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우 작가, ‘국가 부도의 날’선전매체인지 오락매체인지 불분명해
정치적 의도를 담은 국내영화들이 많이 개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영화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해 지나친 희생양 찾기에 나서고 있어 불필요한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12일 이원우 작가는 자유기업원 칼럼을 통해 “한국 영화감독들은 선한 사람을 희생시켜 관객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더 극대화시키고 있다”며 “‘지금 현실이 이런데 참을거야’라고 묻는 식이며 선전매체인지 오락매체인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원우 작가가 예로 든 영화 중 하나는 ‘국가부도의 날’이다. 그는 “이 영화의 경우 도저히 하나의 변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제 문제를 희생양 몇몇의 탓으로 돌린 뒤 관객들의 분노를 더 자극하고 있다”며 “국내 역사상 최대의 경제위기였던 IMF사태를 몇몇 사람들의 탓으로 돌린다”고 지적했다.
이원우 작가에 따르면 이 영화내용은 우리나라 경제는 재정국 차관 등 몇몇 무능하고 사악한 관료들과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대기업들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는 논리인데,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긴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나친 단순화는 우릴 그저 남 탓이나 하는 우민으로 전락시킨다”며 “‘국민들은 그저 개돼지’라는 말에 흥분했던 당신이라면 우리를 단순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이런 시도에도 분노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는 몇몇 악역들을 미워하기만 하면1990년대 말에 겪었던 경제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원우 작가는 “이 영화는 IMF라는 엄청난 사건의 의미를 인형극 수준으로 축소시켰다”며 “리얼한 역사 대신 가상의 영화를 보며 그때를 이해했다고 착각하게 하는 만큼 우리는 ‘단순한 국민’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당시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 구제금융신청 외에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에 대한 답에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의롭고 똑똑한 역할로 나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나중에 가서 하는 예기는 ‘IMF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 장면만이 나온다.
이원우 작가는 “실제 기록을 보면 IMF행을 최대한 미뤄보려고 한 것은 오히려 (영화에서 악당으로 묘사된) 재경원 관료들이며 IMF행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건 오히려 한국은행 총재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협상장에 미국 정부 관료가 있었다는 정황상 당연한 부분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한 것은 미국에 대한 악감정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우 작가는 또 “정의감을 과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관에 대한 허술함과 역사‧경제 문제에 대한 인식의 얕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며 “‘국가부도의 날’은 감당할 수 없는 소재를 골라 스스로 패착에 빠지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곽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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