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아이언맨·토르가 스크린 넘나들게 된 이유

자유경제원 / 2016-06-05 / 조회: 7,153       미디어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자본', '자본주의'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있다. 자본을 착취, 약탈, 소외, 부익부 빈익빈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합시켜 악의 축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예술 분야에서의 '자본'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예술인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자본'을 미워하고,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예술이 진정한 예술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처럼 숱한 오해를 받고 있는 자본은 정말로 나쁜 것일까. 자유경제원은 '자본'의 진짜 모습에 대해 논해보려는 취지로 지난 3일 리버티홀에서 ‘지독하게 나쁜 용어, 자본: 예술인이 해석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공재 영화감독(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은 “자기 재능을 몰라준다고 멍하니 앉아 자본이 와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멍청한 일은 없다”며 “자본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버릇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자본을 사랑해야 온전한 내 작품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나쁜 돈과 좋은 돈은 존재하지 않고 나쁜 돈은 부정적인 인간이 만들어 낸 선택적 기준일 뿐”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예술이란 것은 재능과 자본과의 콜라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라며 “돈 버는 게 예술이라는 앤디 워홀은 아주 솔직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소재가 가벼워 미술에서부터 건축, 영화 등 각종 예술장르에 다양하게 쓰이는 와블라를 재능과 자본의 콜라보 사례 중 하나로 설명했다. 최 감독은 “다양한 특수의상과 소품 제작의 확장성을 제공한 와블라로 인해 전 세계 관객들은 ‘천둥의 신 토르’와 ‘아이언맨’ 같이 멋진 수트를 걸친 영웅이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비는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며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들이 와블라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자본과 예술의 목적이 동일하다면서 “예술이든, 자본이든 모두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최공재 감독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공재 영화감독,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
자본과 재능의 콜라보로 완성된 이름, 예술(ART)


1. 돈은 그냥 돈일뿐이다


예술가들이 돈을 싫어한다고? 누가 그래? 


정답은 단지 돈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야 세속적이지 않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니 하는 말일 뿐 그 누구보다 돈을 밝히는 존재들이 예술가들이라고 난 확신한다. 최소한 앤디 워홀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자기들이 무슨 마르셀 뒤샹도 아니고……. 정말 돈을 싫어하는 예술가라면 타락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하지 못한 예술계를 비판하며 뒤샹처럼 떠났어야 정상이고, 그게 아닌 이상은 오히려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꾸며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을 숨기기 위한 과대포장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앤디 워홀은 아주 솔직한 예술가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것은 재능과 자본과의 콜라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게 예술이라는 그의 말은 이 콜라보의 완벽한 이해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성공 이후 순수(?) 예술계는 앤디 워홀의 추종자들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기이하게도 자신들을 노동자로까지 격하(?)시키면서 자본을 비판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배고픈 예술가들이니 국가가 먹여 살리라는 엄청난 요구를 강행한다.


특히나 자본과의 콜라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영화계에서 유독 심하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스크린쿼터 시위가 한창일 때 친하게 지내고 있던 후배와 술을 마시면서 자본가를 극렬히 혐오하는 그의 행동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돈은 그냥 돈일 뿐이다. 나쁜 돈, 좋은 돈? 그런 거 없어. 결국 인간이 문제더라. 좋은 돈은 긍정적인 기준을 가진 인간이, 나쁜 돈은 부정적인 인간이 만들어 낸 선택적 기준일 뿐이야. 네가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네 스스로 나쁜 돈을 만들어 낸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세상 탓이나 하며 그 나쁜 돈으로 술이나 쳐 마시고 있지. 근데 말이다, 난 돈이 필요하다. 그래야 너 같은 놈한테도 이렇게 술을 사줄 수 있으니 말이지.”


그날 이후, 불을 보듯 뻔하게 그 후배와는 다시 만나지 않았고 각자의 갈 길을 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재력가가 나타나 “너의 재능을 믿고 투자할 테니 이걸로 돈을 벌어 갚아라~!”라고 산신령 같은 사람이 나타나주길 바란다. 그건 나 말고 창작을 하는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내가 다른 건 그렇게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세상 탓을 하는 것과 내 스스로를 다독이는 차이일 뿐이다. 


돈은 그냥 돈일뿐이다. 그리고 그 돈은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기가 막히게 하고 있는 생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돈이 내게 오지 않는 것은 내가 재능이 없거나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올해는 잘하면 얼마라도 투자를 받아 단편 하나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설령 그렇지 못하다 해도 아이디어 넘치는 미술가와 아주 재미있는 실험적 단편을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산신령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돈’에, ‘좋은 재능’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 다양한 특수의상과 소품 제작의 확장성을 제공한 와블라로 인해 전 세계 관객들은 ‘천둥의 신 토르’와 ‘아이언맨’ 같이 멋진 수트를 걸친 영웅이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비는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사진=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포스터


2. 돈 없다고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을래?


영화계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상업영화계는 철저히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지만 실제로 돈을 번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한 두 편의 영화로 잠깐 벌었다가도 이내 다른 영화들이 줄줄이 망하면서 같이 망한다. 오죽했으면 충무로에는 ‘벌었을 때 떠나라!’라는 격언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 한국영화계에 족보도 없는 내가 단편이나 독립영화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외쳤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단편으로도 돈이 된다는 것은 KT&G 상상마당으로 증명이 되었고, 이미 한참 전에 미국에 ‘도살자(The Buther)’란 영화를 북미지역에 개봉시키면서 1억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난 그걸 증명했다. 또한, 같이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보다 흥행에 더 성공하며 그 해 할로윈데이 특별판으로 DVD까지 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1979년도에 만들어진 미국 최고의 호러영화 전문지 ‘팡고리아(Fangoria)’에서 꼭 봐야 할 한국 공포영화7에 3위에 링크시키는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궁금해 하며 내게 묻는다.


“왜 그런 영화만 만들어요?”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돈 벌라구요!”


공포 영화를 좋아할 거라는 사람들의 선입견과는 상관없이 난 한국형SF를 추구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자본과의 콜라보가 없이는 불가능한 장르이기에 택한 선택일 뿐이다. 장르영화는 돈이 된다. 많이 못 벌 뿐이지. 이런 장르영화는 한국을 무시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순간 수많은 관객이 찾게 된다.


해외에서 누군가 불법으로 이 영화를 유튜브에 올렸을 때 70만이 넘는 관객들이 영화를 봤으며, DVD가 출시되자 유튜브로 영화를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 영화는 차단되어 있어 공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난 할 수 있다고 했고 해냈을 때도 영화인들은 그저 운이라 치부하며 무시했다. 돈이 없어 국내의 국제영화제들을 돌아다니며 해외 바이어들의 숙소에 브로셔를 집어넣고,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프랑스와 독일, 홍콩과 미국의 배급사에 영화를 들이대고 있을 때 그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철 지난 영화들의 문법과 역시나 뻔한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한 순수 예술가(?)들의 고뇌에 대해서 뇌까리며 영화제마다 돌아다니며 공짜로 제공되는 술이나 마시고 널브러져 있었다. 간혹 공모전이 있으면 거기에 공모해보고 안 되면 또 그렇게 영화예술인의 바람과 별과 시와 뭣 같은 세상에 대한 빅엿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재능도 없는 그들의 한탄은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엔딩을 맞게 된다.


자본도 없고, 재능도 없고, 죽으라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것들이 입에 예술만 달고 산다. 그들은 돈 없다고 집에 가서 빈대떡이라도 부쳐 먹을 족속들조차 못 된다. 그럴 활동성이라도 있다면 빈대떡 부칠 시간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들고 어떻게든 제작할 방법을 찾기 위해 뛰어다닐 테니 말이다.


영화 제작 이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제작비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지 말아야 된다. 어떻게든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돈 벌 생각을 해야 영화가 완성되고 살아남는다. 조나단 카우레트 감독은 겨우 30만원 가지고 장편영화를 만들어 수십억을 벌었으며, 헐리웃에 진출해 4편의 영화를 찍었다. 자기 재능을 몰라준다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자본이 와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멍청한 일은 없다. 왜냐하면 자본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고, 거기에다가 매우 똑똑해서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버릇이 있음을 알아야 된다. 자본을 사랑해야 온전한 내 작품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 북미 지역에 개봉했던 '도살자(The Buther)' 단편영화는 같이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 보다 흥행에 더 성공했다./사진=영화 '더 부처' 포스터


3. 와블라(worbla)의 선택은 옳았다!


와블라(worbla)라는 것을 처음 들어 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신소재 제품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제품은 지금 현재 해외에서는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정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제 시작단계의 소재이다.


이 와블라는 미술에서부터 건축과 실생활, 각종 예술장르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사용한계는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사용해 본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데 지켜봄 직 하다. 이 와블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와블라가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술가와 헐리웃 특수분장팀 같은 예술가들을 선택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종이 같기도 하고, 시트지 같기도 한 이 제품은 열을 가하면 어느 형태로든 만들어지는 매력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재가 가볍다는 장점을 가지고 와블라는 전문가집단을 초대한다. 미술가들이나 특수효과 집단은 이 소재에 환호했다. 사람형상을 만들기 위해 본을 뜨거나 무거운 쇠나 흙을 녹이고 붙이는 작업을 할 필요 없이 가벼운 와블라로 대처할 수 있었으며, 헐리웃의 특수효과 집단은 시대극이나 SF영화를 만들 때 각오해야 했던 2~30Kg 상당의 무거운 의상이나 소품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당연히 소품까지 합쳐 3~40Kg의 의상을 몸에 입고 촬영을 하며 죽을 고생을 해야 했던 배우들 역시 완전히 그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와블라로 만든 의상은 평소 특수의상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무게를 제공하면서, 제작방법도 훨씬 쉬워져 더욱 다양한 특수의상과 소품 제작의 확장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전세계의 관객들은 ‘천둥의 신 토르’와 ‘아이언맨’ 같은 멋진 수트를 걸친 영웅이 매우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비는 영화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전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특수분장부터 설치미술까지 다양하게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제품은 이제 미술계와 전문가 집단을 넘어 건물과 인테리어 등 모든 곳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자본과 재능의 절묘한 조합으로 인해 와블라는 성장하기 시작했고, 예술가는 더욱 쉽고 편리하면서도 다양하게 자신의 작품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런 자본과 재능의 콜라보는 이제 모든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모한 실험을 다시 시작했다. 역시나 그 어마무시한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그것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 팝 아트의 거장, 현대 미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앤디 워홀(1928_1987)./사진=『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표지. 리처드 폴스키 작. 박상미 역. 마음산책. 2006.


4. 자본과 예술의 목적은 같다


자본을 비판하는 예술가들에게 묻는다. 예술의 목적은 뭐냐고? 아마 대부분이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럼 자본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간을 추악하게 만들고 뭐라고 하면서 목에 핏대를 세울 것이다. 그래서 안 되는 거다. 서두에서 말했듯 엄청난 자본이 영화에 투입돼도 이상하게 돈 버는 사람이 없고, 그 돈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런 시선으로 인해 자본과 당신들이 가진 재능의 콜라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의 결과다.


자본을 비판하는 예술가들에게 말하고 싶다. 예술이든, 자본이든 모두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수단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본 역시 인간의 삶을 윤택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다. 그것에 증오를 보낸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발전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그 모순은 결국 예술계에도, 당신들에게도, 그 나라에도 좋을 것이 없다. 


이제라도 자본을 이해하고 손을 내밀자. 자본의 부족함은 예술이 채우고, 예술의 어려움은 자본이 끌어주면서 문화와 인간은 발전했다. 자본의 혜택으로 인해 모든 인류는 귀족들만 누리던 예술을 대중들에게까지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인간의 삶은 발전됐다. 또한, 예술의 지원으로 인해 자본은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인간이 사는 공간들을 발전 시켰다.


결국 자본과 재능은 물질과 정신이라는 별개의 존재가 아닌 콜라보를 이루어 같이 가야만 하는 목적지가 같은 가치들이다. 그걸 이해한다면 답은 나오게 된다. 예술가들은 자본과 싸울 필요가 없고, 자본은 결국 예술가들과 같이 해야만 한다. 이 뻔한 답을 찾았다면 이제 당신들이 할 일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도 좋지만, 앤디 워홀의 ‘Money’란 작품의 작품성과 상업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 봐도 좋을 것 같다. /최공재 영화감독,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

[최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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