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인천상륙작전은 좌파 점령 영화계 우파 상륙작전

자유경제원 / 2016-08-13 / 조회: 9,212       미디어펜
  
▲ 최공재 영화감독
인천상륙작전’의 영화사적 가치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너무도 많다. 이 영화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 영화가 향후 한국영화계에 가져올 역할론에 대해 말하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할 말이 너무도 많아서 어떤 말부터 먼저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유일하게 영화사조적 형식을 갖춘 '반공영화’의 의미와 이 영화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 385 운동권 세력들이 문화권력을 장악하고 진지전을 펼치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민중/민족주의 영화들의 문제와 그들과 함께 기생해 온 한국영화 평론들의 삐딱한 시선들의 문제점들이 모두 한 뿌리에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민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한국영화의 평론문화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려한다. 내가 심형래 감독의 '디 워’ 이후 한국 영화평론에 문제를 삼은 지 딱 10년만의 일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영화사적 가치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의 영화평론가들이 왜 '인천상륙작전’을 비판해야만 하는지 알기 위해 우리는 다시 지긋지긋한 1980년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1980년, 대학을 중심으로 '전국대학생영화동아리연합’이 만들어지면서 주체사상의 이념투쟁 수단으로 영화가 사용되고 그들은 졸업 후 사회 각 층으로 뻗어 나가며 진지전을 펼친다.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은 상업영화계로 가서 민족영화의 틀을 다지고, 이념성향이 강한 자들은 독립영화계로 흘러 들어가 '푸른영상’이나 '장산곶매’ 등을 만들어 노동운동과 반국가적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상업영화 감독으로는 '정지영(남부군,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천안함 프로젝트 등)’ 감독이 있고, 한국 독립영화의 시작으로 대우받고 있는 장산곶매의 '파업전야’, '닫힌 교문을 열며’, '오, 꿈의 나라’등이 있다.

2016년 올해, 정지영 감독은 거의 유일하게 정치색이 없던 부천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됐다. 또 다른 부류로 머리가 똑똑한 사람은 대학 교수가 되어 이들의 영화를 학교 안으로 끌어오고, 그들의 영화를 체계화하여 한국영화의 이론적 틀을 바꾸어 버렸다. 

  
▲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유일하게 영화사조적 형식을 갖춘 '반공영화'다./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다이빙벨’ 논란을 일으켰던 '이용관’ 교수이며,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영화평론가’다. 그는 1990년 4월 20일 한겨레 신문에 '파업전야, 민족영화 모범 아닌가’란 칼럼을 통해 장산곶매가 만든 사회주의 노동운동 영화인 '파업전야’를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묘사하며 등장했다. 그것을 계기로 부산 경성대 교수에서 서울의 중앙대로 무대를 옮긴 그는 '한국영화를 위한 변명’ 등 그의 저서에서 민족/민중영화를 변호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장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당연히 그의 제자들은 영화계로 진출해 그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그의 지시대로 지난 대선에서 좌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영화인들의 무수한 지지선언이 뒤따랐다. 그런 이용관씨를 한겨레 신문을 이용해 키워낸 사람은 바로 '안정숙’ 기자였다. 1988년, 한겨레에 문화부 기자로 입사한 안정숙은 1999년 영화진흥공사를 영화진흥위원회로 바꾸고 난 뒤 첫 영진위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씨네21이 생기면서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2005년 드디어 제 3기 영화진흥위원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안정숙 전 위원장의 남편은 더불어 민주당의 '원혜영’ 국회의원이었던 관계로 국회에서는 영진위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대충 대충 넘어가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비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고 자신들의 입으로 외쳐대던 영화인들은 그들에게 아무 말이 없었다. 오히려 조희문 위원장이 MB정부 시절 위원장이 되자 정치적으로 편협한 인물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는 사이, 안 전 위원장은 재직시절 자신의 모회사인 씨네21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월간지 및 온라인잡지 발행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며 수십억의 이윤을 챙겨줬다. 그리고 MB정부의 태동 전에 그는 잔여임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영진위원장 자리를 물러나버린다. 가장 전형적인 영화정치꾼의 형태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정계와 연합한 영화권력들은 언론과 영화계를 장악하며 자신들의 이념을 확고히 대중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에 바로 '씨네21’이 있다.

1995년 창간한 씨네21은 당시 영화주간지의 인기를 등에 업고 업계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씨네버스’, '무비위크’ 등 다양한 영화잡지들이 만들어지면서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영화평론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영화전문 기자들도 그렇게 늘어났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런 호황은 끝이 났고 일거리를 잃은 이들은 씨네21로 모여야만 했다. 그러자 씨네21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으며, 영화 평론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은 이 곳에 눈치를 보며 봐야만 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에 들면 공공기관장 자리도 선뜻 챙겨주니 성공하기 위해선 그들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만 했던 것이다.

  
▲ 인천상륙작전 평점, 평론에 대한 세간의 논란은 385 운동권 세력들이 문화권력을 장악하고 진지전을 펼치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민중/민족주의 영화들의 문제와 그들과 함께 기생해 온 한국영화 평론들의 삐딱한 시선들의 문제점을 낱낱이 들추어낸다./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씨네21 출신들이 어떻게 진출되어 있는지 대충 훑어보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겨레 신문 기자 출신으로 1대 씨네21 편집장이었던 '조선희’는 2006년에 영상자료원 원장을 거쳐 현재까지 서울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가 지난 5월 사표를 제출했다. 영상자료원과 서울문화재단은 문화계에서도 완전 보직으로 소문난 곳이다.

2대 편집장인 안정숙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되었고, 3대 편집장이었던 허문영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시네마떼크 부산’의 원장으로 있으면서 부산영화계를 좌경화 하는데 이용관과 함께 앞장 선 인물이다. 5대 편집장이었던 남동철씨 역시 강동원과의 영화제 갑질 논란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씨네21 출신들이란 점 외에 '영화평론가’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씨네21도 온라인의 발달과 함께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씨네21i’라는 회사를 만들어 온라인 영화유통의 독과점을 이루기 시작하며 생명을 연장시킨다. 웃긴 것은 자신들이 그렇게 독과점을 하면서 기업의 독과점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씨네21은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기 시작한다.

한겨레 문화부 기자 출신이 아닌 정치부 출신의 기자가 편집장으로 오기도 하면서 이젠 아예 노골적으로 씨네21을 영화로 포장한 정치잡지화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씨네21은 한국영화를 이용한 대중선동의 최전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게 되었고, 그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폐쇄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변하게 된다. 올해 정확히 20주년을 맞은 씨네21은 그렇게 완벽하게 한국영화 평론계를 비틀어 버렸다. 그러면서 그들은 '듀나’, '황진미’, '박평식’, '허남웅’ 등의 평론가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중, '듀나’는 얼굴 없는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다수의 신도들(?)을 데리고 다니는 평론가가 되었고, 스크린쿼터와 괴물 논란 등에서 자신은 숨은 채 선동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까칠한 영화평으로 유명한 '박평식’ 역시 교묘하게 자신의 평 안에서 영화를 만드는 자들과 관객들 모두를 비웃으며 사회주의 엘리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노골적으로 걸출하게 평론가로 만들어낸 인물은 바로 '황진미’라는 사람이다. 평론가라고는 하지만 영화평론 책이라곤 하나도 없이 그가 쓴 책이라고는 '세월호’를 주제로 다룬 '사회적 영성’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제국의 변호인, 박유하에게 묻다’라는 책이 전부다. 또한, 제주 강정마을에서 열린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아주 전형적인 386운동권의 틀 안에서 놀고 있으며 그는 아직도 자신의 트위터에 정의당과 녹색당 등의 글들을 리트윗하며 노골적인 정치적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사람이니 이번 '인천상륙작전’의 영화평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대가 뒤로 가니 영화도 역행한다’는 시대적 애매모호함을 드러낸 '허남웅’ 역시 좌파 선전선동의 선두주자인 김어준의 '딴지일보’ 출신이다. '듀나’를 비롯해 이들의 특징은 자신들이 매우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의 특성인 엘리트주의는 이들에게도 뿌리깊게 박혀 있다. 황진미 빼고. 그런 관계로 '듀나’는 얼굴을 숨긴 채 평론가라면서 신비주의를 지향하고, '박평식’씨는 관객과 창작자들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채 매우 불친절하게 영화를 평하며, '황진미’는 여전히 세상을 뒤집을 투쟁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고, 허남웅은 딴지일보 출신답게 비꼬는데 선수다. 지금까지 이념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몇 편의 영화평들을 비교해보면 그 답은 쉽게 나온다.

  
  

  
  

  

2010년, 21세기 최초의 우파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재한 감독의 '포화 속으로’가 개봉했을 때 씨네21의 충실한 홍위병들은 위와 같이 이 영화를 맹비난했다. '겉멋 상륙, 작렬’이라고 '인천상륙작전’을 비하했던 박평식은 역시나 이번에도 '겉멋 속으로’라고 똑 같은 평을 했고, 황진미 역시 그의 태생답게 매우 정치적으로 '뉴라이트 사관에 빛나는 반공영화’라며 이 영화를 조롱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대척점에 서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평은 어떤지 보자. 박평식은 '절제력이 아쉬운 즐겁고도 우울한 몽상’이라면서 6점을, 황진미는 '분단과 정쟁을 딛고 통일과 평화로 나아가는 판타지의 힘!’이라며 무려 별 9개를 주었다. '허지웅’ 같은 평론가는 구역질이 나온다고 말을 했고, 황진미는 역시나 '산업화 세대의 정치적 반동성을 탈색한 채 부르는 헌창’이라는 말로 정치적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런 시선은 '연평해전’이라고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그 문제는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눈초리가 역력했다. 국제시장으로 한번 카운터를 맞은 경험이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황진미는 '왜? 라는 질문의 결여로, 선빵의 중요성만 부각된다’는 평으로 이도 저도 아닌 평을 하면서 웬일로 '인천상륙작전’보다 훨씬 못 만들었던 '연평해전’에 평점 6을 준다. 영화 '변호인’에게 황진미가 '87년 체제 끝자락에서 되새기는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이라는 극찬을 보내며 별점 8개를 준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물론 영화가 아닌 그저 정치적 발언이다.

재미있게 확인해 봐야 할 사실은 이런 평론가들의 글이 아닌 일반 관객들의 리뷰와 반응이다. 위에서 말한 영화들의 리뷰들을 보면 관객들이 평론가들에게 내뱉는 불만들이 꼭 등장한다. 영화평론적으로만 보면 굳이 이런 분류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애매하지만 분명한 두 가지의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지 말라는 평론가들의 변명은 자신들 평론에서도 이미 드러나 있듯 정치적이고, 그런 프레임으로 영화를 비판할 때마다 관객들이 그런 평론가들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 기자출신의 이동진 평론가의 변명은 한편으로는 구차하게 보인다. 자신이 비정치적이라고 하려고 한다면 영화/평론계의 정치화에 대한 의견을 조선일보 기자 출신다운 시선으로 영화비평보다 먼저 비평계의 비평이 선행되어야 한다. 똥물 속에서 나만 깨끗해요~ 라고 해봤자 믿어줄 사람 없다는 것을 그는 모를까? 누가 뭐라 해도 이동진은 조선일보의 기자 출신이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평론가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관객의 시대적 변화’다. 누구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기 전에는 지금처럼 다수가 아닌 몇몇의 마니아들과 성인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고, 정보를 원하던 그들에게 평론가들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들어 온라인에서의 영화정보가 넘쳐나고 멀티플렉스로 인해 누구라도 쉽게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세뇌되지 않은 관객들이 넘쳐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례로 UIP 직배반대운동이 벌어지던 1990년에는 관객들이 영화인들의 손을 들어줬고, 헐리웃 영화가 개방됐지만 한국영화는 오히려 더욱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그 경험이 있던 영화인들과 영화에 기생하던 언론 및 평론가들은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시위에서 똑 같은 행위를 번복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제 한국영화는 충분히 자생할 능력도 되었고, 그래야 한다고 영화인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오히려 비난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대중음악계에서 '김창완’씨나 '신중현’씨가 영화인들에게 그만 좀 하라 했을 정도였다.

  
▲ 누가 뭐라건 지금 한국의 영화계는 전쟁 중이며, 어찌 보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전쟁 시기다. 황진미나 허남웅처럼 철 지난 386운동권 이념 속에서 허우적대는 영화비평들 역시 이제 끝났다./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그런데, 영화인들은 오히려 그런 관객들과 음악인들을 영화를 모르는 자들로 폄하하며 난데없이 한미FTA 반대 및 평택에서 농민들을 앞에 두고 SOFA협정 반대 시위에 동참을 한다. 최민식씨의 훈장반납과 평택에서의 농민들에게 한 큰절은 그런 그들의 편협함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 편협함에 치를 떨던 관객들은 한국의 영화평론과 언론들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한국 최초로 평론가와 관객들의 한판 전쟁이 펼쳐졌다. 그것이 바로 2007년, MBC 100분토론에서도 다뤘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 논쟁이었다.

'디 워’ 논쟁은 한국영화사에 그 의미가 매우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처음으로 관객들이 평론가들의 평점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들을 비판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채웠던 심형래에 대한 추억과 나이가 들어 자신의 자식들과 그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열광했다. 한국의 '월트 디즈니’같은 영화에 한국관객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추억이 평론가들에 의해 깡그리 무시가 되자, 관객들은 스스로 일어섰다.

당시 진중권(평론가라고는 하지만 뭐 하는 사람인지 도대체 모르겠다.)은 “평론가들이 소신 있게 평론하게 내버려두라!’는 말을 했다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욱 공격을 당한다. 관객들이 바로 평론가들에게 바라는 것이 소신 있게 평론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인터넷을 뒤져 다음과 같은 자료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내러티브는 없지만 CG만큼은 확실한 영화 ★★★★☆
CG는 훌륭하지만 내러티브는 형편없는 영화 ☆

이게 한 평론가가 쓴 전혀 다른 영화평인데 앞뒤만 바뀌었다. 위에 것은 '트랜스포머’고, 아래 것이 '디 워’에 대한 영화평인 것인데, 이걸 평이라고 한 거다. 내용상으로는 똑 같은 것이지만 아주 지독하게 감정적으로 '디 워’를 비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시대에 따라 충돌하며 그 형식과 의미가 변화했고, 거기에 맞추어 관객도 변화했다. 

이제 100년을 넘어 대중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영화를 두고 '데우스 마키나’ 같은 수백 년 된 이야기나 나불거리던 진중권은 본의 아니게 첫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물론 스크린쿼터 논쟁과 디 워 논쟁을 거치면서 필자 역시도 영화판에서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혹평일색이던 평론가들의 평점은 3점대에서 은근슬쩍 4.8대로 올라섰다. '블레이드 러너’를 혹평했다가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으로 '사이버펑크’의 대표작으로 올랐을 때 미국의 평론가들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실수했음을 인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근슬쩍 자리를 피한 그들은 끝내 자신들의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활동해 나간다. 하지만, 그런 평론가들과 한국 관객들과의 전쟁은 '디 워’가 서막일 뿐이었고, 전쟁은 계속되었다.

씨네21에 충성하는 홍위병 평론가들의 활약으로 인해 '포화 속으로’는 우파도 외면하면서 망하기 일보직전이었지만, 주인공을 맡았던 빅뱅의 'TOP(최승현)’ 팬들이 대거 몰려들며 333만명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를 살렸어야 할 우파의 외면으로 21세기 최초의 우파영화는 외로이 잊혀 갔다. 그러다가 드디어 영화계에 전면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제시장’의 성공과 '연평해전’의 성공으로 우파에서도 자신들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국제시장’은 우파영화가 아니었지만 우파 스스로 우파영화로 모양새를 잡는데 성공하였고, 그 힘을 계기로 좌파 영화평론가들의 실체를 벗겨 내는데 성공했다. 그 성공의 힘은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하면서 폭발하게 된다. 평론가들의 꽉 막힌 편협함은 이번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평론가들에게 불만을 가진 관객들과 문화를 그 동안 외면했던 우파마저도 심각성을 인지한 채 한국영화계, 평론계와의 전면전에 뛰어드는 양상으로 전개해 가고 있는 모양새가 된다.

누가 뭐라건 지금 한국의 영화계는 전쟁 중이며, 어찌 보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전쟁 시기다. 오늘 이 세미나와 '인천상륙작전’의 개봉이 중요한 이유는, 그간 문화권력을 통제 없이 마음껏 누리던 영화계 좌파들을 비판하며 우파에서 첫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의 비정치적이라는 비겁한 변명과는 상관없이 지금 영화계는 이념전쟁으로 돌입했다. 좌파는 정치권까지 나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부산행’에 덤벼들고 있고, 홍준표 지사를 비롯한 우파 정치인들도 정면으로 좌파 문화권력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작전과 전장으로 볼 수 있는 평점과 관객 점유율에서는 분명 지고 있는 모양새다.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평론가들의 시선을 비교해 보자.

자본과 개인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부산행’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21세기 반공영화 '인천상륙작전’

  
  

일반 관객의 평점은 비슷하다. 그들은 이념이야 어떻든 재미있는 영화에 반응하는 대상들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가세해 악평을 퍼부으며 영화계 배급망에 압력을 넣으면 극장이 반응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부산행은 최대 1,690개관에서 개봉했고, 인천은 이제야 1,000개관을 넘긴 수준이며, 초반 기세는 부산행이 80만 수준이고 인천은 40만 수준으로 시작했다. 

황당한 건 개봉 초반 더 많은 관객과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부산행에 더 많은 극장을 내어줬다가 주말 반등을 계기로 소폭으로 극장수를 앞지르게 해줬다. 170억짜리 영화가 B&P를 맞추기 위해 달려야 하는 속도감을 의도적으로 줄인 상황이다. 거기에 경쟁작이 없던 부산행과는 달리 '제이슨 본’과 싸워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주부터 다시금 조선시대를 그리워하는 '덕혜옹주’와 헐리웃 대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연달아 싸움을 해야 하는 상태다.

  

8월 3일자 영진위 자료를 보면 이미 좌파는 역사교사들과 전교조 선생들을 데리고 2일, 변칙 시사회를 통해 '덕혜옹주’를 9위로 올려놓았다. 또한, 이날 현재 좌석점유율이 두 배나 높은 인천과 부산의 스크린 수 차이는 100개도 안 된다. 극장은 언제든 인천상륙작전을 떨어뜨릴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이다. 핑계는 확실히 좋다. 이렇게 우파의 환호성과는 달리 인천상륙작전은 부산행의 최상의 조건과 달리 최악의 개봉 조건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걸 좌파가 모를 리 없다. 

연평해전에서 눈치 보며 참았던 그들의 울분(?)이 이번 '인천상륙작전’에서 표출되었고, 노골적인 반공의식에 흥분하다 보니 다분히 감정적인 3점대 평론이 나오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바로 이 부분이고, 그들은 스스로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관객들은 왜 그들이 평점을 3점대로 주었는가 하고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정치계와 우파가 뛰어들면서 그들이 통제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전쟁으로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리면 충무로에 펼쳐진 우파영화 상륙작전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꾸준히 우파영화가 만들어지는 원동력을 확보하려면 최소 800만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해야 하는데 좌파 배급망의 막강한 방어책이 이 800고지를 넘어서기에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자살골을 반드시 사수해서 관객들을 등에 업고 이겨야만 한다. 다행히도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과는 다르게 우파 역시 한국 평론계의 심각성을 알며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데에서 승리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굉장히 부분인데, 정치적인 것을 떠나 한국영화계에 하나의 이념에서 다른 시선의 이념들이 녹아 들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우파영화의 상업화에 대한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존의 상업영화 개념처럼 '우파영화는 안 된다’가 아니라 '이젠 된다’는 개념으로 돌아서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바로 지금이 기회고, 그런 점에서 우파는 적극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과도 같은 형세다. 여기서 버텨내고 인천상륙작전을 능가하는 새로운 우파영화를 등장시켜 영화계 상륙작전을 펼친다면 지긋지긋하게 문화권력을 누려왔던 좌파 영화권력의 숨통을 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영화가 아닌 이념적 수단으로 영화평을 해대는 사이비 평론가들 역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들리는 소문이 의하면 몇 편의 우파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 영화들이 안착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은 영화계의 켈로부대 역할을 해야 하고, 이 글에 동의하는 여러분들은 장학수 같은 우파영화의 특전대원들이 되어야만 한다. 이제 영화계와 전쟁은 이 영화를 계기로 2차전으로 진입했다. 영화제작이라는 1차전을 끝내고, 이제는 평론계라는 2차 진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3차전인 '배급망’과의 전쟁이 남아있고, 4차전인 국지전 형식의 '작은 영화(독립영화라 불리는)’의 확전이 남아 있다. 이데올로기 싸움의 극단을 달리는 독립영화와의 전쟁은 그래서 제일 마지막의 혈투가 될 것이다. 아직 우파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 전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자유경제원 예술고발 코너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독립영화들이다.

  
▲ 각 강태원 감독, 박수영 감독 작./사진='독도야 반갑다' 포스터, '죽이러 갑니다' 포스터

강태원 감독의 '독도야, 반갑다’란 영화는 독도와 배경이 파란색(당시 한나라당 색)이라는 이유로 독립영화계로부터 상영이 거부되었고, 박수영 감독의 '죽이러 갑니다’는 노동자가 살인자로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배급이 거부되었었다. 다행히 필자가 극장을 운영했을 때 만난 이 영화들은 간신히 빛을 봤지만, 작은 우파영화들의 씨가 말라가는 것을 볼 때의 참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렇듯 작은 영화들에서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좌파영화들만 양산되고 우파영화가 생산되지 못한다면 언제고 상업영화계는 다시 좌파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게 긴긴 싸움이 아직 남아 있다. 그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2차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625보다 더 긴 장기전이 될 테니까.

철 지난 6,70년대 유럽식의 영화이론만을 가지고 떠들어 대는 자칭 무늬만 평론가들의 시대가 가고 있고, 진정으로 관객들을 위한 시대에 맞는 평론가가 나올 시기가 되었다. 이제는 한국에도 '로저 에버트(Roger Ebert)’같은 평론가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는 영화비평으로는 세계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하면서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평론가임에도 팬클럽이 있을 정도이며, 국내에도 다수의 팬들이 존재하고 있다. 나이도 얼마 되지 않은 허지웅 같은 사람이 연애관련 책이나 내다가 심심하면 평론가랍시고 떠들 정도로 영화비평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고, 철 지난 미학이론에 빠져 '데우스 마키나’나 읊조리는 진중권 같은 자가 영화 평론을 할 정도로 영화가 그렇게 무디게 흘러온 것도 아니다.

황진미나 허남웅처럼 철 지난 386운동권 이념 속에서 허우적대는 영화비평들 역시 이제 끝났다. 이제 한국의 관객은 평생을 영화비평에 할애했고, 관객들에게 영화를 정확히 보고 영화비평 자체도 하나의 작품으로 보일 수 있는 '로저 에버트’ 같은 평론가가 필요하다. 그럴 수준의 관객들이 되었고, 이제 그런 평론가들만이 살아남는 시대로의 진입에 서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무사착륙을 기원해 본다. 걱정은 앞서지만. /최공재 영화감독


(이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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