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25일 오전 10시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양립할 수 있는가? 미국과 한국 비교'라는 주제로 해외 석학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랜들 홀콤(Randall G. Holcombe) 美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와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홀콤 교수는 이날 서양의 초기 번영은 대중영합으로 흐를 수 있는 ‘민주주의’ 속성을 자본주의와 헌법이 제한한 결과라며 민주주의 자체는 ‘다수에 의한 횡포’라고 정의했다. 또 민주주의가 '대중의 의지(the will of the people)'만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경우 국가를 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홀콤 교수는 "민주주의가 대중의 의지를 실현하는 방식이 되어버리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며 "다수의 힘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정부 권력을 이용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홀콤 교수는 또 “민주적 절차를 이용한 소수가 이득을 얻기 위해 정부 권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면서 "이들 또한 다수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홀콤 교수는 이날 제한받지 않는 '무제한적 민주주의'를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홀콤 교수는 “제한적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가 서구 번영의 핵심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헌법상 제한이 약화됐다"며 "정부가 대중의 의지를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민주화 됐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적 자유는 타협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건국 당시 국민은 정부의 역할을 ‘개인의 권리 보호'로 한정했다"고 지적하며 "20세기부터 태동한 진보주의 운동이 정부를 팽창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보주의 운동과 정부 팽창, 개입 결과로 국민의 경제적 복지까지 권리로 판단하게 됐다”면서 “정부가 국민 경제까지 간섭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기반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홀콤 교수는 "한국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미국의 진보주의 운동과 비교할 수 있다"면서 "두 움직임 모두 민주주의의 과잉성장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대로 정책이 흐른다면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온 시장경제의 토대마저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교 교수는 “의회 민주주의 본래의 취지인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만이 헌법에 의한 제한된 정부를 실현하는 정치체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영 교수는 “다수에 의한 폭정이 헌법에 의해 제한된 정부에 의해 제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영 교수는 영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마그나 카르타’ 이후 왕권을 제한하며 발전한 의회 민주주의가 법질서 안에서 사유재산권 보장과 법치로 시민과 시장의 자유 확산에 힘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영 교수는 “그러나 의회 민주주의는 왕의 권력을 견제해 1인 절대권력을 사라지게 했지만 선거의 도입과 대중 투표권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수에 의한 폭정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특정 이익집단들이 정치적으로 득세하며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결과 정부 정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게 돼 경제가 나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인영 교수는 “한국 정치를 보면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각종 이익집단의 요구에 따라 정치권이 경제를 제약하는 입법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더욱 더 침체의 길로 들어서는 현상과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종인 대표와 야당이 경제 민주주의와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문제의 핵심은 정치가 배제적 경제제도를 만드는데 앞장선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근거한 대기업의 통제,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 배제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노조가 좌우하는 노동정책, 국제 추세와 어긋나는 무리한 법인세 인상 등이 있다"며 "이는 포용적이 아니라 배제적인 정책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번영에 실패한 舊소련, 쿠바, 북한을 예로 들며 “모두 소수가 다수로부터 자원을 착취하는 등 사유재산권을 보장해 주지 못하거나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 체제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김인영 교수는 “사회민주주의가 말하는 평등은 한 번은 될 수 있지만 계속되게 되면 모든 경제적 이익 창출을 막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포용적 정치경제제도와 시장 확장적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인영 교수는 시장 확장적 정부란 "사유재산권을 창출하고 보호하며, 계약이행을 보증할 만큼 강력하나 (정부)자체의 활동으로 이들 권리를 빼앗지 않도록 제약되는 정부"라고 설명했다.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나의 일을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일을 결정하는 것으로 두 제도는 '완벽한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홀콤 교수가 지적한 ‘무제한적 민주주의’를 비판했다.
황수연 교수는 “민주주의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문제들을 민주주의로 결정한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정부가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에 개입하는 무제한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경제적 번영의 저해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연 교수는 “권리는 특권이나 특혜와 다르다”며 “최저 임금, 유급 휴가, 동등한 보수, 무료 교육은 권리가 아니다”며 “보편적이지도 않고 포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최저 임금제도를 객관적으로 보면 기업주가 원하지 않는 임금일 뿐만 아니라 기성 근로자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이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국한된 작은 정부였을 때는 문제가 없었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발달했으며 국가가 부유해졌다”며 “미국도 19세기 후기부터 진보주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정부의 역할을 국민들의 자유, 권리를 보호를 넘어 국민들의 이익, 경제적 복지도 돌보는 것으로 확대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민주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 민주화를 통해 국민들의 이익, 경제적 복지를 돌볼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지만 이것은 특정 집단에 대한 특권과 특혜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교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장된 재산권 아래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제한적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그러한 권리가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황수연 교수는 “헌법적으로 권한이 제한된 정부가 생긴 결과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번영”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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