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있는가? 한국-일본의 코로나 사망 통계 비교

김정호_2020-2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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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우리들의 삶이 속박당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해서라도 아플 사람이 안 아파지고, 죽을 사람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면 참아야 하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고 그렇게 하나, 안 하나 달라질 것도 없는데 자기들 권력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감시하고 속박하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정말 지금 문재인 정부가 소위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현 방역 체제의 문제를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양쪽의 소리를 비교해서 나름 판단을 해보겠는데 그런 것이 없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제가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택한 방법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코로나 사망자를 비교해 보는 일입니다. 일본을 택한 이유는 코로나에 대한 대책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K-방역이라고 해서 최소한 초기에나마 검사도 많이 했고 추적, 격리를 많이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미온적 조치들만 취했죠. 스웨덴과 비슷하게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코로나 대책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두 나라 사람들의 체질은 매우 비슷합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두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일 것입니다. 게다가 2003년의 SARS(싸스) 사태를 겪었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죠.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 사이 코로나 피해에 차이가 있다면 코로나 대책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코로나 피해가 적다면 그것은 K-방역의 효과라고 봐야 할 겁니다.

우리가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인데요. 확진자 숫자는 코로나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검사를 많이 하면 확진자도 많이 나오고 검사를 덜하면 확진자도 덜 나올 테니 말입니다. 하자만 사망자는 그런 왜곡의 가능성이 적습니다. 사망 전에 중증의 상태를 거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겠죠. 그래서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코로나 피해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믿을만한 숫자라고 판단했습니다.

9월 20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383명, 일본은 1,500명입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3.9배, 거의 4배나 더 많이 사망했습니다. 일본 인구는 1억 2,600만명, 한국 인구는 5,160만명. 인구 면에서 일본이 2.5배 정도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일본의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사망자의 연령별 구조에 그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코로나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자라는 것을 아시죠? 이것은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의 연령별 분포입니다. 한국은 파란색 막대, 일본은 빨간색 막대 그래프인데요. 한국도 일본도 젊은 연령층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없습니다. 60대부터 늘어나서 80대 이상에서는 엄청나게 많지요.

양국의 전체 사망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연령별 구조가 잘 파악이 안됩니다. 그래서 각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일본의 경우 80대 이상이 58.6%, 70대가 26.4%, 60대가 9.9%, 그래서 60세 이상을 합치면 94.9%입니다. 일본은 코로나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입니다. 환갑 이전의 인구는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거의 사망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한국도 비슷합니다. 80세 이상이 51.6%, 70대가 31.2%, 60대가 11.1%. 이 셋을 합치면 93.9%입니다. 즉 한국은 코로나 사망자의 94%가 60세 이상입니다. 환갑 이전의 인구는 6%에 불과합니다. 한 가지 양해 말씀 구할 것은 한국 자료는 9월 21일 것인데 일본 것은 9월 16일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 이후의 일본자료는 구하지 못해서 부득이 이렇게 했습니다만 비율을 따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 사망자의 이 같은 연령대별 분포는 고령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음을 말해 줍니다. 일본은 고령인구가 많습니다. 다음 그래프에서 보듯이 80세 이상 인구만 해도 한국은 200만명인데 일본은 985만명입니다. 일본의 80세 이상 인구가 한국의 거의 5배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사망자 숫자가 당연히 많겠죠. 그래서 제대로 비교하려면 동일한 인구당 사망자 숫자가 어떤지를 봐야 합니다. 100만명당 사망자가 어떤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일본은 80세 이상 인구가 985만명인데 그 중 사망자가 838명입니다. 100만명당 85.1명입니다. 한국은 80세 이상 인구가 200만명인데 사망자가 195명입니다. 100만명당 사망자가 97.5명입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일본의 사망자가 훨씬 많아 보이는 이유는 80세 이상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100만명 당 사망자는 한국이 15%나 더 많습니다. 70대 사망자도 일본은 100만명당 27.1명 사망인데 한국은 37.5명 사망이어서 한국이 38%나 더 많습니다. 50대 이하는 일본의 사망률이 더 높지만 어차피 그 나이 대에서는 사망자가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연령대별 코로나 사망률을 한국에 적용한 것이 아래 그래프의 회색 막대입니다. 사망자 숫자가 80세 이상은 170명, 70대는 85명, 60대는 41명일 때 일본과 같은 비율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숫자는 80세 이상 195명, 70대는 118명, 60대는 42명입니다. 합계로는 인구비례 추정치가 333명인데 실제의 한국 사망자 숫자는 378명입니다. 양국의 인구 규모와 연령별 구조를 감안할 경우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가 일본보다 14%나 더 많은 것입니다.

이런 분석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의 효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합니다. 별 것 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코로나 피해가 더 작으니 말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사망률이 낮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여러 나라의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숫자 추이인데요. 한국,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등의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를 비교해서 보시죠.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에 비해서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사망률이 비교도 안되게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별 다른 정책을 펴지 않은 일본을 고려했을 때 동아시아의 낮은 사망률을 정책을 잘 한 결과로 보기 힘듭니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봐야 하겠죠. 만약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해서 코로나 사망률이 낮은 것이라면 전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현재의 정책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그보다는 고령의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9.22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K-방역은 있는가? 한-일 코로나 사망자수 비교. 378 대 1500 또는 378 대 333>의 텍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