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약자 돕고 싶다면 `평등` 아니라 `자유`를 택하라

자유경제원 / 2016-06-26 / 조회: 8,144       미디어펜
한 젊은 자유주의자의 고백


내가 이 명제를 내 인생의 물음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 했던 건 9년 전이다. 은사님과 형이상학적인 토론을 많이 했다. 그 날 했던 토론의 명제는 이것이었다.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가?' 

 

당시 나는 둘 중 평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등이 자유보다 중요하고 그에 따라 두 가치의 양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은사님은 양립이 된다고 주장했고, 토론을 했지만 내가 졌다. 세계관의 크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논리적 문제로 내가 진 것이지 답은 내가 옳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은사님의 말씀에는 늘 일리가 있었기에 그 대답을 늘 고심했다.


그리고 이 명제는 내 속에서 그때부터 8년 동안 싸워왔다. 그러나 8년 내내 나는 평등이 자유보다 반드시 우선해야하고, 양립할 수 없는 자유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의 논리를 극복하기위해 여러 사상가의 많은 책들을 읽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책들을 탐독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정말 내 눈에는 한결 같이 모든 책이 평등이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석연치가 않았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럴까..’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보수적 태도의 지인, 친한 친구들, 그리고 오랜 삶을 산 노인들이 나보다 한참 바보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내 마음속에서 자유와 평등이 8년 내내 전쟁을 하면서도 평등이 우선한다는 주장을 쉽사리 꺼내지 않았다. 가끔 학술적인 대화를 할 때는 속 시원히 논쟁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준 것을 부자가 주로 사용하지 않느냐, 그래서 거기로부터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면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무료봉사해야하는 것 아니냐, 헐벗은 자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먹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토론하기도 했다. 


당시 나와 대화를 나누던 교수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이었는데 그는 단지 내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네 말이 다 맞고 좋은데, 사업을 그렇게 하면 누가 돈을 벌어서 누구한테 주냐, 사업 망하면 다 굶는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집 문을 나가면서 쓸개를 집 문에 숨겨놓고 갈 정도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씀도 귀담아 들어뒀다. 나는 내 속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삶의 경험이 많은 이들의 조언은 언제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자유와 평등.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회주의가 운명을 갈랐던 우리나라와 북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 평양 한군데만 작게 빛나는 북한과 전국 각지가 모두 밝게 빛나는 한국의 모습이다./사진=나사 홈페이지


그러다 어느 날 학부 수업준비로 토론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하 정 주필)이 복지논쟁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토론을 몇 개 지켜보고 논쟁을 통해 ‘사실’이 도출되는 것을 지켜 볼 때마다 그 논리에 수긍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나는 그때만 하더라도 마르크스의 ‘만국의 인민들이여 단결하라,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만국이라’는 명제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 주필의 토론을 몇 번 지켜 보고나서 내 명제의 결론은 근본부터 흔들렸다. 


그 뒤로 한동안 깊은 사색에 잠겼다. ‘둘 중에 하나만 택해서 평등을 선택한다면, 모든 사람이 정말로 평등해진다면 자유는 한 조각이라도 남아 날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게까지 만들어진 평등을 우리가 얻는다고 해서 우리는 행복할 것인가? 아니 그보다 그걸 평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것을 원할 것인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당시 나의 세계관은 완전한 평등세계를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 끝 지점에서 잘못됨을 느끼고 내가 갔던 길을 하나하나 되돌아왔다. 그것도 철저하게 논증하며 그 생각들을 파괴하면서 되돌아 왔다. 그러다 마침내 닿은 지점이 ‘자유’였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알게 됐다. ‘아- 자유를 추구해야 평등이 양립되고, 평등을 추구하는 순간 둘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당시 나는 언덕 길을 올라서 내려가는 와중에 그 사실을 불현 듯 깨달았다. 정말 ‘깨달음’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 영감이 내 머리를 ‘탁’하고 때리는 순간 그 자리에 서서 내 주변 공간을 둘러봤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내 머릿속으로 모든 사물들이 전혀 다른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세계가 이분법으로 분화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재미있게도 언덕을 올라 내려오는 길이라 마치 불교에서 말하듯 ‘차안에서 피안으로’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내 속에서 이뤄진 이 8년간의 전쟁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돼 너무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사물과 생각들이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뭔가를 깨달았다고 말하기 시작했던 때가. 그리고 그 뒤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확신에 가득차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평등을 믿고 있을 때와는 달리 마음속 깊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 뒤로 많은 논쟁들이 우습게 보였다. 대개의 논쟁들은 8년 동안 했던 전쟁에서 모두 다뤄봤던 주제들이었다. 


내 세계관의 핵심 A Idea를 깨닫고 나서 내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어떤 정보나 사실들을 접할 때 그것의 핵심이 대개 간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늘 두통과 위장병을 달고 살았는데 완전히, 깨끗하게 나았다. 나는 깨닫고 나서야 알게 됐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내 생각대로 바꾸려고 하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나고 세상에 불만만 많다보니 위장병도 생겼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 전까지 보이지 않던 꽃들의 색깔, 디자인의 아름다움 등 삶 속에 있는 예술을 아주 깊-이 느끼게 됐다. 이전까지는 정말 알지 못했던 경험들이었다. 그 뒤로 삶에 경외감과 충만함을 자주 느낀다. 또 삶을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자 내 등, 골반의 문제도 스스로 교정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나는 내 등 뼈와 근육에 아주 약간 밸런스가 깨졌다는 것은 느꼈지만 원인이 무엇인지 수년째 찾지 못 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깨달은 뒤로 나는 결국 내 몸의 문제의 원인을 찾았고 해결했다. 내 몸에서 1%조차도 불편한 부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확신하게 된다. 정신, 몸, 건강 등 모든 것이 내 핵심 세계관 하나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그래서 이 깨달음을 준 신께 깊은 감사를 느낀다.

 

   
▲ 자신이 행복해지고, 약자를 구원하고 싶다면 진정 선택해야할 것은 '평등'이 아니라 '자유'다. 타인의 삶이 보다 행복해져야 나의 삶도 행복해진다./사진=연합뉴스


그 뒤로 주변사람들에게도 내가 깨달은 이것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졌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원인이 이 세계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정말 그랬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닫기만 하며 온 세상을 더 깊이 느끼고 아름답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 내면에 있는 이것을 어떻게 깨닫게 해줄 수 있을까, 마음속에 있는 Art의 중심이 뭔지 고대부터 찾아보다가 내가 깨달은 것이 Liberal Art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 깊이 있는 자유의 세계관이었다.


그 뒤 지인들을 설득해 내 경험을 말하고, ‘자유’가 뭔지 말했던 이들의 책을 찾아 함께 읽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해 나가다보니 ‘자유’와 관련된 일을 하는 많은 이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을 볼수록 나만의 생각이 아님에 더 확신이 생긴다. 나는 가능하면 많은 이들에게 나의 이 신념을 권하고 싶다. 이 세계가 보다 자유로운 세계가 되기 때문이 아니라 먼저 그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고 나서야 만인의 삶이 행복한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유에 관한 깨달음이 각자에게 삶에 대한 깊은 충만함을 줄 것이다.


그대 자신이 행복해지고, 약자를 구원하고 싶다면 진정 선택해야할 것은 ‘평등’이 아니라 ‘자유’다.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신념을 독자들께 권한다. 타인의 삶이 보다 행복해져야 나의 삶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다 같이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평등한’ 세상 아래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세상 아래서다. 우리 각자의 삶이 진정으로 구원받기를. /손경모 자유인문학회 회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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