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다 너는 대답만 해" 답정너 JTBC 뉴스룸을 고발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유명한 심리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동차 사고에 관한 영화를 보여준 후, 차가 어느 정도의 시속으로 달릴 것 같은지 질문을 던졌다. 이때 질문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A: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렸을까요? B: 자동차가 '접촉’했을 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렸을까요? 결과는 놀라웠다. A 질문을 받은 이들이 B 질문을 받은 사람보다 자동차의 속도를 더 높게 추정했다. 똑같은 영화를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의 뉘앙스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 것이다. 제시되는 질문에 의해 기억과 생각이 왜곡될 수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도 위와 비슷한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 손석희 앵커는 영화 '터널’과 관련해 배우 하정우와 인터뷰를 가졌다. 손 앵커는 “(이 영화가) 세월호를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라며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세월호 사건과 영화 '터널’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특정 답변을 유도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인터뷰란, 대상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취재 활동이다. 특정한 뉘앙스를 풍기며 인터뷰어의 생각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영화 '터널’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방송개요> ● 매체: JTBC ● 기사 제목 : 손석희 인터뷰 – 하정우 '캐스팅 0순위 믿고 보는 배우’ ● 앵커 : 손석희 ● 보도 일자: 2016년 08월 04일 (목) 오후 손 앵커는 “세월호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연관성을 떠올렸다면 그렇게 느끼게 된 현실이 슬픈 것이다”라며 김성훈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이처럼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세월호 사건을 계속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시청자와 팬들은 해당 영화를 주제로 심층 대담을 기대했을 것이다. 10분 안팎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영화배우와 인터뷰에서 시사적인 문제까지 확대한 것은 비효율적이고 요점과도 벗어난 느낌이다. 지난달 21일 공유와 인터뷰에서 손 앵커는 그러지 않았다. 아울러 재난을 소재로 한 모든 영화는 그 특성상 세월호 참사와 일정 부분 공통점을 가지기 마련이다. 영화 '터널’에만 특별하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새로울 것 없는 보편적인 관계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정치적 목적이 있을 거라는 심증이 커지는 이유다.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인 영화를 굳이 민감한 문제와 결부시켜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세월호 사건과 영화 '터널’을 연관 짓다 보니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했다. 손 앵커는 세월호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은 후 영화 관련 질문을 곁들였다. 인터뷰어의 발언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질문과 답변의 분량이 거의 비례해 진 것이다. 인터뷰에서 주인공은 바로 인터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영제, 양영철 ; 《방송뉴스》를 참고해 보자. 이 책에는 인터뷰에서 기자가 질문을 할 때 지켜야 할 준칙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10초 안팎으로 짧게 하되 핵심 단어 포함하기 △질문은 간결하게 하라 등. 손 앵커는 이러한 원칙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 앵커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인터뷰에서 '답을 정해놓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식의 질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언론인이 아닌 정치인의 모습이 언뜻 보이는 건 기우인가. /박진형 한국대학생포럼 7기 언론국 실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언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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