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생’ 기조에 대기업들, 협력사 채용 지원…부작용 지적도

자유기업원 / 2018-11-13 / 조회: 12,280       아시아투데이

일부 협력사, 인력 충원 계획 없어도 채용박람회 참여


문재인 정부가 상생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펼치면서 대기업들이 협력사와 함께 진행하는 채용박람회도 확대되고 있다. 협력사 입장으로서는 인재를 확보할 기회이자, 구직자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기업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만큼 채용박람회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에게 중소기업과의 상생만을 강요하다보니 인력 충원이 필요없는 협력사들까지 현장에 나오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2018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협력사 89개 등 120개 협력사와 1만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은 협력사별 부스가 마련된 6개 직무별 채용기업관(연구개발, SW, 경영지원, 영업·마케팅, 설비, 기술)과 면접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취업특강관, 이력서출력관, 면접 사진 및 메이크업관 등으로 이뤄졌다. 


이번 채용한마당은 중·고등학생 단체와 20대 취업준비생, 50~60대 구직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직자들은 현장에 마련된 컴퓨터와 프린터를 통해 자신의 이력서를 출력한 뒤 부스에서 직접 면접을 보기도 했다. 일부 인기 협력사의 부스 앞은 대기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행사에 참여한 협력사들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우수 인재 확보”라면서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고 사업이 확대된다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상생 협력을 더욱 강화해 일자리 창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4~5월 281개 협력사가 참여한 가운데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예년과 달리 기존 1차 협력사 위주에서 2·3차 협력사 전용 채용박람회도 마련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 협력사의 채용을 지원했다. 


SK그룹은 지난 5월 31일 그룹 차원에서 처음으로 SK주식회사·SK텔레콤·SK하이닉스·SK건설·SK플래닛 등 SK 관계사가 추천하는 1·2차 협력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 총 76개사가 참여하는 박람회를 개최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오는 28일 울산에서, SK텔레콤은 29~30일 서울에서 각각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들이 정부의 상생 기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협력사 채용박람회 현장에는 일부 인력 충원 계획이 없는 업체들도 나와 있었다. 협력사들로서는 채용의 필요성이 없어도 자신들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대기업의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영업·마케팅 관련 A사 관계자는 “지금 현장에서 면접은 진행하고 있지만, 신입과 경력직 모두 당장 채용과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미정이지만 공채를 진행한다면 내년 하반기 정도에 실시할 예정”이라며 당장은 충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협력사인 C사 역시 “공채 서류 접수는 진작에 마감됐지만 협력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인 만큼 빠지기가 어려워 참가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에 너무 상생만을 강조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며 “요즘은 일자리 증원도 반강제적으로 하고 있는데 당장은 되겠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단기 대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역시 “이런 박람회를 정부가 세금을 들여서 하면 전시성 행사가 될 우려가 있어서 기업을 압박한 경우로도 볼 수 있다”면서도 “기업을 압박한다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뽑는 시늉을 하느라고 돈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를 푼다든가 경영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상학 기자 shakiroy@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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