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달 28일 시행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잠재적 범죄자를 늘리는 과잉입법으로 부패근절의 근본해법은 규제철폐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경제원은 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김영란법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부패는 사라져야 한다. 특히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관행상 이뤄졌던 접대형태의 부패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면서도 "그러나 김영란법과 같은 처벌위주의 수단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우리 사회에 득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패행위의 원인인 '규제철폐'가 답이다. 규제철폐는 곧 대한민국 법체계 패러다임을 '규제우선법(positive system)'에서 '자유우선법(negative system)'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하지 말자는 제안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과 같이 법률로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방법으로 강제하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김영란법은 '규제일변도 정책'과 '민간영역에 대한 공권력 개입 확대(과잉입법)'의 합작품이다. 규제는 권력을 낳고, 권력은 부패의 온상이 되어 부패 근절의 필요성을 낳는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김영란 법이 공직자는 물론이고 민간영역에 속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게까지 청렴의무를 부과시키고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금품을 수수하고 청탁을 받으면 형사처벌 하도록 했다"며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입법적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상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김영란법이 여론의 지지를 받은 것은 부패 없는 투명사회를 지향했기 때문"이라며 "부패를 적발하고 처벌하기에 앞서, 부패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미줄 같은 규제는 따지고 보면 '지대추구'의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민원해결, 민원전달은 누군가의 것을 덜어내 누군가에게 주는 '합법적 약탈'의 수단이다. 사적자치를 인정하고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김영란법은 한국 헌법과 형법의 기본 가치와 질서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취지는 좋으나 너무 급하게 서둘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도 이 법률이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고, 전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마음의 선물과 정성을 빼앗는 이 법은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김영란법의 내용은 윤리문제에 가깝다"며 "윤리의식 고취는 민간기구를 통해 도덕재무장과 같은 캠페인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이 좋다. 국회나 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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