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장기간(1337~1453년)에 걸쳐 주로 프랑스 남서부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소녀 잔 다르크가 등장했으며 흑태자 에드워드의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크레시 전투(1346년) 또한 백년 전쟁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다. 크레시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영국군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는데, 프랑스 기사단은 수천 명이 전사한 반면 영국군은 3명만 사망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기본적으로 양국 간 전력 편재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 우선 프랑스는 국왕에 충성을 바치는 귀족 출신의 중무장한 기사단이 전투에 나섰는데, 문제는 이들의 갑옷이 너무 무거웠다는 점이다. 당시 갑옷의 무게는 대략 60kg을 초과했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선 갑옷을 두껍게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영국은 주로 자영농(yeoman)으로 구성된 병력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영국은 참전한 자영농들에게 넉넉한 급료와 면세 혜택, 약간의 토지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러자 그들은 프랑스를 이기기 위해 '장궁'을 개발했다. 이 '장궁'은 기존의 석궁보다 위력이 강하면서도 연사하는 데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육중한 갑옷을 입은 채로 전장에 나선 프랑스 기사단은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으며 칼마저 빼내어 휘두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영국 궁사들은 장궁을 활용해 그러한 프랑스 기사단을 손쉽게 공략했다.
한마디로 영국 자영농의 자기이익(self-interest)이 방어에 집착한 프랑스 기사단을 이긴 셈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소유에 눈을 뜨면 어떻게든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즉, 이것이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영국의 사례가 엘리자베스 1세 집권기에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백성들이 납부한 대로 세금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정부 재정은 당연히 충분치 않게 되었지만, 백성들 입장에서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에스파냐가 무적함대(Armada)를 이끌고 영국을 공격했을 때, 여왕은 백성들에게 '함선을 만들 돈이 없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백성들은 '여왕을 돕고, 나라를 구하자'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요청에 응했다. 만일 영국이 에스파냐에 항복한다면, 자신들이 모은 부와 자산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바탕으로 여왕은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일종의 '거래'를 했다. 이 '거래'로 인해 드레이크와 해적들은 에스파냐를 물리친다면 영국의 해상 무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은 마침내 에스파냐에 대승을 거뒀다. 이것이 바로 칼레 해전(1588년)이었다.
이처럼 영국은 소유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함으로써 강대국 에스파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었다. 당시 영국 백성들과 드레이크를 비롯한 해적들에게는 싸워서 이겨야 할 이유, 즉 자기이익 보호라는 목표가 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이 전쟁의 승리를 계기로 영국은 훗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은 어떻게 효율적인 정부와 자유·소유를 지닌 구성원들의 관계가 형성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승리와 번영을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탐구해봐야 하며, 개인의 자유와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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