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성장하는 구독 경제, 규제는 시기상조

한지수 / 2022-12-05 / 조회: 4,234       매일산업뉴스

넷플릭스 등 디지털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시작으로 식료품, 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구독 경제 붐이 일고 있다. 구독 경제에 참여하는 산업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로 인한 시장 발전 저해가 우려되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각광받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유 경제가 주춤하는 틈을 타 구독 경제가 떠오른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주가 되는 시대 맞춤형 시장인 데다가 ‘락인효과’까지 가지고 있기에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이다. 락인효과는 경제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구독으로 인해 일정 소비자 규모가 확보되는 것이다. 엔데믹 여파로 홈쇼핑 업계, 라이브 스트리밍 업계는 주춤했지만 티빙, 넷플릭스 등 OTT만은 살아남은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한국의 구독 경제 생태계 역시 활성화되고 있으나 타 선진국들에 비하면 발전 초기 단계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 선호 반영이 관건이다. 따라서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 혁신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의 부적합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있다.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나 유료로 전환될 시, 일주일 전에 고지할 것을 의무화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개정됐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 대행사(PG)에게 기업의 영업 방식을 관리 감독하게 했다는 점이 문제된다. 유료 전환 고지와 환급 여부에 대한 규정은 기업과 이용자 간의 법률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제3자인 PG가 관련 내용에 관여하게 된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재화의 특성, 지리적 범위, 소비 계층, 제공 플랫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주가 가능하다. 모든 구독 산업이 PG의 감독을 받게 하는 획일적인 법안은 시장 특성에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 위축, 성장 저해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되는 것이 비단 여신전문금융업법만은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 공정화법,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등 여러 부처에서 규제 중심 법안을 내놓았다. 구독 서비스가 필수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시점에서 시대 역행적인 입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미국이나 일본의 규제를 모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충분히 큰 규모의 시장을 규제하는 것과 이제 막 커지려는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혁신을 추구하도록 두고 보는 것이 우선이다.


획일적 규제의 부적절성을 근거로 개별 규제를 택할 수는 없다. 개별적 규제도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너도나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시장에서 산업군을 떠난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규제 완화로 자동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회사의 경쟁 범위는 더 이상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제한된 시간과 자본 속에서 무엇을 구독할지 선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를 산업군 별로 정비하기보다는 전체 산업에의 규제를 완화하여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구독 경제 기업을 출범시키고자 한다면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여 시장을 키워야 한다. 여신금융전문업법과 같은 획일적 규제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산업별 규제는 다양한 기업 간 상호 발전의 기회를 저버리게 한다. 성장 단계인 현재로서는 규제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지수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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