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권력은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뉘어 서로 견제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삼권
분립이라고 하여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다. 이중 사법부에 소속된 재판관의 판결은 어떠한 권력도 개입하지
못하도록 그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여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재판 자체가 잘못된 경우 이를 구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다 더 보장하기 위해 우리나라 재판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자유경제원은 15일 리버티홀에서
우리나라 재판제도에 대한 현황과 한계, 개선방향에 대해 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열린 자유주의사법포럼 토론회 ‘우리나라 재판제도의 오늘과 내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면’에서 패널로 나선 전동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는 “사법부는 그 구성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원의 권력행사에 대한 외부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위주의시기에 형성된 사법제도가 지속되면서 사법행정에서
사법관료제, 법조비리, 재판 개입 등의 문제로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러한 불신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사법 신뢰의
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권력의 권한과 역할이 증대되면서 사법권력이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부각되고 있다”며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라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재판권에 대한 통제는 판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법적 오류를 줄이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법의 지배와 공적
신뢰라는 목표를 증진시킨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사법부는 사법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오히려 사법권력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에 기여한다는
지적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래 글은 전동욱 변호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재판권에 대한 통제를 중심으로-
1. 서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이 외부로부터 불합리한 영향 또는 통제를 받지 않고 재판함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부과 집행부로부터 독립된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법부에도 민주주의 원리는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법부는 그 구성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권위주의시기에 형성된 사법제도가
지속되면서 사법행정에서 사법관료제의 문제, 법조비리의 문제2), 재판에 대한 개입 문제 등으로 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높아졌고, 이러한
불신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사법 신뢰의 위기”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 문제에 대하여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 왔고 이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법권력의 권한과 역할이 증대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권력은 권리보호자 및 갈등해결자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자”로서의 중요성3)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권력의 권한과 역할이 증대되면서 사법권력이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4) 이하에서는 발제자가 발제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재판, 즉 법원의 권력행사에 대한 외부적인
통제가 필요함은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이나 권력분립의 측면에서 당연히 요구되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라는 점”을 전제로 사법부의 독립의 본질을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사법권력을 어떻게 견제를 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장치의 변화 양상
그동안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장치의 변화는 두 가지의 경로로 진행되었는데, 개혁이 사법부 내부에서 시도되어 상대적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치거나, 또는 개혁이 사법부 외부에서 시도되어 상대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일반 판사들과
사법부 고위층 간의 갈등이, 후자의 경우에는 법원과 이에 대립하는 다양한 세력들인 국회, 검찰, 대한변협,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갈등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는 통제장치 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고, 반대의 주요 정책은 부분적인 수용 및 지연 정책,
헌법부적합성을 근거로 하는 반대정책, 협상 한계선을 바탕으로 하는 타협정책 등이었다.
그리고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는 크게 사법행정권에 대한 통제, 재판권에 대한 통제, 법관 행동에 대한 통제 등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사법행정권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법관직급제의 폐지와 단일호봉제의 실시, 대법원장 및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제도의 도입, 법관인사위원회 및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도입 등이고, 재판권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 재판기록 및 판결문의 전면적인 공개, 양형위원회제도의 도입 등이며, 법관 행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법관윤리강령의
도입, 법관징계제도의 강화 등이 있다. 이 제도들은 기존에 사법부가 주관하던 영역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이나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관여
정도를 높인 것이다. 이하에서는 발제문의 취지에 맞춰 논의의 범위를 재판권에 대한 통제 및 법관행동에 대한 통제에 대해 한정하기로 한다.
3. 재판권에 대한 통제
재판권에 대한 통제는 판사들이 행하는 사법적 결정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판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나 부당한 영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오히려 사법적 오류를 수정하고 줄이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법의 지배와 공적 신뢰라는 목표를 증진시킨다.
재판권에 대한 통제는 의도적 오류와 비의도적 오류의 두 가지 사법적 오류를 그 대상으로 하는데, 전자에는 금전적 이득, 편파성,
권력욕, 정치·종교·인종·성·문화적 편견 등의 많은 동기들이 깔려 있고, 오류를 범한 판사는 그가 법 앞에서 맹세한 신념을 의식적으로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제 또한 쉽지 않다. 이러한 의도적 오류에 대한 대책으로는 ‘법관윤리장전모델’과 ‘탄핵’이 논의된다. 전자는 판사들이
법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고, 의도적으로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판사들을 규율에 복종시킨다.
후자는 판사들이 행한 의도적인 직무의 유기를 일종의 공적 신뢰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비의도적
오류는 판사의 직무상 무능과 관련되는데, 현실적으로 판사의 직무상 무능에 통제를 가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판사들이 무능하고 불공정하며,
최소한의 능력의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공정성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태롭게 하거나 법의 지배를 해롭게 하고, 법원의 공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경우에 한해서 판사들로 하여금 무능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옹호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심급제도는 법관들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결을 하도록 하는 장치이며, 재판의 기록이나 판결문을 공개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보다 공정한 판결을 위한 통제라고 할 수 있다.5) 또한 배심제나 참심제와 같이 재판과정 일부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여 일부의 권한을 나누어 주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재판권에 대한 통제적 장치로 이해될 수 있고, 양형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양형위원회를 설치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 역시 판사의 재량을 일부 통제하는 것으로서 재판권에 대한 통제라고 할 수 있다.6) 4. 법관 행동에 대한 통제
법관 행동에 대한 통제는 사법적 결정 이외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통합, 독립, 공정성에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판사들의 행동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사건을 적절하게 결정하는 판사의 직무수행 능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통제는 법의 지배와 공적신뢰를 증진시킨다.
법관 행동에 대한 통제는 판사들의 사법적 직무에 대한 적합성을 감소시키는 법정 밖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만일 법관이 브로커와 결탁하거나 예상되는 소송 당사자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요구하는 경우, 이는 그의 공정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7) 법관의 이러한 행동은 탄핵이나 범죄의 소추 등의 장치를 비롯하여 법관윤리강령에 의해 규제된다. 또한 법관인사위원회에 의한 징계나
재임용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법관의 행동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법관징계제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연방법관의 종신제와 임금불삭감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고하게 보장하면서도, 사법부의 구성에
입법부 및 집행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법부의 책임성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함께 추구되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책임성은 정치적 책임성, 판결의 책임성, 행동의 책임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행동의 책임성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사법부의 권위에서 나오며, 사법부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에 법관은 판결의 불공정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부적절해 보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법관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방법으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법관의 징계이다.
미국의 법관징계제도는 1961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 법제화되었으며, 1980년 연방의회는 연방법관에 적용되는 법관징계법을
제정하였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행정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 해당 판사가 소속된 법원의 장은 그 징계청구를 처리한다.
법원장의 최종결정에 불만이 있는 징계청구인이나 해당 판사는 해당관할의 사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사법위원회는 징계청구사건이나
재심청구사건을 연방 법관협의회에 이송할 수 있다. 연방법관협의회가 해당 판사에 대한 탄핵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사건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미국 학계는 법관징계제도가 법관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정하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5. 결어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먼저 사법부는 현대 자유민주주의를 구성하고 통치기구를 조직하는 기본원리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의해서 나누어진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권력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국가권력을 각각 독립된 기관이 담당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사법권력의 독립이 강조되는 이유는 사법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공정한 재판을 함으로써 민주주의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법권력의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이 다른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이 없는 절대적인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기관들이 다른
기관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할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되고 융화되어 있어야만 권력의 분립이 유지 가능하며, 이러한 이유에서 기관들 간에 상호 통제를
가능하도록 장치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의 고유한 권한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정한 수준의 통제는 사법권 독립의 원리를
해치는 것이 아니고, 이는 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한 통제와 같이 사법부에 대해서도 요청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사법신뢰 위기의 해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전제이다. 따라서 사법시스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그에 대한 명확한
이념 및 방향설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사법부 안팎의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사법부는 사법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오히려
사법권력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에 기여한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국회나 정부 등의 정치세력은 보다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사법권력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동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
1) 최근 국내에서는 사법권의 독립을 절대적인 가치로 이해하는 경향을 비판하면서 사법권에 대한
통제를 내용으로 하는 ‘책임성’을 강조하거나 양자의 조화를 주장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정종섭, 「헌법학원론」; 김명식, “사법권독립과
민주주의의 조화: 미국의 주법관선거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을 중심으로,”; 문재완, “사법부의 독립성과 책임성,”; 신평, “사법부의 독립과 책임의
조화,” 「세계헌법연구」 제15권 2호 (2009); 조지형, 「사법부의 독립과 권력분립」; 한병진, “미국 헌정질서, 법치, 민주주의의
삼위일체: 애커만의 이중민주주의론을 중심으로,”; 한상희, “사법부의 독립성 제고와 합리적 사법작용.”)
2) 대표적인 법조비리 사건으로는 1998년 의정부법조비리사건, 1999년 대전법조비리사건,
2004년 인천지방법원 골프접대 사건, 2004년 춘천지방법원 판사 성접대 사건, 2005년 윤상림게이트, 2006년 김흥수게이트 2011년
부산법조비리사건 등이 있다.
3) 한국에서의 사법권력은 5·18 과거청산문제, 호주제 문제, 업무상 재해관련 문제, 영화
사전심의제 문제, 음주측정 거부권의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국가보안법 문제, 낙천·낙선운동 문제, 선거구 간 인구편차에 관한 문제, 선거
기탁금 문제,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 문제, 동성동본 금혼 문제, 간통죄 문제, 사형제 문제, 존엄사 문제, 대통령 탄핵 문제,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 재외국민 투표 문제, 국무총리 서리 문제, 종합부동산세 문제, 민주화 운동 관련 문제 등의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정책결정자로서 전면에 등장하였다.
4) 최선, “사법권력에 대한 통제의 제도적 변화 –1993-2012 사법제도개혁을 대상으로-”,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3, 2면.
5) 이에 대하여는 본 포럼에서 이미 2015년 11월 23일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6) 이에 대하여는 본 포럼에서 이미 2016년 4월 19일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7) 전·현직 법관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분쟁해결자 및
권리보호자로서의 법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권력과 재력으로부터 재판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재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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