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EBS 다큐 프라임 민주주의는 `다큐` 아닌 `픽션`이다

자유경제원 / 2016-06-14 / 조회: 7,313       미디에펜
 
▲ 여명 숙명여대 정치외교학부

다큐같은 픽션, 〈EBS‘픽션’프라임 민주주의〉를 고발한다 1탄


EBS 다큐프라임이 민주주의 5부작 시리즈를 방영했다. 총 48분 분량의 동영상인 1부는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부터 미국 공화국 건국, 보통선거권 확대라는 근대 민주주의 발전의 궤적을 중심으로, 자원배분에 대한 시민의 통제력이 어떻게 확대되어 왔는지 탐색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동영상의 핵심 주제는 민주주의의 정의는 시민에 의한 권력배분이라는 것이다.


이 명제를 주입하기 위해 EBS는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 참사의 원인을 감자를 내다 판 자본주의자들에게 있었다고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많은 말들 중 “민주주의란 피지배자와 지배자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를 차용한다. 영상 말미에 한 번 더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에티오피아에 기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현재 부의 불평등은 시민에게 권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여운을 남기고서 마무리 된다. 


우선 EBS는 시민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운영 됐었는지 보여준다. 이 영상에 따르면 그리스에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기 때문에 '추첨’을 통해 집정관을 선출했다고 한다. 또한 시민 법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피고인이 직접 자신을 변호하며 판결도 판사가 아닌 재판을 지켜보는 시민이 내렸다고 설명한다. 보통 사람들은 직접 민주주의가 이상적이라고 배우며 자란다.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또 말한다.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인구수가 늘어나고 사회가 다원화됨으로서 간접민주주의인 대의제가 대체제로서 등장한 것이라고. 


■ 방송개요 


● 매체: EBS

● 프로그램명 : EBS다큐프라임 '민주주의’ 5부작

● 제작자 : 유규오 PD

● 1부 방송 일자: 2016년 05월 23일 (월) 저녁 9시 50분


   
▲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이에 맞는 원인들을 우겨 넣는 나쁜 언론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사진=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하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아테네에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은 여성과 노예와 외국인을 제외한 '시민’이었다. 현대에서 말하는 '시민’의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차치하더라도 '추첨’을 통해 선출 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민의 '대리자’ 라는 성격을 갖는다. 또한 모든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사안에 대한 그때그때의 투표로 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에 선전선동에 능한 연설가가 흥했다.


연설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수사학 학원이 돈을 벌었고 쉽게 말하자면 '떼 법’ 이 기승했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은 대의민주제를 개발했다. 대의민주제에서 시민들은 '대리자’가 아닌 '대표자’를 선출한다. '나보다 윤리적․철학적으로 뛰어난 사람에게 그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맡기고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는 것’ 이 대의민주주의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개념이 혼재 돼 있다. TV드라마․영화나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는 '국민주권’의 개념을 확대 해석 해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문장을 단편적으로 주입한다. 당연히,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그것을 국가(여기서의 국가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뜻함)에게 이임했다는 것이고 국가가 그것을 함부로 다룰 때 도로 빼앗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지만 그것이 단순히 내 맘에 들지 않아서의 이유로는 빼앗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들은 대표자가 아닌 '나와 꼭 같은 수준의’대리자를 원하면서도 그 대리자가 도덕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완벽하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구 정치인들이 총선철만 되면 '설거지 300 그릇을 했다.’느니 '상가집에서 2박3일을 샜다.’느니 따위의 일들을 무용담이랍시고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 정치인들이 어설픈 서민 행세를 하다가 줄줄이 낙선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EBS는 이렇게 시민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 조작을 통해 보여줬다. 이 영상이 핵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에 의한 자원배분이 일어나야 빈곤 계층이 사라진다’인데 예시로 든 것이 본인들이 이전에 냈던 영상과 배치된다. 영상에 따르면 19C 아일랜드 대기근은 자본가들이 멀쩡한 감자들을 내다 팔아서 감자가 주식이었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아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 했기 때문에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발생했다고 한다. 영상 말미에서 언급하는 에티오피아의 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에티오피아는 식량 생산량이 충분했으나 민주주의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기근이 에티오피아 국민들을 덮쳤다고 한다. 그러나 2009. 7. 16. EBS 세계테마기행은 '아일랜드에 발생한 기근의 원인은 특정 곰팡이에 저항력이 약한 단일 품종의 감자만을 경작했기 때문이다.


다양하지 못한 종은 진화하지 못하고 인간에게 제한적인 먹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생물 다양성에 대한 좋은 도입 소재가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7년 사이에 학술이 뒤바뀌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알 수 없다. 'EBS가 EBS에게’라는 제목의 노래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형적으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이에 맞는 원인들을 우겨 넣는 나쁜 언론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 EBS는 시민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적 조작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 보여준다./사진=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EBS는 저 멀리 아프리카와 북유럽의 사례까지 쥐잡듯 뒤지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정치학 발전론 적으로 제3세계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룩한 유일한 국가인 '대한민국’이라는 사례는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정치학계에서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발전의 논리적 상관관계, 즉 무엇이 먼저인지 논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경험적으로는 경제발전이 민주주의 발전의 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EBS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영상 말미에서는 '극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의 늪....’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그곳을 거니는 뉴욕 시민들을 보여준다. 뉴욕 시민들이 90프로의 빈곤층을 착취하는 브루주아라도 된다는 것일까, 아니면 고대 그리스 인들처럼 우리도 추첨을 통해 정치인을 선출하든 그 비스무리한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여명 숙명여대 정치외교학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언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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