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정원을 흔드나…안보 위기 자초하는 대한민국

자유경제원 / 2017-02-07 / 조회: 11,580       미디어펜
1. 서론

국정원은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취약한 부분은 홍보·마케팅 기능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속성상 홍보기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그간 많은 간첩들과 공안사범을 잡으면서 소리 없는 애국을 해 왔지만, 자신들의 성과를 드러내놓고 마케팅 할 수 없다. 이것은 전적으로 언론과 교육계의 몫이지만 이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 자유경제원이 최근 이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몇몇 공안사건들이 최근 무죄가 되는 일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과거 간첩사건들이 공안당국에 의해 다 조작되었다고들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최근 과거 공안사건들이 무죄가 되는 것은 과거 공안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강압에 의한 수사를 했기 때문이다. 즉, 과거 공안당국의 조사행태를 문제 삼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간첩을 무죄로 만드는 것이지, 간첩연루자들이 간첩활동이나 종북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들은 단지 거친 방식으로 조사당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것이다. 본질보다는 그 형식을 문제 삼는 최근의 기준 때문에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사실 과거 70~80년대에는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도 심한 체벌이 다반사였다. 나만 해도 중고교 때 맞은 경험이 많이 있다. 그게 우리나라 일반적인 문화였다. 그렇다고 제가 지금 과거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잘못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반국가사범을 격조 있게 조사하는 정보기관은 없을 것이다.

오늘 김동식씨는 통진당을 주로 언급하셨는데, 속칭 "할매 간첩 이선실"이 기획한 중부지역당 사건도 언급하셨다. 통진당 이야기는 국민들이 잘 알기에 저는 중부지역당 사건을 말씀드리겠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매우 큰 사건이며, 주모자들의 간첩혐의가 너무 뚜렷하여 무죄주장을 할 수가 없는 사건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좌파인사들이 주도한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도 이 사건을 면밀히 분석했지만, 그들조차 이 사건은 명백한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2. 중부지역당 사건과 그 파장

김동식씨도 일부 관련이 있는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인물은 북에서 내려온 "할매간첩" 이선실이다 (북한 서열 22위). 세계 스파이 역사상 최고령 아닌가 싶다. 64세에 이 공작을 자원했고, 6년간 신분세탁을 위해 일본과 한국에서 사전작업을 한 후, 70세에 남한에서 중부지역당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마타하리도 그녀의 기획력과 집념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미모는 논외로 하고). 그녀는 한국에 남파되어 한국의 정당정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것은 자생적 좌익정당인 민중당 창당에 개입하여 돈을 뿌린 일이다. 또한 그녀는 1988년 당시 한겨레민주당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김부겸 의원에게는 개인적으로 접근하여 선거자금 5백만 원을 지원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추후에 국정원에 의해 적발되었고, 대법원은 김부겸 의원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한때 김문수 의원과 김부겸 의원 간에 간첩 돈 받은 문제로 설전이 오고간 적이 있다. 그런데 실상 김부겸 의원은 자기 자신이 직접 쓴 자서전, "나는 민주당이다"의 78페이지에서 이선실 할매의 돈을 받아 직접 예금했다고 쓰고 있어, 대법원 판결과 같이 볼 때, 이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또한 할매간첩 이선실은 남한에서 황인오·황인욱 형제를 포섭하였고, 그 둘은 잠수정을 타고 북한에 밀입북하여 교육받고 다시 내려와, 실질적 고정간첩으로 활동하였다. 이 두 형제가 초래한 파장 또한 경악할 정도이다. 이 둘은 지하조직인 "중부지역당"의 실질적 리더였고, 핵심 조직원들을 모두 조선노동당에 입당을 시켰다. 입당식에서는 조직원 모두 다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걸어 놓고 충성맹세를 하는 의식을 거쳤다.

  
▲ 한국의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는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는 것에 "쿨하다"라는 느낌을 가졌었고, 그런 태도가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깨어있는 지식인의 자세라는,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어떻게 보면 이 세대들은 "반공이념"에 세뇌된 것이 아니라 "반공교육은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너희를 세뇌하려는 작업이야"라는 좌파들의 역공에 도리어 세뇌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조직원 중에 나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조직원 중, 암호명 대둔산 820호가 있었는데, 본명은 이철우이다. 이 사람은 나중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된다. 그리고 또 조직원으로 "윤민석"(본명은 윤정환)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음악에 재질이 있었는데, 중부지역당 활동 당시 다음과 같은 곡들을 작사·작곡하였다. 〈수령님께 드리는 충성의 노래〉,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 〈한민전 찬가〉, 〈한민전10대 강령〉. 윤민석은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복역한 이후, 주요 시위 때마다 참여하여 히트곡을 내놓은 바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때는 〈Fucking U.S.A.〉, <또라이 부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 〈너흰 아니야〉,〈헌법 제1조〉, <평양에 가보세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촛불을 들어라!〉, 2013년 8월에는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는 〈민주승리가>,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더 이상(무참히 죽어간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얘들아 올라가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탄핵송으로 유명한, <이게 나라냐 ㅅㅂ>… 더 놀라운 사실은 윤민석과 아까 이철우 의원은 서로 합심하여 민주통합당 당가를 만든 바 있다는 점이다.

윤민석이 작곡을 하고 이철우가 작사를 맡았었다. 또한 형제간첩 중 동생 황인욱은 서울대 주사파 조직 "구학련" 출신인데, 같은 조직 출신인 이근희가 평민당 이상수 의원(서울 중랑갑)의 비서인 점을 이용, 그를 통해 국방기밀과 정당정보를 빼낸 일도 있다.

3. 공안사범 특별사면·복권의 문제점

위 사례들은 일부만 발췌한 것이고 중부지역당 사건에 관련된 조직원만 400명이 넘는다. 또한 이런 사건들이 대한민국 수립 이후 수십 건이 있었다. 문제는 국정원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안사범을 잡아도 국가가 이들을 너무 쉽게 사면해주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안사범만 보았을 때, 김대중 정부는 2892명, 노무현 정부는 646명의 공안사범을 사면해 주었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공안사범의 사면은 없었다. 특이한 점은 노무현 정부 때 이석기를 2번이나 특별 사면·복권 해주었다는 것이고,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사실이다. 중부지역당 사건 관련자들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주모자들 대부분 사면 받았다. 위에 언급한 이철우씨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때 사면 복권 받았기 때문이다.

4. 결어: 반공은 극우가 아니라 "중도"

대개 50년대 ~7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거 초등학교(국민학교)부터 반공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지금 나이로 4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반공교육의 추억을 물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미술시간에 북한사람을 도깨비처럼 머리에 뿔난 사람으로 그리라고 했다", "재미없던 반공만화 똘이장군 본 생각난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공 세뇌작업을 했다" 등등….

한마디로 그 당시의 반공교육은 일부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효과적이지 못했고, 많은 부분 역효과를 가져온 점이 있었다. 물론 반공교육을 추진한 분들의 애국심에는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다만, 그 형식이 투박했고 유행에 뒤떨어졌으며, 당시 보다 세련된 교육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속을 파고 들지는 못했던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한마디로 쿨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한국의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는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는 것에 "쿨하다"라는 느낌을 가졌었고, 그런 태도가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깨어있는 지식인의 자세라는,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 어떻게 보면 이 세대들은 "반공이념"에 세뇌된 것이 아니라 "반공교육은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너희를 세뇌하려는 작업이야"라는 좌파들의 역공에 도리어 세뇌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비록 과거 반공교육이 그 표현방식에는 서투른 측면이 있었지만 그 메시지 자체는 국가의 안보를 다루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요즘 시대에 빨갱이가 어디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나오는 걸 보면 우리나라 반공교육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 다시 강조하지만, 국정원에는 마케팅 기능이 없다. 국내의 많은 홍보 및 마케팅 전문가, 언론, 그리고 교육단체들이 국가적 사명감을 가지고 반공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주 세련되게 해야 한다.

흔히들 반공이야기를 하면 "극우"라는 소리를 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정치적으로 극우는 파시스트나 극단적 인종주의·민족주의자들을 말한다. 또한 어떤 이가, "나는 힙합이 싫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을 "극도의 클래식 옹호자"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힙합을 싫어한다. 그 사람들은 그냥 일반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힙합을 싫어한다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미로, 반공은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반공이라고 극우라고 하는 것은 오류다. 우리 일반인들 대부분이 공산주의에 반대하기 때문에, 반공주의자는 "중도"이다. 굳이 자유주의나 보수주의를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대부분은 공산주의가 싫다. 우리는 북한의 간첩도 싫고, 북한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도 싫다. 우리는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킨다. 그래서 우리 일반인은 극우가 아니라 중도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 글은 지난달 31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통진당 해산 판결을 통해 본 반대한민국 세력의 정체』 연속세미나 제2차 '통합진보당 위에 있는 북한의 대남 전략' 세미나에서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이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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