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설을 전후로 매년 들려오는 말이지만, 올해는 상황의 심각성이 예년과 달라 보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식료품은 무려 6.2%가 올랐다. 1월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5.5%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폐 가치의 하락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려버리면서 그만큼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까지 역대 최저수준의 금리를 유지하였다. 정부는 추경을 반복적으로 추진하였고, 코로나로 인한 각종 재난지원금과 함께 시장에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고환율 역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장본인으로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여러 방면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수년간 대폭 늘려온 최저임금은 물가상승의 방아쇠가 되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9ㅊ120원에 이르는 최저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재와는 달리 한 번 상승하면 하락하지 않는다. 이처럼 최저임금은 줄줄이 올라 물가를 자극하는 반면 전체적인 임금인상률은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즉,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을 제외하면 명목임금을 물가로 나눈 실질임금은 계속하여 감소하는 상황이다.
외부 요인 역시 물가상승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 유통공급망 병목 현상이 겹치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미-러 갈등을 비롯한 국제 정세 불안은 국제유가를 치솟게 만들었으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되며 각종 원자재 자체는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공급망 병목 현상 역시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는 예측이다.
정부의 행보는 의아하기만 하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시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한번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높이고 정부는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등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상황 속에서 또 다시 추경을 발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음은 물론, 오죽하면 현 정부는 경제학과 싸우는 중이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이다.
화폐당국은 물가와 화폐 가치의 안정화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선심성 돈 풀기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경제학적 관점에서 어긋나는 정책 등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10,000원이 어떤 가치를 지닐지 감히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무리한 추경 예산안과 최저임금 상승폭의 조정을 조속하게 추진하고 금리를 인상하여 수요와 공급에 걸맞은 물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화폐 가치, 돈의 가치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호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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