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공짜 점심은 없다"…이승만·박정희에 씌어진 굴레

자유경제원 / 2016-07-20 / 조회: 7,429       미디어펜
이승만 대통령 서거 51주년과 2016년 대한민국

1. 세장의 사진

  
▲ 대한민국은 1948년에 태어난 새로운 나라다. 이 새로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다./사진=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


이 세 장의 사진을 놓고 같은 나라라고 설명하는 것은 하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그런 일이 진짜로 벌어졌다. 우리는 사는 이 땅에서 그것도 겨우 68년 만에. 인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 출발에 우남이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쉽게 망각된다. 슬프거나 분하지는 않다. 다만 한심할 뿐이다.

기분 같아서는 마지막 사진을 두 번째 사진으로 돌려놓고 싶다.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민족, 감사를 모르는 민족,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는 나라는 자유와 번영을 누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자유원에서는 ‘산타 이승만’이라는 주제를 놓고 그가 대한민국의 선물한 일곱 가지를 심도 깊게 분석했다.

자유주의 정신, 건국, 공산화와 맞서다, 농지 개혁, 교육 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 해양문명의 건설이 선물의 리스트다. 전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일등 공신들이다. 그러나 선물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당연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거나 빛을 잃었을 것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고 전쟁의 역사는 동맹의 역사다. 한편 그 나라가 어떤 나라와 동맹을 맺었는가는 세계사적으로 보아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물론 친한 나라끼리 동맹을 맺는 것이 동맹의 제 1의 원칙은 아니다. 동맹은 같은 적을 두고 맺는 것으로 친소親疎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제 2의 원칙은, 그렇다하더라도 대체로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끼리 맺는 것이 동맹이다. 이 경우 동맹은 그 기한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한미동맹은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체결된 후 63년째 그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자유와 번영이다. 이 동맹을 맺기 위해 우남이 제시한 것은 휴전협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달랑 그 조건 하나뿐이었다. 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침략을 받으면 의회 승인 없이 개입 결정 가능) 한 쪽의 모든 수혜를 차지하는 이런 동맹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이다. 한미동맹을 놓고 ‘신의 한 수’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 아깝지 않은 칭찬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 그리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운영되는 국가다. 

2.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우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선’이고 하나는 '코리아’다. 조선에 방점이 찍힐 경우 민족이 최고 가치가 된다. 조선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지속되는 역사로 이 경우 최상의 덕목은 통일이 된다. 코리아로 정체성을 설명할 경우 조선시대, 일제시대와는 확연하게 단절되는 나라가 된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태어난 새로운 나라다. 이 새로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세워졌다. 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다. 그 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중심이 되었던 인물이 우남이다. 되는대로 채택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바였고 결사적으로 추진하여 성공을 거뒀다. 배재학당에서 우남은 자유, 민주주의, 공화제, 기독교, 시장경제, 무역, 통상, 자본주의, 국제 법, 개방 등의 개념에 눈을 떴다. 그리고 우연찮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개념들을 눈으로 확인했다(한성감옥에 안 들어가고 국제정치에 매몰되었다면 또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우남은 한국을 그런 가치가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토대를 닦았고 다행히 후계자가 나쁘지 않았다. 선두주자는 미국이 가진 장점을, 후발 주자는 근대 일본의 장점을 이 땅에서 실현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만약 농업 국가를 신생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로 노정했더라면 세 번째 사진은 우리에게 없었을 것이다. 우남雩南-중수中樹로 이어지는 성공벨트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 어느 나라나 건국일이 있고 건국 대통령이 있다. 심지어 건국의 아버지가 다섯 명이나 되는 나라도 있다. 이 '어느 나라나'에 포함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사진=연합뉴스


3. 공짜 점심은 없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자유와 민주주의는 종종 유보되었으며 인권은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다. 성공이 크면 그늘도 크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는 중이다. 그 대가의 첫 번째가 우남에 대한 평가절하와 매도다. 독재자, 친일파, 분단의 원흉이 우남에게 씌워진 죄명들이다. 그러나 모든 선한 것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민주주의가 사치재라는 사실을 그것을 실현하기 전까지 어찌 알 수 있었을까. 공功은 물로 쓰고 악행은 청동으로 새긴다는 말이 있다. 우남을 놓고 쓴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울림이 깊다. 게다가 주자학과 명분론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주자학의 세계는 wright와 wrong으로 나눠지는 흑백 세상이다. 이 경우 5.16 혁명은 wrong이다. 쿠데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박정희의 설 자리는 없어진다.

명분론의 세계관이 전근대적 세계관이라면 근대적 세계관은 good과 bad로 가치를 판단한다. 내게 좋았으면 그게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이다. 실용주의적, 공리주의적 관점이다. 박정희의 5.16은 한반도에 제대로 된 철기시대를 열었고 중공업의 나라를 탄생시켰다. 근대적 세계관인 good과 bad로 보면 5.16은 좋은 것이 된다. 물론 명분론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만.  

어느 나라나 건국일이 있고 건국 대통령이 있다. 심지어 건국의 아버지가 다섯 명이나 되는 나라도 있다. 이 ‘어느 나라나’에 포함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런 이상한 나라의 끝이 좋았던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먼 훗날 세계는 대한민국을 이렇게 기억할지도 모른다. 지력이 떨어지는 국민이라도 지도자를 잘 만나면 잠시 잠깐은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던’ 나라. 

4. 결론에 대신해서

우남 서거 51년(1965년 7월 19일)을 맞는 대한민국은 복잡하다. 국제정세는 해방 당시만큼 긴박하게 돌아간다. 성장의 동력은 사라졌고(당장은 그렇게 보인다) 부의 쏠림 현상으로 공동체는 붕괴직전에 세대 갈등은 지역갈등, 이념 갈등보다 더 심각하게 나라의 목을 조르는 중이다.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는 뛰어난 지도자를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은 이런 뛰어난 지도자가 연달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게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고 새삼 우남에게 고마운 이유다. 첫 번째 그림을 보면 다시 한번 우남이 얼마나 뛰어난 지도자였는지 알 수 있다. ‘산타 이승만’이 아니라 우남 자체가 선물이었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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