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굿바이, 갑의질서 Ⅱ-②]청렴도 높여야 경제도 산다…`규제개선 병행` 의견도

자유경제원 / 2016-08-30 / 조회: 8,068       뉴시스

부패인식지수 '1%' 오를 때 1인당 명목 GDP '0.029%' 높여
부패인식지수 낮은 나라, 해외직접투자 유치 확률 15% 낮아
"우리 법체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수적"

【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국가 청렴도는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패인식지수(CPI) 20위 안에 든 국가들은 모두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들이다.

우리나라는 청렴도 측면에서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3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공직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부패 유발적 문화요인을 개선해 국가 청렴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청탁 관행은 비공식적 절차와 연줄을 이용한 문제 해결 방식을 확산시켜 사회 구성원간의 상호 불신으로 연결된다. 접대문화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한다.

높은 국가 청렴도가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가 1% 오를 때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연평균 0.029%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OECD 사무국이 지난 5월 발간한 뇌물척결보고서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나라가 높은 나라보다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확률이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강한 추진 동력을 유지해 온 이유는 이 때문이다.

권익위가 관계자는 "경제 수준이나 국가경쟁력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수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이는 외국 기업의 투자 저해 등으로 연결돼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도입을 계기로 공직 사회의 관행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이 도입된 것은 지금 같은 청탁 문화가 경제적으로 왜곡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직자들이 청탁을 받아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공무원에게 비싼 밥을 사는 것은 어떤 결정을 왜곡시켜 달라는 의미이고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도 경조사를 빌미 삼아 금품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본다"며 "이런 관행과 문화 전반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에 대한 청탁 관행은 규제권, 인허가권, 단속권 등 각종 권한에서 비롯된다. 특히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을 경우 기업은 연줄을 활용한 비공식적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불합리한 제도와 행정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김영란법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교수는 "공무원들이 청탁을 받거나 부패하게 되는 것은 결국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규제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법을 시행할 경우 공무원들의 접대나 향응이 사라지지 않고 음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우리 법체계가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보니 빠르게 변하는 기업의 경제 활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 않아야할 것만 명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있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해충돌방지조항은 공직자 등이 지위나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는 일정한 금지된 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는 사후적 성격인 반면 이해충돌방지조항은 사전 예방적"이라며 "규제를 할 공직자 등의 직무를 구체적 직무행위로 한정하는 등 지혜를 모아 추가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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