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EBS 다큐프라임, 갈등만 짜깁기한 민주주의 죽이기

자유경제원 / 2016-06-15 / 조회: 7,031       미디어펜

다큐같은 픽션, EBS '픽션'프라임 민주주의를 고발한다 2탄


이름이 너무도 거창하다. 민주주의를 5부작에 걸쳐 다루겠다는 EBS다큐프라임의 2부에서는 '민주주의의 엔진, 갈등’ 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놓았다. 도대체 갈등이라는 것이 뭐길래 이렇게 5부작 다큐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일까. 사실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도 민주주의는 갈등의 배분과정이라고 배워왔을 뿐 아무도 '갈등’이 무엇에 대한 갈등인지 알려주지 않았었기에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실체를 알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 있었다.


다큐에서는 '갈등’의 화두를 던지기 위해 2011년 영국 토트넘의 폭동사건을 제시한다. 지명 수배자였던 한 흑인이 토트넘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진압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과잉진압이었다. 이 전말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시위에 나서게 된다. 그 시위는 단순 시위를 넘어 폭도로 변했고 가게를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 방송개요 


● 매체: EBS

● 프로그램명 : EBS다큐프라임 '민주주의’ 2부 ' 민주주의의 엔진, 갈등’

● 제작자 : 유규오 PD

● 1부 방송 일자: 2016년 05월 24일 (화) 저녁 9시 50분


폭동은 토트넘을 넘어 영국 전체로 번져 나가게 되는데 이 모습을 표현 할 때에는 경찰의 진압과정만을 화면에 보여준다. 왜 경찰이 그래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경찰의 지배 권력에 무릎 꿇는 불쌍한 폭도들만이 등장할 뿐이다. 폭동의 결과 사망자 5명 부상자 186명 체포 3100명 피해금액 1720억원이라는 통계만 보여줄 뿐 사망자가 왜 사망을 했는지 체포된 사람들의 폭력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조금의 언급조차 없다. 음산한 음향연출과 함께 가해자는 경찰이고 피해자는 착한 폭도들인 것처럼 비춰진다. 방송 시작부터 불편하다. 


갈등이 생겨났을 때에 대한 해결방법 부분도 재미나다. 교실에서 학생들 간의 갈등을 예로 제시하는데 학생들 사이의 권력관계로 해결되는 것을 갈등의 사적해결이라고 칭한다. 그와 반대로 공적해결 이라는 개념을 말하는데 이것은 선생님께 알리는 것을 뜻한다. 해결주체는 당연히 선생님이 된다. 이것을 사회로 연관지어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공적해결방식이라고 설명해준다. 개인 간의 갈등은 '언제나’ 강자가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니 '공정한’ 정부가 개입해서 공적해결을 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 EBS 다큐프라임에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경제적 민주화를 위해서 투표장을 몰려가서 분노를 표출했다"고 4.13선거를 평하는 한겨레 기자의 논평 장면에서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사진=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애초에 왜 경찰이 폭도들을 진압하는 예를 들어줬는지 슬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수배된 조직폭력배가 평상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끼쳤는지는 전혀 관심 없고 불쌍한 흑인이 잘못된 공적해결방식의 피해자로 남았다는 것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갈등의 해결주체는 언제나 나라여야 하는데 나라가 제대로 갈등해결을 못하니 폭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전개다.


그 다음에는 세계 2차 대전 직후 트루먼 대통령이 직면한 노조문제의 예를 든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의 전쟁 지원 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쌓은 반면 노동자들은 그 부를 나눠 갖지 못했고 그 부를 노동자도 나눠가져야 한다는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문제는 결국 미국정부가 개입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다큐에서는 '갈등해결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빛난 순간’이라고 칭송해 준다. 여기에서의 문제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사적 갈등의 해결 주체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틀렸다. 그리고 기업의 이익을 왜 정부가 개입하여 노동자들에게 나눠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의 여지조차 방송에 표현되어있지 않다. 


이렇게 갈등의 해결방법이나 해결주체에 대한 틀린 설명들은 다큐 내내 계속 된다. 그러다가 다큐 후반부에 드디어 갈등이 왜 생겨나는지를 말해준다. 갈등이 왜 생겨나는가에 대한 EBS다큐프라임의 답변은 '신자유주의’이다. 굳이 이렇게 길게 민주주의와 갈등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뜬금없는 비난이 이어진다. 영상이 49분인데 결국 민주주의의 예를 들던 뭐를 말하던 간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너무도 하고 싶었던 EBS다큐프라임 제작진들이었으리라.


현대 정치에서 오래된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계급배반투표 이다. 가난한자가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게 투표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EBS다큐프라임은 계급배반투표가 없었다는 논증을 하면서까지 계급투표가 바람직하다는 식의 논지를 펼친다. 이쯤 되면 '계급나누기 성애자’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투표현황을 제시한다.


   
▲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 간 투표성향의 차이 데이터를 보여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난을 본격적으로 한다./사진=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 간 투표성향의 차이 데이터를 보여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난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위의 표에서 나타나듯 한국에서의 보수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40대 후반 이상의 늙은 세대이고 진보는 그런 이득을 보지 못하고 고용불안에 놓인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라는 것이다. 이 세대를 신자유주의 시대에 취직한 시대로 말을 한다.


신자유주의는 무조건 저임금이고 고용불안정에 놓인다고 표현을 한다. 권위주의시대에 취직한 사람들은 임금통제를 당하지만 평생직장을 보장당한다고 이야기 한다. 평생직장을 가지고 사회혜택을 모두 가져간 세대는 보수이고 나머지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 앞에 놓인 불쌍한 세대라고 한다. 2016년 4.13 총선에서도 위의 경합구조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것은 신자유주의시대를 겪고 있는 유권자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경제적 민주화를 위해서 투표장을 몰려가서 분노를 표출했다고 4.13선거를 평하는 한겨레 기자의 논평에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이득은 EBS가 벌어가고 잘못된 정보의 주입은 세금을 지불하는 국민과 시청자가 얻어가니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라면 폐해겠다. 정작 '민주주의의 폐해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일어났다. 대중민주주의가 얼른 실행되어서 신자유주의가 타도되어야 한다.’ 라는 갈등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누구인가. 빈부격차, 양극화, 취업문제 등등이 정말로 '신자유주의 때문에’ 라고 생각하는가. 신자유주의가 가져다 준 부의 경이로움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정착과정은 철저히 외면한 채 본인들이 보고 싶은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짜깁기 해놓은 EBS다큐프라임은 쓸데없는 갈등의 엔진이 될 뿐이다. /최종부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충북대 경영학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솔기 '언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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