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하야 외치는 광장의 떼법…무너진 법치주의

자유경제원 / 2016-11-12 / 조회: 9,767       미디어펜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스탕달의 명언이다. 한국사회도 B와 D사이의 C다. 분노와 떼법 사이의 찬스.

군대에는 5분대기조라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이든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면 5분 안에 출동해야 한다. 누군가 방송을 통해 “상황발생!”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뛰쳐나간다. 제대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매일같이 볼 수 있다! 분노를 가득 머금고 나가는 것도 똑같다. 광우병, 메르스, 정윤회를 지나 최순실까지. 어떤 이는 광장으로, 다른 이는 사이버 광장으로 항상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광우병 사태가 터지기 전에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쇠고기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뇌에 구멍이 난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충격이었다. 여태껏 미국을 다녀온 수많은 한국인 중에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 그 말을 믿을 줄 몰랐다. 심지어 그 말을 한 사람들의 자녀들도 미국에 다녀왔는데. 오히려 한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2013년 겨울에 낙타를 타고 페트라에 다녀왔다. 낙타에서 바이러스가 옮는다는 뉴스가 한국에 울려 퍼졌다. 그동안 여행이든 성지순례든 여러 가지 명목으로 중동에 가서 낙타를 탄 한국 사람은 정말 많았고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론이 “상황발생!”을 외치자마자 사람들은 정부를 향하여 갖은 불만을 토로했고 낙타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그것을 보면서 광우병 사태가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 최순실 사태는 또 어떠한가. 아직 밝혀진 것조차 많지 않은 시점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정해진 절차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떼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다./사진=연합뉴스


정윤회 사건 때를 기억하는가? 사람을 할리 데이비슨으로 미행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소리 내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 미행의 필수조건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다. 인터넷 검색 한 번만 해봤으면 쓸 수 없는 기사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이미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순실 사태는 또 어떠한가. 아직 밝혀진 것조차 많지 않은 시점이다. 다들 관심법이라도 쓰는 것일까. 무언가 자세히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떤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아우성이다. 그것을 넘어서 대통령 하야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순간 건국대통령 이승만 생각이 났다. 부정선거는 부통령이었는데 국민들은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법치주의는 뒷전이었다. 지금쯤은 법치주의가 실현될 법도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선거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내란, 외환도 아니고, 영토를 적국에 넘겨준 것도 아닌데 무슨 죄목을 근거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것인지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분노를 머금고 떼법을 주창할 좋은 찬스를 잡았다. 아예 조문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1조 모일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좋다. 제2조 사실관계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제3조 밝혀지는 것을 기다리면 때는 늦다. 제4조 도구를 들고 올 수 있으면 더 좋다. 제5조 폴리스라인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떼법이 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마치 북한의 헌법 위에 노동당 규약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보면 최상위에 위치하는 것은 헌법이다. 법전 어디에도 떼법은 없다. 

‘국민정서법’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다고 없는 법전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정해진 절차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떼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을 옹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이고 실정법을 채택하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무너지게 생긴 것은 법치주의뿐만이 아니다. 포크레인이 대검찰청으로 돌격했기 때문이 아니다. 청계광장에는 “북은 우리의 희망이다”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정부 전복만이 걱정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양동안 교수와 김기수 자변 부대표는 낙동강 전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놀랄 일이 아니다. 법치주의 그리고 우리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되찾고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되었다. /나광호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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