을 때, 이봉창은 천황보다는 국사를 관장하는 총리대신이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서 살아본 사람다운 판단이었다.


그러나 백범은 천황의 상징적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해외에 대한 영향에서 천황과 총리대신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봉창과 백범의 식견의 차이가 드러난다.


국내에 남은 민족지도자들은 일본의 혹독한 식민 통치 아래서 생존을 도모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조선총독부와의 관계에 온 마음을 써야 했다. 정보의 부족까지 겹쳐, 그들은 국제 상황에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뒤에 한국민주당을 결성한 우익 세력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미국에 유학했거나 그곳에 들러 견문을 넓힐 기회를 가졌고 공산당을 결성한 좌익 지도자들이 주로 러시아와 관련을 맺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람은 지리적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핀다. 여러 나라들에 널리 흩어진 독립운동가들이 의견과 이해가 달라서 늘 서로 싸운 것은 그런 관점에서 너그럽게 보아야 할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 백범 김구가 중국에 간 것도 우연이었다. 고용주인 황해도 안악 김홍량 일가의 권유와 지원으로, 백범은 3.1독립운동 직후 상해로 향했다./사진=연합뉴스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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