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양동안 한국학 중앙 연구원 명예교수는 '현대공론' 8월호에 ‘우익은 죽었는가?’를 발표해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어떨까? '좌익'은 '진보'로, '무장 투쟁'은 '민주화'로 포장되며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추앙받는 시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6일 오후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다시 묻는다,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양동안 한국학 중앙 연구원 명예교수,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동호 연세대 신학과 교수,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양동안 한국학 중앙 연구원 명예교수는 "내가 '우익은 죽었는가?'를 쓴 것은 우익 성향의 정치 엘리트, 지식인,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면서 "당시 나는 10년 내외에 한국에서 사회주의 혁명 혹은 그에 가까운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혁명 비슷한 사태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동안 교수는 "다행히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당시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동구 공산권 붕괴라는 엄청난 요인이 일어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동안 교수는 "그런데 내 글은 우익 성향 인사들에게는 미미한 충격밖에 주지 못했다. 고작 대응책으로 마련된 것이 경찰 산하에 공안문제연구소를 만든 것과 일부 기업가들이 추렴하여 '한국논단'이라는 잡지를 창간한 정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양동안 교수는 유력 인사들을 만나 좌익동향 및 대응책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와 좌익에게 정면으로 대결하는 월간 이론지 창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 연구소와 중도·사민주의 지향적인 잡지인 '한국논단'밖에 창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동안 교수는 "한국논단과 공안문제연구소를 빼놓고는 뚜렷한 반응이 없었다"면서 "우익 인사들을 각성시키려는 나의 목적은 전혀 달성되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동안 교수는 당시 문제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양동안 교수는 "첫 번째 원인은 우익 인사들이 좌익의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이라며 "좌익은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전개하며 그것을 민주화 투쟁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들은 반미투쟁을 전개하며 자기들의 입장은 반미가 아니라 용미라고 거짓 선전하기도 했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지식인과 공무원까지도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양동안 교수는 "두 번째 원인은 좌익세력의 팽창과 공세에 대한 나의 경고를 믿고 싶지 않은 대중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당시 대중과 지식인, 공무원들은 '남한 땅에 사회주의 혁명 세력이 큰 규모로 존재한다면 재난이 초래될 것'이라고 걱정해 좌익 세력의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것이 낫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양동안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우익 진영도 좌익·좌경 세력의 대한민국 지배를 저지할 마지막 순간에 몰려있다"면서 "사정이 다급해졌기 때문에 그 때보다 더욱 참담한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우익은 죽었는가'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동안 교수는 "좌익 세력이 좌경 세력과 결합해 사상적 정체를 감추고 각 분야, 각 진지에 파고들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좌익 세력이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공산주의자라는 점이 노출되면 우리 국민의 반공 의식이 자극돼 그들의 헤게모니는 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동안 교수는 "우익·애국세력이 그런 뒤집기를 해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면서도 "그 가능성의 판단 기준으로 최근 우익·애국진영에서 제기한 용어 전쟁에서 우익의 조반공세가 성사되느냐로 보고 있다. 용어전쟁에서 우익 진영의 반격이 어느 정도 전개되면 그것을 문화 전쟁으로 확산시켜 정치권의 좌익 헤게모니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조우석 문화 평론가는 "'우익은 죽었는가?'를 발표 28년 만에 다시 읽어보며 오늘을 가늠해보자는 뜻이 우선이겠지만, 양동안 선생을 우리 시대 사상의 스승으로 재평가해야 하는 당위성도 절실하다"면서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한국사회는 엄연히 반역 지식인에 불과한 리영희에게는 무한찬사를 보내는 얼빠진 행태를 연출해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냉전 시대에 짧고 파편화된 지식과 정보를, 매우 선동적인 방식으로 불어넣어 지식 사회에 해악을 끼친 최악의 선동꾼을 떠받들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참지식인 양동안을 포함한 우익 지식인들을 표적 삼아 인격살해를 서슴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지식 사기꾼 리영희를 두고 상당수 사람들은 우리 시대 사상의 은사(恩師)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은혜에 넘치는 참스승이라는 소리가 얼척없고 가소로울 뿐"이라며 "실제로 1999년 ‘연세대 대학원 신문’이 20세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그를 선정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평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리영희에 비해 양동안 교수의 지적 편력과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옹호 활동은 예사롭지 않다. 실은 이 둘을 동일선상에서 맞비교해야 하는 것조차 나는 유쾌하지 않다"면서 "다만 대한민국의 건전한 사상과 이념 유지에 해악이 되었느냐, 도움이 되었느냐를 잣대로 한 번은 따질 필요가 있다. 리영희의 경우 '사상 오염의 원흉'이 맞다. 그 점은 단언할 수 있으며, 그를 아직도 우상으로 삼는 바보들에겐 당신들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지식 불구자라고 기꺼이 지적해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우석 평론가는 "양동안 선생을 포함한 스타 지식인들을 우리 시대 사상의 스승으로 보다 더 띄우고 재평가를 하자는 제안은 '당해왔으니 되갚자'는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 정보 홍보전' '우익의 권토중래' 없이 대한민국의 치유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토론자인 이동호 캠페인 전략연구소장은 "1988년 당시 본인은 서총련 연대 사업국장 겸 전대협 연대 사업국장이었다. 연대 사업국은 학생운동을 대표해서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청년운동, 정치권 등과 연대활동을 벌이는 것을 주 임무로 삼는 조직"이라는 자기소개로 토론을 이어갔다.
이동호 소장은 "공산주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전선 활동이다. 즉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연대 사업국은 이런 통일전선을 벌이는 전대협의 핵심조직"이라고 밝혔다.
이동호 소장은 "당시 좌익 운동권 지도부는 양동안 선생의 글을 접하는 순간 뜨끔했다. 좌익 세력의 실체를 너무도 정확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좌익세력의 실체가 대중들에게 정확히 폭로되는 순간 대중적 기반을 잃어버릴 것을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이동호 소장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좌익 운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좌익 진영은 순식간에 대중들로부터 고립되어 공안기관에 의해 맨몸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혁명운동의 본질은 대중을 먼저 얻는 것이다. 즉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호 소장은 "양동안 선생의 우익 운동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좌익과의 싸움은 사상의 싸움이다. 사상의 싸움에는 역사 투쟁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좌익 세력이 역사 투쟁을 중시하는 것은 사상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사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호 소장은 “1988년 당시 학생 운동 지도부는 양동안 선생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좌익세력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항의 전화 걸기를 통해 양동안 선생의 주장을 소개한 해당 언론사의 업무가 마비되도록 했다”면서 “양동안 선생 개인에 대해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대착오적 인사로 매도했다. 양동안 선생의 의견에 동조한 사람들이 감히 의견을 말하지 못하게 사전 봉쇄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양동안 선생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털어놨다.
다음 토론자인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양동안 교수의 옛 글을 우리가 다시 읽고 토론하는 이유는 그 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신중섭 교수는 "당시에는 이 글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지금 읽어보니 이 글은 상당한 통찰을 담고 있었다"면서 "1988년에는 체육관에서의 간접 투표가 아니라 직접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였지만 3김의 분열로 사람들은 결국 군사정권이 연장되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양동안 교수와 달리 어떻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달성할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좌익이 준동해 '좌익이 정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모두를 좌익 정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양동안 교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앞서 두 좌익 정권의 출현을 예견한 것이 된다. 뿐만 아니라 ‘신우익’ 세력의 궐기를 요청했는데 실제로 ‘뉴라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중섭 교수는 "양동안 교수는 글에서 '우익의 궐기는 정부도 군부도 주도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민간 우익 세력만이 주도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우익 세력이 좌익을 제압하지는 못했지만 글대로 실제로 민간 우익 세력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교수는 “다만 당시 양동안 선생이 '우익은 죽었는가?'라고 묻는 것을 보면 ‘우익이 존재했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당시 '누가 우익이었는가'라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거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국민 다수가 '내가 우익이다'라는 자의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동안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우익이 해야 할 일'은 민간 단체나 개인이 할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은 "당시 양동안 선생은 광주사태와 6·29 선언으로 인한 좌익 세력의 극성과 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우익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고발했다. 너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고발했기 때문에 좌익 세력의 공적(公敵)이 되어 극심한 공격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좌익들이 공격한 이유는 자신들의 결정적인 전략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노출시켜 적나라한 비판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문제는 양동안 선생의 글이 발표된지 30여 년이 흐른 오늘날도 대한민국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현재는 1988년 보다 더 심각한 좌익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땅의 가진 자들은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양보를 했고 타협을 했다. 그것을 '리버럴'로 위장하고 "그렇게 양보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우익 세력을 골탕 먹이는 데 앞장서 왔다"고 지적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사회주의 체제가 현실화 되는 것이 두렵다면 벌벌 떨고만 있는 것 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깨어 있는' 소수의 우익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제안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첫째로 좌익들의 금과옥조나 다름없었던 선전선동 수법을 우리가 배워 강력한 무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그 동안 세계를 뒤흔들었던 레닌과 스탈린, 모택동의 선전선동 수법과 히틀러와 나치 등의 선전선동까지 배워 강력한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두 번째로는 가진 자, 권력자와 같은 힘 있는 좌익들의 부패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면서 "과거 좌익들은 잃을 것이 없었기에 용감하게 싸울 수 있었다. 지금은 그들이 가진 자, 기득권 세력,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에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부패의 허점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의 부패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도덕적 권위를 허물어 민낯을 드러내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셋째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우파의 결정적 취약점은 공부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공부를 하지 않으니 이론적으로 취약하고 이념 싸움, 논리 싸움에서 결정적으로 밀린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소수'들이 팜플렛, SNS, 우파 언론 등을 통해 복잡한 이론을 쉽게 풀이해 전략적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마지막으로는 돈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삼 편집장은 "싸우기 위해서는 군자금이 필요하다"며 "깨어있는 소수의 활동을 돕기 위해, 아스팔트에서 싸우는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돈을 내야 한다. 베트남처럼 망한 다음에 후회하기보다는 있는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사실을 홍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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