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의 나라?…232만 촛불 광풍, 그 실체를 다시 생각한다

자유경제원 / 2016-12-05 / 조회: 10,381       미디어펜

필자는 촛불 세력 앞에 낙인찍힌 지 오래다. 요즘들이 저들이 부쩍 쓰는 말대로라면 영락없는 언론부역자인데, 10여 일 전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시위에서는 나의 발언을 넣은 포스터를 제작해 공격의 표적으로 삼았다. 

촛불로 일렁이는 포스터의 한 가운데 필자가 미디어펜 지면에 발표했던 칼럼의 한 구절을 이렇게 인용했다. "국민들의 비이성적인 광기의 히스테리-KBS 조우석 이사". 당신들에게 밝히지만, 그 판단 지금도 전혀 변함없다. 지난 3일 제6차 민중총궐기 참가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이 땅의 선동언론들이 쉰 목소리로 입을 모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32만 명 촛불 민심에 화들짝 놀란 새가슴의 새누리 비박계가 조건 없이 오는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키로 어제 결정을 했어도 촛불광풍에 비판적인 내 판단이 흔들리진 않는다. 물론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내게 조언해준다. 

'분노한 민심'이란 괴물이 대한민국 전체를 덮치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겐 당장 불이익을 안겨줄 듯 위협적인 이런 국면에서 그게 현명한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며칠 전 우연치 않게 시청했던 정규재TV에서 큰 암시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를 발표한 직후 제작된 '방송 칼럼'인데, 내용이 썩 균형 잡히고 훌륭했다.

용기있는 정규재TV에서 배운 것

부패기득권 세력(조선일보)을 포함한 조중동과 한경오 등 전 언론이 한 목소리로 촛불 광기를 부채질하는 '언론의 난(亂)' 속에 저런 언론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실로 고마운 일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가 방송 도중 제시했던 8년 전 좌익언론들의 광우병 보도 태도다. 당시도 이른바 촛불 민심을 내세워 정부를 난타했는데 지금과 구조가 같지만, 말투까지 판박이다.

"성난 민심의 근원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그렇게 짐짓 질타의 목소리를 냈던 게 한겨레의 2008년 5월4일 사설이다. 그 신문은 며칠 뒤 "역사를 밝힌 100만 개 촛불"을 찬양(5월11일)한데 이어 다음날 "대국민 항복 선언, 미적대선 안된다"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

광우병이야말로 들어선 지 3개월밖에 안된 보수 정부의 전복을 노리고, 한미 관계를 틀기 위한 최악의 선동이었다. 그 모든 게 거짓으로 판명된 게 지금 아니던가?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배운 게 전혀 없다. 거꾸로 허위와 선동이 이미 체질이자 풍토가 됐기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촛불민심이란 광기를 다시 불러냈다. 그리고 지금 절정을 향해 치달려가는 중이다. 

종편 4개가 하루 종일 사악한 선동질을 반복하지만, 조중동까지 난동이다. 그 하이라이트가 어제(12월4일자) 동아닷컴의 머리기사라고 나는 판단한다. 8년 전 한겨레가 했던 역겨운 짓을 보수언론 동아가  반복하니 기겁할 노릇이다.  

"역대 최대 232만 촛불…시민들 직접민주주의 새 역사 쓴다" 동아뿐인가? 촛불민심에 대한 아부는 한국일보도 마찬가지다. "국민도 놀랐다…민주주의 역사 새로 쓴 6차 촛불" 이런 선동에 이끌려 쏟아져 나온 게 바로 촛불 민심이다. 당초 내 지적대로 "국민들의 비이성적인 광기의 히스테리"가 백번 맞는 소리인데, 걱정은 그 부정적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점이다.

  
▲ 지난 3일 제6차 민중총궐기 참가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이 땅의 선동언론들이 쉰 목소리로 입을 모으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가 방송 도중 제시했던 8년 전 좌익언론들의 광우병 보도 태도다. 당시도 이른바 촛불 민심을 내세워 정부를 난타했는데 지금과 구조가 같지만, 말투까지 판박이다./사진=연합뉴스



괴벨스의 나라 대한민국

촛불이란 한마디로 허위와 증오의 거대한 굿판인데, 그 위에서 이뤄지는 모든 게 온전할 리 없다. 더구나 일렁이는 촛불에 대한민국 전체를 태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노한 민심이란 괴물 앞에 모두가 고개 숙인다.

지식인 그룹 중 "그건 아닙니다"라고 용기있게 치고 나올 이가 드물거나 없다. 눈치 보는 데는 선수인 검찰 조직과 특검 모두가 촛불민심 쪽에 아부하는 그럴듯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지만, 이번 주 탄핵을 표결할 최악의 반 대한민국 집단인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 표결 이후 바톤을 이어받을 헌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 표결 이후엔 촛불을 든 사람들이 헌재 앞에 왕창 몰려가 진을 친 채 자신들이 원하는 결정을 압박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헙법기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 여과는 모두 무시되는데, 그게 폭민(暴民)정치의 시작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 나라에서 어둠을 이겨낼 진실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4월 자유경제원은 개원 19주년 토론 주제로 8년 전 광우병 파동 문제를 다뤘다. "누가 괴벨스의 부활을 꿈꾸나"란 제목이었다. 괴벨스는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중은 이미 선동당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번 촛불세력이 바로 그렇다. 괴벨스의 나라는 이미 한국 땅에서 뿌리를 내린 셈일까?

당시 토론회에서 많은 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나는 좀 달랐다. 당시 내 토론문 제목이 이랬다. "자살 민주주의로 가는 한국사회를 어찌할까?" 민주주의의 차원을 떠나 대한민국 몰락이 걱정된다는 소리였다.

집단적 '사고 정지'에 빠진 한국인

아무도 체제수호에 관심이 없고, 허위의 굿판 속에 난리법석인데, 이미 이념적 합의가 깨 진 한국은 초(超)위험사회다. 촛불의 뒷켠에서 어른거리는 체제변혁 민중혁명의 그림자도 걱정스럽다. 반복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개미를 공룡으로 키운 언론의 난(亂)이자 제2의 광우병 파동인데, 아무리 시민혁명과 명예혁명을 떠들어대도 그건 거짓 선동이다.

최악의 경우 냉전시대 이후 전개돼온 한반도 게임의 종료로 이어지는 모멘텀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에 먹히거나, 그 직전 대한민국이 자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드디어 횃불이 핵(核)불로 변해 한반도를 덮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설사 박 대통령이 조기퇴진하고 그걸 명예혁명이라고 박수를 친다고 해도 상황 끝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좌익세력이 환호할 준(準)혁명적 상황이 연출되고, 대선을 전후해 무언가 급변사태나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 못한다. 앞으로 6개월에서 1~2년이 그래서 문제다.

필자 같은 사람의 말을 종북 타령이라고 콧웃음을 칠 헛똑똑이 지식인들이 적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얼마 전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노구치 히로유키의 지적도 그렇다. 그는 최근의 한국 상황을 1975년 공산화 직전의 월남과 똑 같다고 말했는데 그게 맞는 소리다.

특히 유념할 것은 그가 쓴 '사고 정지'란 표현이다. 촛불집회에 선동당하고, 끝내 적과 아군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북한과 중국에 우호적이고 일본에 으르렁대는 한국인의 희한하고 거꾸로된 시민의식을 그는 그렇게 질타했다. 촛불민심이라고 하는 거대한 '사고 정지'의 늪에 빠진 한국인은 대체 언제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인가? /조우석 주필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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