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머리에 이고도 안보 팽개친 기막힌 나라

자유경제원 / 2016-12-22 / 조회: 10,258       미디어펜
핵폭탄이 코앞에 떨어져도 무관심한 나라 

북핵이 심상치 않다. 아니 이미 9부능선을 넘어 한반도 핵위협이 현실화되었다. 핵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대 역시 최악이다. 핵에 관하여 공세적이지만 체계적인 능력을 지녔던 구 소련도 아니고, 집단지도체제로 최소한의 합리성을 보장하고 있는 중국도 아니다. 구 소련이 공산주의도 아니라며 멸시했던 주체사상에 입각한 세습독재체재의 3대 상속자가 쥐고 흔드는 핵이다. 

핵 위기에도 안전불감은 계속 

북한은 2016년 1월 6일 3년만의 4차 핵실험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은 9월 9일에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5차 핵실험은 우리 국민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드디어 북한의 핵이 실전배치 직전의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많은 자괴감이 생겼다. 매년 북한의 수십 배에 이르는 국방예산을 가져다 쓰면서 전략무기 개발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부터, 미국의 핵우산을 못 믿겠으니 당장 핵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뜨거운 애국충정’은 겨우 1개월도 지속되지 못했다. 

9월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이 없어서 일까? 실은 도발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자극적인 도발들도 많았다. 사이버사령부가 해킹당해 전군의 인트라넷이 뚫렸고, 청와대 타격훈련을 공공연히 실시했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이 정치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재를 보장하는 안보조차도 정치 이슈 속에 파묻혀 얘기를 꺼내기조차 조심스럽다. 도리어 북핵을 막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는 이렇게 정치적으로 혼돈스러운 시기에 추진했다고 야당으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받는다.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는 사실과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오직 감정만이 판단기준이 된다. 

필자의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인의 담대함에 놀란다고 종종 얘기한다. 타국의 외교관인 친구 하나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짐을 싸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사일을 쏘든 말든 일상이 계속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 이게 과연 정상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북한이 위협할 때마다 일상이 멈춰지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북한이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PAC-3나 THAAD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채 ‘설마 쏘겠어’라는 행운에 일생을 맡기고 사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말 말고 어떤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 북한만 바라보고 대비한다고 안보가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반면 북한이란 위협을 위협이 아니라고 인식하고서는 동북아의 난투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격동하는 세계를 대처하는 감각도 전무 

세계는 지금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중국은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일대일로 전략을 내세웠다. 경제와 국방 전 분야에서 주변국을 압박하고 동맹국을 늘려나가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에서의 자원선점활동도 도를 넘어서는 정도이다. 러시아는 한동안 강했던 유가를 바탕으로 사상유례없던 호황을 누렸다. 당시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재건하며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아베정권의 기만한 움직임 속에 보통국가를 향해 나가고 있다. 스스로 전쟁할 수 있는 보통의 나라가 되는 길을 우선은 미국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헌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로 최근에 무기수출금지 원칙을 개정하여 군 장비의 수출을 꾀할 뿐만 아니라 자위대가 아니라 진짜 군대까지 갖고자 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구한말보다도 더 격동적이다. 

거기에 더하여 예측하지도 못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다. 사실 미국의 언론만이 예측 못했을 뿐 밑바닥 민심은 이미 트럼프에게 기울었음에도 우리는 이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 아니 스스로의 정치싸움에 빠져서 세계의 변화에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정확한 말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했기에 당연히 대통령직은 권한대행에 의해 운용중인데, 현상유지적일 수밖에 없는 권한대행에게 여야가 합치된 외교적 지침 하나 전달 못하는 게 이 나라 정치의 수준이다. 

국방은 공짜가 아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국방도 공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주한미군에 기대어 우리가 치러야할 대가를 치루지 않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 국방에는 반드시 치러야할 비용이 있다. 현재 우리는 GDP 2.6% 정도를 국방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적국, 그것도 핵을 가진 적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가 2.6%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우리보다 안보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아진 이스라엘은 연간 4.8% 가량을 국방에 투자한다. 미국도 GDP 대비 3.7%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방예산을 증액하고자 하면 서슬 퍼런 기획재정부 앞에서 손발이 다 짤려 버린다. 기재부의 탓만 할 것도 아니다. 퍼주기 인심의 복지공약을 이루기 위해서 재정가계부를 맞추려면 국방이고 외교고 일단 짤라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규모의 적 병력에 대응해야 하므로 우리는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많은 숫자의 병사들을 보유하다보니 월급을 제대로 주기는커녕, 병사들의 복지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이 분야에 쓸 예산도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쥐어짜는 식의 생활과 근무는 계속된다. 아무리 미화를 해도 근본적으로 곳간이 비었으니 쥐어짜기를 반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기체계의 구매도 쉽지 않다. 약 40조의 국방예산 가운데, 무기를 사오라고 주는 방위력개선비는 약 12조원 정도이다. 그런데 이 액수의 대부분은 F-35, 공중급유기, 아파치, 글로벌호크 등 해외장비를 구매하는데 소모해버렸고, 그마저도 도입완료시까지 할부로 갚아나가야 한다. 즉 국방비 상당부분은 카드빚이란 말이다. 무기 구매 예산도 부족하니 되려 다루기 쉬운 국내기업들을 대상으로 쥐어짜기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몇몇 업체들은 살기 위해 쓸데없는 비리를 저지른다. 그야말로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 한국 국민들은 PAC-3나 THAAD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채 '설마 김정은이 쏘겠어'라는 행운에 일생을 맡기고 사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말 말고 다른 말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정치 싸움보다는 대안제시를 

진보와 보수 어느 쪽이 더 유능하고 무능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으며, 결국 양쪽이 합리적 선을 찾을 때 국가는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상황이 이 모양 이 꼴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진보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동정심만 보낸다.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된 일이고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북한과 대화를 해야만 한다고 한다. 대화의 목표는 모르겠고, 일단 대화가 중요하단다. 얘기하다보면 답이 나온단다. 얘기할 대상이 김정은 같이 잘못된 존재인 건 생각조차 않는다. 북한이 얘기하는 우리들식 민주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제에 종북이라는 비난에만 민감하다. 종북처럼 행동하지 않고 북한의 문제점을 인식하면 되는데, 그걸 못한다. 오랜 기간 의식화의 결과가 그렇게 무섭다. 

반면에 보수는 안보에 대해 의외로 무능했다.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보수 정권의 안보는 허점이 많았다. 우선 MB 정권에서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식으로 어설프게 방산에 접근하여, 국가방위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할 방위력 개선사업이 예산 깎기 싸움으로 바뀌었다. 모피아 출신의 방위사업청장들은 사업의 경제성과 합리성, 그리고 도덕성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방위사업을 망쳐버렸다. 현 정부에서는 복지예산에 치중하면서 절실한 국방의 필요성을 줄곧 외면해왔다. ‘안보는 보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까운 결과다. 

그래서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다들 빨리 사라져야 한다. 다들 제발 스스로 생각해서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 진짜 진보가 무엇인지 스스로 이뤄내야 한다. 일신독립하여 일국독립한다고 했다. 이렇게 모든 사고 하나하나가 섣부른 진영논리에 침잠되고서는 나라가 발전할 수가 없다. 북한만 바라보고 대비한다고 안보가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또 반면에 북한이란 위협을 위협이 아니라고 인식하고서는 동북아의 난투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제발이지 위협은 있는 그대로 보고, 대처는 현실적으로 해나가자. 나라를 지키는 첫걸음은 거기서 부터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이 글은 2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네 ‘욱’에게 듣는다’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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