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핀테크 기업의 규제, 역주행과 다름없다

고강은 / 2021-11-26 / 조회: 7,562       매일산업

핀테크는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이다.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이에 부응하여 금융혁신지원특별법(2018년), 금융규제 샌드박스(2019년) 시행과 같이 금융제도를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했고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해외와 국내 핀테크 기업의 성장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혁신과 소비자 편익 제고를 외치며 핀테크 산업 성장을 장려하고 규제를 완화하다 갑작스럽게 태세를 전환했다. 기업들은 규제 압박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수익 및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입으며 더 이상 성장이 아닌 생존이 목표가 됐다. 이러한 금융 혼란은 결국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으로 돌아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은 지난 9월 시행 이후 핀테크 기업의 영업 중단을 불러일으키는 등 큰 쟁점이 됐다. 해당 규제는 '상장 삼수생'인 카카오페이의 상장 불발의 원인이기도 했다.


금소법상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금융상품 비교·추천·광고 등 서비스는 광고가 아니라 ‘중개업’에 해당한다. 중개업의 인허가나 등록이 없는 플랫폼은 이러한 서비스를 취급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는 펀드·보험 등 금융상품 비교 견적 서비스의 금소법 위반 우려로 상장이 불발됐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상장을 위해 해당 서비스를 축소 개편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영업이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가 대출 판매·중개 대리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대출 비교 업무를 지속할 수 있었다.


해당 규제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 각 기업 서비스 별 차이로 인한 일률적 적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임에도 위반 여부가 다르게 판단되는 등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만 보인다.


금소법 이후 시행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핀테크 기업의 수익 악화를 가져왔다. 핀테크 대출 비교 플랫폼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출이 이뤄지면 수익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해당 규제의 시행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영업난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에는 큰 영향은 없지만, 해당 서비스가 주축인 소형 핀테크 회사들에는 큰 타격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연달아 맞닥뜨린 핀테크 업계의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핀덱서블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핀테크 생태계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6위로 8계단 하락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핀테크 기업의 개수와 발전 상황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도 등장하지 못했다. 아직 질적 성장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이다. 규제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인수합병(M&A)이나 대형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화되는 규제로 인해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성장보다는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입법안이 7건이나 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 혁신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수용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법률·정책 금지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 등 기존 규제 환경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자율성과 영업의 자유를 장려해야 할 시기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역주행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강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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