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금융도 변해야

노현지 / 2022-06-03 / 조회: 5,424       매일산업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비대면 문화가 발전되면서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은행 계좌를 핸드폰으로 확인하고 개설할 수 있으며 송금도 언제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이렇게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이데이터’의 시대가 드디어 도래했다.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개인 데이터 활용에 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020년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로써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동의 없이도 정보를 활용하거나, 상업적 목적을 포함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데이터 3법과 함께 금융권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통제하고, 이를 신용관리, 자산관리, 나아가 건강관리까지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개인들은 각종 금융사에 분산된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그동안 오픈뱅킹 등 다른 형식으로 제공되어 왔으나 전면적으로 실행된 것은 올해 1월이다.  마이데이터의 진화 과정은 ‘분석과 추천’(1단계), ‘실시간 지원’(2단계), ‘예측과 대응’(3단계) 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는 1단계로 고객의 예금·대출·보험·카드 같은 금융정보만 한정적이며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들이 이러한 정보를 분석해 주는 수준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2단계로,  현재 3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진행, 다른 국가에 비해 한발 느린 상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발 빠르게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WellsFargo)는 부채 관리에 주력하는 플랫폼을 출시해 고객들의 신용등급을 관리해준다. 매월 개인들의 금융 활동 데이터와 연계해 신용등급 개선 방안을 알려주고, 등급표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암로는 다른 산업 영역과 제휴하여 ‘구독’서비스를 도입했다. 구독 서비스 목록과 금액을 정리해서 표시해주고 안 쓰는 서비스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바로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은행들은 다른 산업들과도 제휴하여 격차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발전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딘 것은 규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당국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금융사와 핀테크가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규제하면서 은행들은 리스크 위험에 선뜻 서비스 진행을 못 한 것이다. 또한 당국은 금융 소비자를 보호한다면서 규제했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 활용도를 크게 낮춰 금융서비스 발전 속도에 지장을 준 것이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높아지지 않았다.


현재 빅테크는 전자금융법이나 인터넷 은행법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했지만, 은행의 비금융 진출은 제한적이다. 빅테크는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만 빅테크 정보는 대분류 형태로 의미 있는 내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와 은행의 공정한 경쟁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인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은행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 등을 완화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다른 산업 간의 제휴를 확장시켜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각 은행은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해외 은행 사례를 참고해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개발하고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노현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157 [자유발언대] 빌 게이츠도 투자한 원전, 다시 살리려면?
김영제 / 2022-10-04
김영제 2022-10-04
156 [자유발언대] 주 52시간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
왕한별 / 2022-09-23
왕한별 2022-09-23
155 [자유발언대] 납품단가 연동제, 강제만이 해답이 아니다
신유정 / 2022-09-16
신유정 2022-09-16
154 [자유발언대] 택시대란, 소비자에 초점 맞추면 해결 보인다
안효건 / 2022-09-14
안효건 2022-09-14
153 [자유발언대] 대형마트로 가는 발걸음, 전통시장으로 돌리지 못하는 이유
정해인 / 2022-09-02
정해인 2022-09-02
152 [자유발언대] 더 벌었으니 또 내라는 터무니없는 `횡재세`
양준혁 / 2022-08-26
양준혁 2022-08-26
151 [자유발언대] 득보다 실 많은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김가은 / 2022-08-19
김가은 2022-08-19
150 [자유발언대] 20년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전면 개편해야
배승주 / 2022-08-08
배승주 2022-08-08
149 [자유발언대] 공공배달앱, 자영업자 위한다더니 ... 관리부실ㆍ세금낭비ㆍ시장교란
김경은 / 2022-07-08
김경은 2022-07-08
148 [자유발언대] ‘택시대란’ 해결 방법은 있다
신동준 / 2022-07-01
신동준 2022-07-01
147 [자유발언대]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전락한 추가경정예산
안준현 / 2022-06-10
안준현 2022-06-10
146 [자유발언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금융도 변해야
노현지 / 2022-06-03
노현지 2022-06-03
145 [자유발언대] 금융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은 규제 완화
김보미 / 2022-05-27
김보미 2022-05-27
144 [자유발언대] ESG경영,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선택이어야
박정재 / 2022-04-29
박정재 2022-04-29
143 [자유발언대] 실사구시적 방역패스의 필요성
김태현 / 2022-04-22
김태현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