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활력을 위한 구조조정 해법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 시장경제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서울 여의도 CCMM 컨벤션홀에서 '구조조정, 경제 활력을 위한 새판짜기'라는 주제로 열린 2016 데일리안 창간포럼에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원의 재분배와 부실기업 정리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존중·보장하는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질서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구조조정 해법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려면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국판 양적완화인 인위적인 재정확장은 오히려 폐해가 크고,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뿐"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의 실업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예외 버릇'에 도덕적 해이 만연"
그는 또 "언젠가는 경기가 좋아지고 제조업이 살아난다는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며 "구조조정에 예외를 두는 버릇이 되면 대우조선사태에서 보듯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구조조정의 문제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는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눈치만 보면서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며 "이는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 헐값 매각 논란에서 비롯된 '변양호 신드롬'의 결과"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거론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메겠나. 소신껏 구조조정에 뛰어들어 해결을 했다면 민형사책임을 면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하면 대규모의 실업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노조의 반발이 심하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지역구에 소재한 기업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투입해 무모하게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행위도 용납되어선 안된다"며 "일자리 문제는 고용보험, 직업훈련 등과 함께 전직과 재취업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그랬듯...주인 없는 회사는 망한다"
구조조정의 윤활유 역할로 '민영화 추진'도 거론됐다. 그는 "주인 없는 회사는 망한다"며 대우조선 사태를 사례로 들었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고, 주인 없이 17년째 관리를 받았다. 민영화 기회가 있었지만 부실에 눈감고 자리보전에 연연한 결과 오늘날의 대형참사를 불러왔다. 비극의 원인은 대우조선이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의 성공조건으로 '노동개혁'을 꼽으며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급과잉상태에 있는 한국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으로의 산업재편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종 불합리하고 경제여건에 맞지 않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능한 정부개입을 줄이고 민간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산업재편에 있어 과거와 같이 정부가 주도할 수 없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 구주조정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국 자본의 해외유출을 불러오거나 금융부실을 유발시킬 수 있어 결국에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데일리안 창간 12주년인 2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16 경제산업비전포럼 '구조조정, 경제 활력을 위한 새판짜기'에서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정부 아닌 시장시스템으로 경쟁력 확보해야"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도 "산업이 활성화되는 차원은 유연한 시스템에서 가능하다"면서 "정부의 규제 및 지원정책이 아닌 시장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자유 시장경제론을 강조했다.
최 부원장은 또 노동관련 규제와 관치금융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연한 기업환경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것이 노동관련 규제"라면서 "고용-임금과 사용기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치금융'에 대해서는 "금융은 자본이 투자를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인데, 자금 흐름의 갈 길을 막고 있는 금융 당국의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 주도의 경제시스템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기업 정책은 세금과 규제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유인체계로 환원돼야 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면책규정'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 GM의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하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법으로 못박아 GM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사후 책임을 두려워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속시원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서별관회의'라는 명칭의 '별관'이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며 "'서본관회의'라고 이름을 바꾸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는 이날 창간포럼 개회사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전반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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