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3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대한민국 건국 68주년을 기념하는 연속세미나 '대한민국 건국 68주년: 우리는 누구인가?'를 개최했다.
3일 연속 이뤄지는 '대한민국 건국 68주년'의 첫 날은 '대중문화로 본 대한민국 68년'를 주제로 했다.
토론회는 총 2부로 이뤄졌다. 1부 주제는 '대중가요'로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발제를 맡았다. 2부 주제는 '영화'로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부 교수와 최공재 영화감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20세기 한국인은 무얼 노래하고 꿈꿨나: 대중가요로 본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민주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퇴행적 정서만 가득했던 일제하 대중가요를 송두리째 뒤바꾼 건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가능했다. 이런 분위기 반전을 가장 극적으로 전했던 것은 가수 현인이 발표했던 명곡 ‘럭키 서울’(1949)"이라고 소개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럭키 서울 안에는 웃음이 있고, 건설과 희망 속에 시민의 합창곡이 우렁찬 모습으로 묘사된다. 건국의 비전을 담은 위대한 가요"라고 평가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1960년대 대표적인 대중 가요인 김추자의 '월남에서 온 김 상사'도 호평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이 노래 안에는 말썽 많은 김 총각에서 훈장 달고 돌아온, 군인 영웅으로 변신한 의젓한 김 상사의 승리가 있다"면서 "60~70년대 집단적 부활을 경험했던 대한민국 남성들은 그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국민교육헌장처럼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근대적 인간이다. 1960년대 부활한 남성이란 구조적으로 신분제에 얽매어있던 조선의 비루한 상민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양희은의 '아침이슬'도 주요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긴급조치 시대의 이질적인 움직임이 70년대 이후 어떤 에너지로 커갈지는 누구도 몰랐지만 분수령이 된 노래는 양희은의 '아침이슬'이었다"면서 "민주화 바람 속에 대중가요가 운동권 노래로 불리기 시작했다. 유신에 반대하는 정서를 가진 이른바 민중가요가 대중가요의 판에 낀 대역습의 상황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재확인하지만 대중가요는 때론 순수문학의 시 장르보다 더 리얼하게 당시 세상을 전하는 바로미터였다"면서 "오늘 언급한 노래들은 시대의 징후를 담아내고, 대중의 마음을 추동했던 노래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화가 윤서인 씨가 1990년대, 2000년대의 대중가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타냈다.
윤서인 만화가는 "90년대로 넘어오며 대중가요는 크게 변했다. 민주화가 자리를 잡으며 저항이 급격히 퇴색되고 랩, 힙합과 같은 스타일을 강조하는 트렌디한 노래들로 변모했다"고 풀이했다.
윤서인 만화가는 "2000년대가 된 이후 요즘까지 대중가요는 가사에 의미가 없다. 심지어 문법·문맥까지 파괴한 가사를 컨셉으로 한 그룹도 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국어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비판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서인 만화가는 "이런 현상은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사실 노래에는 정답이 없다. 노래는 그냥 노래다. 흥얼흥얼 즐거우면 그저 허밍만 해도 되는 게 바로 노래다. 지금은 뭔가 거창한 긍정의 주입이나 저항을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 흥얼흥얼 즐거우면 되는 그런 시대"라고 설명했다.
윤서인 만화가는 "현재는 최첨단 스마트 기기로 노래를 듣는 시대, 화려한 스피커들이 집집마다 갖춰져 있고 스트리밍 음원으로 언제든지 듣고 싶은 곡을 들을 수 있는 시대"라며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많은 것이 변했고 모든 것이 편해졌고 그렇게 흘러간다. 탓할 것도 없고 비판할 것도 없는 게 대중가요다. 지금은 물질적 정신적 풍요가 불러온 자유로운 대중가요의 시대"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송지연 우송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범부(凡夫)들의 진솔한 정서는 대중가요에 잘 드러난다"면서 "대중가요를 통한 선명한 시대별 특징의 대비는 정치관이나 세계관의 차이를 떠나 누구든 납득하기 쉬운 논의"라고 풀이했다.
송지연 교수는 이전에 자신이 발표한 논문 '한국 근현대 소설사의 패러다임'을 예로 들며 대중문화를 설명했다.
송지연 교수는 "단적으로 소설은 가요보다 더 심각하고 우울하다. 소설은 더 고통스러운 사건을 보여주고 억압받는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순간의 감정을 노래하는 대중가요보다는 더 실제의 행위들을 기록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송지연 교수는 "예를 들어 식민지 현실의 울분, 전쟁 후의 무기력한 인간상이라는 단순한 문구들로 문학을 파악하게 한다"면서 "누군가 일부러 악의를 가지고 가르치지 않는다 해도 정형화된 권선징악적 이야기 프레임 안에서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송지연 교수는 "조우석 평론가의 발제처럼 68년 간의 대중가요 속에서 서울, 도시, 젊음, 물질, 상승, 희망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물리적 성장이 중요한 시대이니만큼 약동하는 모험적 남성성의 가치를 찾아내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 적절한 분석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지연 교수는 "2000년대로 넘어오면 대중가요를 어떤 문학적 텍스트로서 뽑기에는 난해하다"면서 "오히려 아이돌 산업의 흐름이나 케이팝(K-POP)의 위상, 작사·작곡 방식의 변화 등 단 하나의 텍스트보다는 주제별·유형별로 나누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우석 평론가의 프레임을 참조해 지금 우리 대중가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으로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토론회 2부 '영화'에 대한 발제는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용남 교수는 "영화는 시대의 거울이며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라는 형상(形象)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질료(質料)로 만들어진다"면서 "그런 만큼 영화를 통해 시대와 사회를 읽는 작업은 재평가와 재해석의 재미를 전해준다. 영화는 다양한 맥락의 접근이 가능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용남 교수는 "최근 한국영화는 민중과 민족의 개념을 상품화하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잘 흡수되고, 잘 팔리기 때문"이라며 "그 배경에는 역사교육이 자리하고 있으며, 편향된 역사교육이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길러내는 교두보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남 교수는 "지난 30년간 좌파 세력들이 학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언론계를 넘어 정계까지 장악하면서 자신들의 시각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재단하여 교과서로 청소년들에게 보급했다"면서 "그들은 문화·예술과 역사교육의 선동을 통해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미래권력을 획득했다. 다시 말해 잘 훈련된 집단적 수용자로서의 좌파 대중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용남 교수는 "거기에 민중영화 세력들이 영화계의 기득권으로 등장하며 그들은 더 이상 눈치 볼 것이 없어졌다. 뿌리기만 하면 거둔다"면서 "그러나 자신들의 위선을 가려줄 가면이나 포장지가 필요했다. 바로 그것은 민중, 민족이라는 허상의 감성개념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남 교수는 "더 이상 감성팔이에 속지 말아야한다. 영화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따라서 영화는 태생적으로는 좌파 매체가 될 수 없다. 최근 한국영화에 나타나는 민중, 민족의 주제나 소재는 이윤 창출과 패권 확대를 위한 명분이고 기만적 위장술일 뿐"이라며 "그들이 영화에 담아내는 '인권, 자유, 민족, 평등, 정의, 민중' 등은 그들의 진심이 아니며 모두 위선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2015년 대한민국 영화산업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다. 전체 극장관객 수는 무려 2억 2,000만 명이었다"면서 "이는 생산인구 3,500만 명이 연간 6편 이상을 관람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영화 산업이 전성기를 누렸다던 1969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호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남정욱 교수는 "영화는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가면서 지금의 호황을 누렸다. 처음에는 TV였고 지금은 게임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스마트 폰이나 집에있는 IPTV가 될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싸움에서 질 것 같다"면서 "그러나 극장이라는 유통에서 지는 것이지 영화 자체가 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거대한 스크린에서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을 관객들이 그렇게 빨리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남정욱 교수는 "이미 영화는 여가를 즐기는 프로세스 중의 하나가 되었고 가격 대비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를 맡은 최공재 영화감독은 "한국의 전쟁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가 있다. ‘반공영화’냐, ‘반전영화’냐"라며 "재미있는 것은 반공영화에 대한 규정은 명확한데 반해 반전영화는 다시 ‘분단영화’, ‘민족주의 영화’, ‘민중영화’ 같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영화적 형식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공재 감독은 "그 이유는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그나마 영화 사조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반공영화 뿐이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순수한 반전영화가 아닌 이념적 의도를 가진 영화를 가지고 속이려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공재 감독은 "영화계에 운동권들이 잠입하기 시작하던 80년대 중반부터 민족주의·반미영화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영화계를 서서히 장악한 그들은 반공영화를 난도질하면서 ‘반전’으로 포장한 민족주의, 반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공재 감독은 "그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좌파 성향 언론들이 왜 그토록 ‘인천상륙작전’을 비판하는지는 반공영화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다시 우파는 ‘반공영화’를 말해야 한다. 반공영화의 영화적·역사적·이념적 논쟁을 끌어내야 한다. 우파에겐 '반공영화'라는 한국영화사의 족보가 있다. 아직도 남과 북, 그리고 영화계는 전쟁 중"이라고 주장하며 토론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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