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e스포츠 샐러리 캡 도입 논란을 보며...

김은준 / 2023-12-22 / 조회: 3,055       매일산업뉴스

엔데믹 이후 소비에 대한 소요가 증가하고 여가활동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K-콘텐츠 산업처럼, 스포츠 역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수익성과 가격 상한제 도입 논란으로 인해 e스포츠 업계는 다소간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대표 e스포츠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지난 7월 스토브리그에 계도기간을 거쳐 2024년 스토브리그부터 '샐러리캡(Salary Cap)'을 완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팀별 연봉 상위 5인의 선수에게 지급하는 연봉 총액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일정 금액의 부담금을 부과, 나머지 팀들에게 분배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e스포츠의 수익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회자되던 이슈였으며, LCK 팀은 만성 적자 운영에 허덕여 왔다. 평균 93%라는 높은 관객 동원력에 비해 작은 경기장 규모(평균 500명), 저조한 티켓 판매 수익, 타 스포츠에 비해 미비한 굿즈 산업 등. e스포츠의 인기와 규모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나 구단의 재정적 부담은 가중되어왔다.


과도하게 팽창한 선수 연봉 또한 원인 중 하나이다. 팀별 상위 연봉 5명의 연봉 총액을 합산한 평균 액수는 불과 2년 만에 71% 증가했다. 선수 연봉 비중이 팀 운영비 절반을 훌쩍 넘어선 구단도 많아졌다. LCK 사무국은 과도한 영입 경쟁보다는 팀의 간판스타 발굴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샐러리 캡을 도입하였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지출 상승과 신통치 못한 수익률 개선 현황 등을 곱씹었을 때 '리그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정수,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지출을 제한하는 정책이 좋은 결과로 귀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뒤따른다.


샐러리 캡은 각 팀의 선수 연봉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 팀과 선수, 리그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다. 다만 샐러리 캡 적용 시 같은 종목에 비슷한 경쟁력을 지닌 다른 리그가 존재하는 경우 선수 유출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


샐러리 캡이 정착한 NBA, MLB, NFL 등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타 리그와의 교류전이 존재하지 않기에 선수 유출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반면 LCK는 LPL(중국), LCS(북미) 등 비슷한 규모의 리그가 존재한다. LCK 내부뿐 아니라 해외 리그와 함께 선수에 대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LCK가 신인 데뷔만 하고 S급 선수로 성장하면 즉시 해외로 진출하는 '셀링 리그’로 전락, 리그 전반의 질적 하락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 LCK 프렌차이즈화 등을 위한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며 불균형을 빚게 되는 것이다.


다만 샐러리 캡이 역효과만 촉발한다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인 판단일 수 있다. 리그 자체적 특성, 주변 환경 등 여타 조건을 고려해 알맞게 개편된 샐러리 캡이 오히려 리그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진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 프로 배구 V리그와 농구 KBL, 그리고 유럽 축구의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Financial Fair Play·FPP) 규칙 등의 제도는 제반 상황을 적합하게 고려해 샐러리 캡 제도를 개편·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샐러리 캡의 도입은 리그 내부 구단 간 뜨거운 경쟁과 타 리그와의 국제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단기적으로 S급 선수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으나, 전반적 리그 성장이라는 큰 그림을 보았을 때 샐러리 캡을 무조건 배격하는 일 또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LCK는 리그 지속 가능성, 국제 경쟁력이란 두 기치 아래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샐러리 캡 도입은 LCK 리그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도이며,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양가적 제도라 할 수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 기존 LCK 리그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각국 스포츠가 자국 문화, 스포츠 특성, 고유문화 등을 고려, 다양한 형태로 여타 정책을 도입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LCK 사무국이 리그 행태에 맞는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e스포츠가 장기적 발전을 이룩하길 바란다.



김은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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