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총량제는 2005년 택시의 과잉 공급이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도입됐다. 일정한 지역별로 택시의 총량을 설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대수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5년마다 전국 156개 택시사업구역별로 택시총량을 산정하는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증차나 감차 여부를 결정한다.
택시총량제는 나름의 탄생 근거가 있다. 이는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가 강학(講學)상 특허(特許)라는 점과 관련되어 있다. 강학상 특허란 공익상의 필요에 따라 특정 상대방에게 권리, 능력, 법적 지위 등을 새로이 설정하는 행위다. 자동차운수사업면허 역시 이에 해당한다. 여객, 운송과 같이 국민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도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법령에 따라 어느 정도의 독점적 경영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당시 택시 또한 서민의 교통수단으로 일익을 담당하였기에 면허를 제한적으로 부여하였을 것이다.
이제는 택시총량제의 존립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택시가 공공성이 있는 교통수단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시내버스는 대부분 준(準) 공영제로 운영한다. 이들 버스는 자가용이 없거나 이를 운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므로 공공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버스 회사가 자율경쟁을 하는 경우, 수익성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 수요가 없는 노선은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에 지자체에서 노선 설정권을 갖되, 버스 회사의 적자분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유사하게 철도 역시 KTX, SRT,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이 운영한다. 사람들이 중장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철도가 필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는 어떠한가? 자동차 보급률이 낮았을 때는 서민의 교통수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구에 한 대 이상의 차가 보급된 지 오래다. 수송분담률의 하락으로 사회 인프라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수십 년 전 50%에 달하던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2020년 2.7%까지 떨어졌다. 2007년 6.6%와 비교하여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그렇다. 이제 택시 서비스는 주로 충분한 지불 능력(ability to pay)이 전제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성이 낮은 일반재라 하겠다.
택시총량제의 제도적 결함 역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전국의 택시총량을 산정하는 것이 문제다.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최근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택시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택시 한 대당 인구수가 광주시 905명, 하남시 937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기도 평균인 358명과 비교하면 두세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은 하나의 사업구역으로 설정되어 총량을 719대로 산정받았고, 오히려 40여 대를 감차하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택시 서비스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만 거듭되고 있다. 택시총량제가 가진 제도적 결함 때문이다.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그냥 필요가 많은 곳에는 많은 택시가, 필요가 적은 곳에는 적은 택시가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택시 요금의 규제 역시 함께 풀어야 한다. 사적재는 시장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질 때, 최적의 메커니즘으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총량제는 새로운 사회상에도 알맞지 않은 제도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택시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혁신을 거부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우리는 필요한 교통수단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이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타다, 우버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의 거대한 트렌드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역할을 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의 보편화 역시 또 다른 도전이다. 우리도 갖은 규제를 풀고, 혁신의 물결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 보호라는 미명하에 탄생한 택시총량제, 이제는 '이상한 나라의 택시총량제’가 되었다. 지역별 갈등, 택시업계 간 갈등, 신산업과의 갈등, 갈등만을 유발하는 애물단지를 그만 놓아주자. 다만 택시총량제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경직된 요금 문제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공공 서비스 프로그램의 보완도 고려해서 말이다.
구한민 자유기업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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