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소유 경영과 상속, 마녀사냥 대상 아니다

자유경제원 / 2016-10-18 / 조회: 9,015       미디어펜
한국 경제 진실 보고서: 재벌의 소유 경영과 상속


재벌 오너가(家)의 소유 경영과 탈법 상속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선진국 기업들은 전문 경영 체제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재벌들은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2, 3세에게 기업을 맡겨 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세계적 기업가들은 재산의 1%만 자녀에게 물려주고 모두 기부하는데, 한국의 재벌들은 오히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온갖 탈법을 저지른다.”


이러한 주장들은 이미 좌파 언론들과 인터넷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요즘엔 시대착오적인 세습 경영 체제를 타파하고 상속세 회피를 차단하는 강력한 법과 제도를 도입하자는 소위 '경제 민주화’ 세력들이 여소야대 정국을 등에 업고 맹위(猛威)를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정말로 소유 경영 체제가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체제일까? 세계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 주식 시장 내 우량 기업 집단인 S&P 500 기업들의 36%가 소유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BMW, 헨켈, 베르텔스만, 까르푸, 미쉐린, 월마트, 포드, 발렌베리, 하이네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서구의 대기업들이 모두 소유 경영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오너 일가는 배당만 챙겨도 편히 놀고먹을 수 있음에도, 높은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가업(家業)의 번성에 힘쓰고 있다. 


오히려 최근엔 전문 경영이 소유 경영보다 기업의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엔론은 전문 경영인의 경영 실패로 파산했다. 또 다른 전문 경영 기업이었던 GM 역시 법정관리를 통해 겨우 회생할 수 있었다.


도요타의 경우 전문 경영 체제 도입 이후 자동차 품질에 문제가 생기자, 최근 소유 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회사 주식 한 푼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 임기도 한정되어 있는 게 전문 경영인이다. 주인의식 없이 단기성과에 집착할 공산이 크다. 유능한 CEO 후보들이 경쟁 과정에서 온갖 음해와 모략에 시달리다 일찌감치 회사에서 쫓겨나는 역선택의 문제도 발생한다. 


전문 경영이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처럼 훌륭한 전문 경영인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전문 경영인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유 경영 체제 하에선 오너가 강력한 기업 지배력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에 나설 순 있지만, 경영 활동이 독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고, 최근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것도 오너 경영인의 독단이 부른 파국이었다. 결국 전문 경영이든 소유 경영이든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고, 어떤 체제가 기업에 적합한지는 그 기업의 실적이 보여준다. 


   
▲ 소유 경영과 상속은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높은 책임 의식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배당이나 받으며 놀고먹어도 되는 사람들이 굳이 기업 경영이란 힘든 길을 택하는 모습은 존경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사진=미디어펜


소유 경영으로 매번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세계 경영학계에서 주요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멜트 회장조차 한국 대기업 총수들의 추진력을 높이 산다고 말했을 정도다. 소유 경영으로 성공했다면 오너 일가에 박수를 쳐 주는 게 마땅할 터인데, 오히려 그들을 깎아내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상속 문제 역시 개탄스럽긴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이 적용받는 상속세율은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지분가치 할증평가 30%까지 더해 총 65%(OECD 최고세율 평균 25.2%)다. 그런데 대기업 오너들이 보유한 재산의 대부분은 회사 지분이다.


이 다락같은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려면, 오너들은 필히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가진 지분의 65%를 매각한다면, 오너들은 재산은 둘째 치고 경영권까지 잃는다. 그러니 부당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나 불법 사모사채 발행 같은 탈법 상속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65%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기 위해 오너들이 지분을 시장에 매각한다면,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그 지분들을 국내 투자자들이 모두 사들일 순 있는가? 결국은 외국계 사모펀드나 국책은행이 인수하게 되지 않겠는가? 사모펀드의 유입을 막을 이유는 없지만, 굳이 오너 일가가 잘 경영하고 있는 회사를 매각 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에 넘겨줄 이유도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에서 보듯, 국책은행의 대기업 경영은 주인의식도 전문성도 없는 정치권 낙하산들의 돈 잔치쯤으로나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 OECD 8개국은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다. 미국의 경우 회사 지분에 대해선, 경영을 관두고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진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한편 프랑스,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대주주가 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등 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어, 설사 상속세를 납부하더라도 경영권은 지킬 수 있다.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크가 1%의 지분만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도, 그 지분이 차등 의결권이 부여된 지분이기 때문이다. 기부 천사의 대표 격인 워렌 버핏은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에 일반 주주 지분의 20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기부한 지분은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선 단체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언제든지 오너 일가의 의결권 행사에 활용될 수 있다.)


독일과 영국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 세금까지 감면해주며 오히려 가업 승계를 장려하고 있다. 창업자 가문이 가업에 종사하며 책임 의식을 보여주는 게 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상속세 전액을 감면해 주기까지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가 있긴 하지만,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돼,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독일, 영국과는 차이가 있다. 감면 한도도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200억~500억 원으로 묶여 있다. 


   
▲ 소유 경영으로 매번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세계 경영학계에서 주요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멜트 회장조차 한국 대기업 총수들의 추진력을 높이 산다고 말했을 정도다./사진=미디어펜


소유 경영과 상속은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높은 책임 의식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배당이나 받으며 놀고먹어도 되는 사람들이 굳이 기업 경영이란 힘든 길을 택하는 모습은 존경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당장 직업을 때려 칠 듯 구는 사람들이 기업을 일궈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오너 일가를 비난하는 게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혹자는 땅콩회항 사건이나 재벌 오너 성매매 의혹에서 보듯, 오너 일가의 도덕적 타락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오너여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개인 윤리 차원의 이슈다. 전문 경영인도 맘만 먹으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 아닌가? 경영자로서의 성공을 면죄부로 활용해선 안 되듯, 사적인 일탈로 경영자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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