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원책의 새論 새評] 누가 상앙인가?

자유경제원 / 2016-08-04 / 조회: 8,286       매일신문

강한 법 시행으로 진나라 강국 만든 상앙

끝내 자신이 만든 법에 비참한 최후 맞아

이해충돌방지 조항 없어진 ‘김영란법’

부패 싹 자를 힘 없는 누더기 법에 불과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이란 게 있었다. 1969년 1월에 만든 법이다. 이 법률은 당시 사회문제가 되었던 허례허식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제정됐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물론 집안의 제사나 회갑연 같은 사적 행사를 규율했다. 예컨대 결혼식 청첩장은 금지됐고 기관이나 기업체의 부고도 금지됐으며 화환이나 화분을 받거나 전시해도 처벌됐다. 심지어 경조사 때 주류나 음식물 접대도 금지됐다. 장례식은 3일장이 원칙이었고 100일 만에 탈상해야 했으며 기제사는 2대만 지내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당시로서는 큰돈인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돌이켜보면 국가가 추석 차례나 결혼식 식순에도 개입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을 보자. 진효공 때 상앙은 원래 이름이 공손앙이었는데 위앙으로 불렸다. 그는 위나라 정승 공숙좌 집안에 중서자(中庶子)라는 속관으로 있었는데, 그의 능력을 알아본 공숙좌는 죽기 전 문병 온 위혜왕에게 자신의 자리에 그를 천거하면서 만약 중용할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죽이라고 했다. 위혜왕은 그를 쓰지 않았는데 위앙은 진나라로 도망쳐 대부 경감의 천거로 진효공을 만난다. 위앙은 첫 번째 면담에서 요순시대 성군의 제도(帝道)를, 두 번째엔 옛 하나라의 왕도(王道)를 말했는데 진효공이 들은 체를 않자, 세 번째 만남에서 비로소 패도(覇道)를 말했다. 그는 패도는 제도나 왕도와 달리 민심을 거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효공은 그를 오늘날 총리인 좌서장(左庶長)으로 삼았다. 


위앙은 새 법령을 선포하기 전에 남문에다 나무를 세우고 방을 붙였다. 누구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십금(十金)을 준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상금을 오십금으로 올렸다. 마침내 한 사람이 나무를 옮기자 오십금을 주었고 사람들은 위앙이 한 번 말하면 반드시 실행한다는 것을 믿게 됐다. 위앙은 도읍을 옹주에서 함양으로 옮기고 국토를 현으로 나누었으며 세법을 도입하고 토지를 국유화했다. 남자는 분가하게 해서 인두세를 거두고, 전쟁에서 적을 죽이면 계급을 올리고 후퇴하면 참형에 처했다. 공로가 없으면 부자라도 삼베옷을 입게 하고 개인적인 일로 싸우면 둘 다 처벌했고 죄를 지으면 전 가족을 비복으로 삼았다. 대부들도 법령을 비판하면 변방의 군졸로 쫓겨났는데, 심지어 태자가 천도(遷都)와 변법(變法)을 따를 수 없다 하자 그 스승의 코를 베고 얼굴을 먹으로 떴다.

사람들은 길에서 아는 이를 만나도 입을 다물었고,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았다. 창고마다 곡식과 재물이 쌓였고 개인 간에 싸움이 없어졌으며 전쟁에는 용감해 천하제일 강국이 되었다. 진은 초를 쳐서 상 땅을 빼앗고 모든 나라를 위압해 주현왕으로부터 방백(方伯)의 칭호를 받았다. 그런데 진효공이 죽고 진혜문공이 등극하자 위앙의 권세도 끝났다. 새 왕은 즉위 이튿날 위앙을 물러나게 했다. 위앙은 변장을 하고 상(商) 땅으로 도망쳤는데 밤이 깊어 여관에 들었지만 통행증이 없어 거절당한다. 위앙은 자신이 만든 법에 자신이 걸려든 것을 한탄했다. 그는 상 땅에서 잡혀 압송된 후 오우분시되었는데 백성들이 달려들어 그 시체를 뜯어 씹어 순식간에 시체가 사라졌다.

김영란법이 곧 시행된다. 공직자 및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청탁을 받거나 직무와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접대비 상한액도 시행령에 규정됐다. 배우자가 받은 금품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여론은 이 법에 찬성하는 쪽이다. 지식인들은 이 나라를 부패에서 구해낼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부패의 싹을 자를 진짜 칼인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왜 송두리째 없앴나? 공직자든 교원이든 언론인이든 불법적인 금품수수를 막으려면 기존 법률을 개정하면 그만이었다. 굳이 김영란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해충돌방지에 있었다. 그런데 그 이해충돌의 중심에 가장 많이 서는 국회의원들이 그걸 없애고 엉뚱한 누더기 법을 만들었다. 이제 학교나 신문사에 있는 친구와 밥 한 끼 먹지 못하게 됐다. 묻고 싶다. 누가 상앙인가?

전원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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