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김정호 / 2021-05-25 / 조회: 21,833


김정호_2021-18.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GkuJLqnVics


에너지 이야기 두 번째, 오늘은 원자력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원자력 이야기도 나눴더군요. 한-미 두 나라가 협력해서 원자력 발전 수출을 하겠답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한다면서 다른 나라에는 수출하겠답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외국에 수출도 해서는 안됩니다.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괜찮은 거라면 국내에서 쓰는 것이 옳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원자력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전기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나라입니다. IE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당 8.02펜스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1펜스가 15원 정도니까 120원 정도입니다. OECD 평균 16.45펜스의 절반이 안됩니다.1



우리나라의 전기 사정이 좋아지는 데에는 원자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주황색 선이 전기가격, 검은색 선이 물가지수, 막대그래프가 원자력 발전의 비중입니다.2 주황색 선, 즉 전기 가격은 1970년대 초 1KwH당 10원 미만이던 것이 중반부터 급격히 올라서 1980년 1KwH당 69.9원으로 최고조에 달합니다. 세계적인 유가 상승 때문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막대 그래프, 즉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커지는 것과 반비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었습니다. 일반 물가와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 35.2이던 물가지수는 2005년에 111.7이 되었습니다. 25년 동안 217%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같은 기간 69.9에서 78.4로 10% 정도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큰 기여를 한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하겠다며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 24기인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줄이겠다고 합니다.



탈원전의 이유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판도라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위험해 보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는 원자력이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말해줍니다. 이 그래프는 1테라와트H당 사망자의 숫자입니다.3 1테라와트는 1조와트를 말합니다. 가장 위험한 에너지는 석탄입니다. 1테라와트H당 24.6명이 사망했습니다. 화재, 가스 중독, 매연 등으로 석탄은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다. 석유는 18.4명으로 비슷합니다. 천연가스 2.8명, 장작 등 바이오매스는 4.6명입니다.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은 태양광입니다. 사망자 숫자는 0.02명으로 석탄의 1만분의 일입니다. 그런데 원자력도 0.07명로 태양광과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Co2 배출량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오히려 작습니다.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입니다. 탈탄소 시대에 인류가 가장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을 줄이는 대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릴 계획입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2016년 현재 7.0%인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2030년까지 20%로 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계획에 따라 국토와 바다 곳곳에 태양전지판과 풍력 발전기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기요금의 상승입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용은 원자력에 비해서 2~3배가 높습니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지요. 지난 몇 년간은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그 부담을 떠 안고 있었지만4 머지 않아 전기요금이 오를 것입니다.



둘째는 전기의 품질 저하와 그로인한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의 위험입니다. 전기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대규모 블랙아웃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원자력은 가동과 멈춤을 조절하기가 쉽습니다. 수요가 있으면 가동하고 수요가 없으면 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태양광 및 풍력 발전 같은 것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햇빛과 바람은 인간이 전기를 필요로 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나타났고 사라집니다. 시간에 따라 전기가 남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는 거죠. 그로 인해서 대규모 블랙아웃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전기 초과공급으로 인해서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날이 2018년 1일, 2019년 2일, 2020년 8일이라고 합니다. 2014~2017년 사이에는 전혀 없던 블랙아웃 위험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면서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의 내용입니다.5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전기 저장 시설, 즉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초과 공급시에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빼내어 쓰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그 비용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MIT 재료공학과의 Chiang 교수 등이 미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을 배터리로 보완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어느 정도로 떨어져야 하는지를 계산했는데요. 그 답은 10~20$/KwH이었습니다.6 그런데 2020년 현재 실제 배터리 가격은 137$/KwH입니다.7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조용으로 쓰기에는 현재 배터리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풍력 등에 의한 발전은 수요-공급의 미스매치에 따른 블랙아웃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 프랑스 등 주변 나라들과 계약을 맺고 남을 때 수출하고 모자랄 땐 수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나라도 없습니다. 일본과는 사이가 나빠서 안될 것이고, 중국과 그렇게 한다면 그 안보의 위협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한다고 해도 그 넓은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확장 속도를 고려하면 한국이 안전 때문에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습니다. 아래 지도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의 원자력 발전량 변동 상황인데요.8 파란색이 증가 붉은색이 감소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자력 발전소가 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 당시 중국이 계획 중이었던 원자력 발전 용량이 250기가와트인데요. 나머지 모든 나라를 합친 230기가와트보다 중국 한 나라가 더 큽니다.9 한국 원전의 용량은 2019년 당시 23.2기가와트입니다.10 우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많은 원전이 중국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원전들은 대부분 해안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11 심지어 산동성 앞바다에다가 물에 떠 다니는 부유식 원전 건설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12 한국을 향해 세워지는 격이지요. 중국의 황사가 한국으로 불어오듯이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방사능은 한국 쪽으로 날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바다물을 통해서도 흘러 오겠지요. 우리만 탈원전을 한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입니다. 다만 원자탄, 방사능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공포스러운 것이 문제입니다만 극복할 대상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가 높은 곳에 오르면 공포를 느끼지요. 그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기에 비행기를 탈 수 있고, 고층빌딩에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자력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를 극복하면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 공포에 굴복하면 높은 전기요금과 블랙아웃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한국인이 원자력의 공포를 넘어서길 바랍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8124100003

2 양용석, 원자력발전의 국민경제적 기여 분석과 기금운영 개선방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0.

3 https://ourworldindata.org/safest-sources-of-energy

4 -1조3566억…한전, 11년 만에 최악 적자,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22840321

5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9133731i

6 Storage Requirements and Costs of Shaping Renewable Energy Toward Grid Decarbonization.

https://spectrum.ieee.org/energywise/energy/renewables/what-energy-storage-would-have-to-cost-for-a-renewable-grid에서 재인용.

7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12-17/this-is-the-dawning-of-the-age-of-the-battery?sref=9fHdl3GV

8 https://ourworldindata.org/grapher/annual-percentage-change-nuclear

9 https://www.economist.com/technology-quarterly/2020/01/02/chinas-nuclear-industry-and-high-speed-trains-are-world-class

10 South Korea is one of the world’s largest nuclear power producers,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44916

11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14/12/04/promethean-perils

12 중국, 서해에서 '떠다니는 원전' 밀어붙인다…14·5계획 포함,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0103700089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68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디디추싱 사태를 보는 시각
김정호 / 2021-07-20
김정호 2021-07-20
67 수소경제, 신의 한 수 또는 악수?
김정호 / 2021-07-13
김정호 2021-07-13
66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호 / 2021-07-06
김정호 2021-07-06
65 중국 고립은 심화되는데, 위안화는 왜 강세인가?
김정호 / 2021-06-29
김정호 2021-06-29
64 글로벌 최저한세, 증세 경쟁의 시작인가?
김정호 / 2021-06-22
김정호 2021-06-22
63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에 승부를 걸었나?
김정호 / 2021-06-15
김정호 2021-06-15
62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배터리 산업, 괜찮을까?
김정호 / 2021-06-08
김정호 2021-06-08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김정호 / 2021-05-25
김정호 2021-05-25
60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 내 투자는 어쩌나?
김정호 / 2021-05-18
김정호 2021-05-18
59 에너지 혁명: 과거, 현재, 미래
김정호 / 2021-05-11
김정호 2021-05-11
58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김정호 / 2021-05-04
김정호 2021-05-04
57 전문경영의 민낯: 미국형은 비정, 일본형은 무능, 한국형은 부패
김정호 / 2021-04-27
김정호 2021-04-27
56 ESG 거품론, 왜 나오나?
김정호 / 2021-04-20
김정호 2021-04-20
55 오세훈의 재건축 정상화가 넘어야 할 산
김정호 / 2021-04-13
김정호 2021-04-13
54 LH 대책에 대해서
김정호 / 2021-04-06
김정호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