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박원순과 헬조선…대한민국에서 사는 건 지옥?

자유경제원 / 2016-08-19 / 조회: 8,613       미디어펜
 
▲ 우원재 자유기고가
청년 '우쭈쭈' 정책, 대체 왜?

“헬조선”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지옥 같단다. 사회 전반이 조선시대처럼 전근대적이란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라고 아우성이다. 청년들 사이에서 이런 인터넷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정치권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를 이용해서 청년들의 표심을 공략해보고자. 박원순 서울시장이든 현 정부든 정치권 여기저기서 ‘청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이 지긋지긋한 ‘청년 어젠다’들을 보며 그저 가슴이 답답하다. 정치는 청년들이 가난하고, 힘들고, 취직난에 시달리고, 노동을 착취당하고, 여하튼 아주 불쌍한 존재라며 열심히 피해의식을 주입한다. 그러니 사지 멀쩡한 청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자신이 대단한 피해자라도 된 듯, 사회적 약자라도 된 듯.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참에 ‘청년수당’이라는 사업까지 만들었다. 서울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19~29세 미취업청년 3,000명에게 매달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지원책이다. 열심히 밥벌이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청년 입장에서 보면 아주 가당치도 않다. 단순히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지 멀쩡한 20대에게 매달 50만원씩 돈을 주겠다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청년수당도 유흥으로 탕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때요?”라는 망언까지 나왔다. 박원순 시장의 말이다.

“저는 항상 여러분 편인 거 아시죠?”라며 청년들에게 용돈주기식 뇌물행세를 하는 박원순 시장을 보며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진심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세수규모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다. OECD 국가들의 소득세 비율 평균이 8.5%다. 우리나라? 반도 안 되는 4%다. 기본적으로 세금을 적게 걷으니 복지를 위한 재원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 소중한 재원을 아끼고 아껴서 도움이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선별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써야한다.

청년이 사회적 약자인가?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힘이 넘치고, 패기 있고, 열심히 살아야 할 세대가 우리 청년 세대 아닌가? 불과 반세기 전, 이역만리 독일로 날아가 광부로, 간호사로 노동하며 국가 경제를 일으켰던 것이 청년들 아닌가? 베트남에 파병을 가고, 건설업자로 가서 돈을 벌어온 것도 그들이고, 구로공단 같은 곳에서 산업화의 역군으로 고생했던 것도 그들이다. 그들이 당시에 ‘헬조선’ 소리 하며 징징거리고, 정치인들이 이를 부채질하며 용돈을 나눠줬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청년’이라는 단어를 파는 모든 정치인들이 진정 ‘청년’을 위한다면, 기성세대 상층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저지하고 있는 노동개혁 실시에 앞장서서, 청년들로 하여금 노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사진=미디어펜


현재 대한민국 노인인구는 684만에 달한다. 청년집단이랑 얼추 비슷한 크기다. 그런데 이 노인 집단의 두 명 중 한 명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돈으로, 빈곤선 아래에서 배를 곯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고 이는 OECD 최고수준이다. 그중 175만 명의 노인들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다. 킬로그램 당 백 몇십원 짜리 폐지를 주워서 한 달에 버는 돈은 십여 만원. 

이를 약값으로 쓰고 있다. 독거노인 봉사를 한 번이라도 해보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깨닫게 된다. 참고로 폐지 줍는 노인들의 숫자가 현재 청년실업자의 수보다 많다. (과장되었다는 논란이 있지만,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현재 청년실업자는 113만 8천명, 전체의 22.6%다.) 이 분들, 지금은 노인이 되어버린 이 분들이 바로 열정과 패기로 나라를 일으켰던 반세기 전 청년들이다. 평생을 일하고도, 또 일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생존’하기 위해서. 세대를 집단으로 묶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이들 만큼 도움이 필요한 약자 계층은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거부감부터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단어를 자꾸 ‘도움이 필요한 대상’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청년 세대 내에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층’이 있을 수는 있을지언정, 청년 집단 전체를 약자와 동일시하는 건 심각한 오류다. 단순히 비율을 생각해보라.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배를 곯고 있는 게 현실이고, 그중 상당수가 추위 더위를 견디며 리어카를 끈다. 

청년들이 그렇게 힘들다는데 나는 아직 리어카 끄는 청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청년세대로 분류된 집단의 15.5%가 일도, 공부도 하지 않는 NEET족이고(동아일보), 청년들 중 48.9%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이 싫어서 일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세계일보). 결국 ‘좋은 직장’을 잡지 못해서 일하지 않고 있는 청년들이 상당수고, 그런 이들이 집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생존’ 운운하며 인터넷에 글을 써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런 청년들의 박탈감을 ‘우쭈쭈’하고 달래며 용돈을 주겠다고 하니, 거리로 나선 노인들이 ‘헬조선’을 외치며 들고 일어나야 할 판이다. 이러니 “청년들이 청년수당으로 술 좀 먹으면 어때요?” 같은 소리에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지 멀쩡한 청년들에게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주는 그 술값이 노인들의 목숨 값이 될 수도 있는데.

복지는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정되어야 한다. ‘세대’와 같은 거대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독이다. 일 안하고 놀고 있는 대가로 현금을 주겠다는데, 작은 일자리나마 잡아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삶을 개척해가는 청년들의 입장이 어떨까? 이번에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 중에는 공시생이 있었다. 

한편, 똑같은 공시생인데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은 청년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러니 아르바이트 그만두고 죄다 ‘공짜돈’ 타먹으려고 아우성이다. 바보가 아닌 바에야 공부 시간 쪼개가며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벌 이유가 없지 않은가. 누가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청년수당 같은 ‘퍼주기 식 현금살포’는 돈 낭비일 뿐더러 나라의 미래를 좀먹는 일이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재원으로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그냥 고기만 퍼주면 안 된다는 거다. 특히나 문자 그대로의 ‘생존’에 위협을 받아 거리로 나서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이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수사적 표현의 ‘생존'을 운운하는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뿌려대는 건 죄악이다. 재원은 그것이 청년이건 노인이건,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쓰여야 한다.

정치권이 그렇게 ‘청년 세대'를 걱정한다면, 이 세대를 돕기 위한 제대로 된 방법이 있다. 노후보장과 노동개혁이다. 지금 힘들게 일해도, 언젠가 나이가 들어 편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게 서구 선진국과 이 나라의 차이다. 서구의 청년들은 대개 성인이 됨과 동시에 독립을 한다. 대다수가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비를 갚아가고, 집세 등 생활비에 허덕이며 일을 한다. 

당연히 과반수이상이 부모 집에서 용돈 받으며 대학 다니는 한국의 청년들보다 삶의 질이 낮다. 그러나 유학시절 바라본 그들은 비록 겉모습은 후줄근할지언정, 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냥, ‘젊음' 때문이다. 아직 젊으니까 가난해도 되고, 아직 젊으니까 부족해도 된다. 산 시간 보다 살 시간이 더 많고,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20대는 어떤가. 최신형 스마트폰, 브랜드 옷, 맛있는 식당 멋진 카페에서의 데이트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수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가난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려하지만, 좋은 직장을 잡아 제대로 밥벌이를 하지 않으면 나 역시 저 가난한 ‘어른’들처럼 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 나이가 들고 성취가 많아질수록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정반대다. 

그래서 아직 땀 흘려 일 한 번 해본 적 없는 어린 학생들조차도 마냥 불안해한다. 지금 열심히 살면 최소한 노후에는 국가가 책임져줄 수 있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후보장 정책들과 노년들에 대한 지원책이 늘어나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다고 말만 하고 있지, 정작 우리는 말없이 노동하는 거리의 노인들보다, 말 많은 청년들을 더 신경 쓰고 있지 않나?

제일 중요한 건 노동개혁이다. 사실 ‘일자리’ 문제가 청년 문제의 핵심이다.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거다. 대기업 정규직, 공기업, 공무원 같이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을 가른다. 

그런데 이 좋은 일자리, 그러니까 대기업 정규직 유노조 기업에 속하는 노동자는 기껏해야 7.4%다. 그냥저냥 괜찮은 직장들까지 다 합쳐서 '좋은 직장'이라고 쳐도 15%~20%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라는 이 좁은 구멍에 비집고 들어가고자 피터지게 경쟁하고 있다. 나쁜 일자리는 언제나 넘쳐나지만, 들어가기가 싫은 거다. 당연히 NEET족이 생겨나고 청년실업자가 생겨난다. 이 노동의 이중구조를 허물어야 한다. 

기성세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탄탄하게 쌓아올린 철밥통의 장벽을 허물고, 고용과 해고를 완화하여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한 번 들어가고 나면 일을 제대로 안 해도 잘리지 않는 ‘철밥통’들 때문에 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 단순히 ‘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지 멀쩡한 20대에게 매달 50만원씩 돈을 주겠다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도 유흥으로 탕진될 가능성이 크다./사진=연합뉴스


노동개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줄고 나면 수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사이의 그 거대한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 등의 심리적 문제는 물론, 그간 지원자들의 발길이 뜸하던 일자리에도 활기가 도는 등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땀 흘린 사람이 보상 받는다’는 상식적인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가 열린다. 운 좋게 좋은 일자리를 잡은 사람이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열리는 거다. 그게 공정한 사회이자 정의로운 사회 아닌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청년’이라는 단어를 파는 모든 정치인들이 진정 ‘청년’을 위한다면, 기성세대 상층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저지하고 있는 노동개혁 실시에 앞장서서, 청년들로 하여금 노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일하고 땀 흘리며 사회의 일원이 될 때, ‘다 큰 아이’는 ‘청년’이 되어 나라를 이끌게 되고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우쭈주’하며 달래는 것은 아이에게나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두 발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올바른 역할이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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