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국민건강 증진 탈` 쓴 설탕세는 증세다

김주비 / 2021-04-16 / 조회: 11,047       매일산업

‘설탕세’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도한 설탕 섭취를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설탕이 들어간 제품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국민들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의도이다.


한국 성인의 36.6%가 비만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의료비 등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정책 제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음료업계와 소비자들은 설탕세가 물가 올리기 정책에 불과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얻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설탕세 도입이 시작되면 전반적인 음료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설탕세가 도입되면 음료수 250ml 기준으로 원가가 약 27원가량이 오른다. 출고가는 그보다 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자체는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음료의 단 맛에 익숙해져 왔기 때문에 원재료의 비율을 바꾸지 못하고 이는 그대로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탕세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워 음료업계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설탕이 유제품 및 제과제빵 등 거의 모든 식품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설탕세 논의는 ‘음료’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시행되기 시작하면 다른 식품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상에서 쉽게 구매하고 섭취하던 음료, 제과제빵, 유제품, 가공식품 등의 음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우는 역효과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설탕세를 도입했으나 부작용이 컸다. 노르웨이는 2018년 사탕, 초콜릿 등에 부과하는 세금을 전년 대비 무려 83%나 인상했는데, 그 다음 해 설탕 섭취량이 10년 전과 비교해 27% 줄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설탕세 인상으로 사탕류의 가격이 오르자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쇼핑을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덴마크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저소득층 부담이 증가하면서 결국 폐지했다.


설탕세 도입이 세수 확보가 아닌 국민의 건강증진이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도 많다. 비만 인구를 줄이고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설탕세보다 식생활 개선 노력과 운동을 권장하는 방식이 훨씬 나을 수 있다. 운동을 통해 충분한 열량 소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이어트와 건강한 몸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운동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체육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업체들은 대체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영양성분 표시를 강화하거나 이를 고려한 상품 진열 및 판매 방식으로 설탕 섭취량을 점차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설탕세는 팍팍한 세상 속에서 국민들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명목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민 부담만 늘어나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탕세가 부과되면 기업들이 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지 않고 제품의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다.


설탕세는 엄밀히 말해 세금이 아닌 건강부담금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증세로 봐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함과 경제성장을 두루 잡을 수 있는 다른 대안들도 존재하는데 굳이 설탕세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결국 조세를 목적으로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주비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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