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경제대공황이라고 하면 1929년 10월 29일에 있었던 미국의 주가 대폭락을 떠올린다. 실제 각종 매체에서 경제대공황을 그런 식으로 소개한다.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 또한 세계사나 경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포함한 부연설명이 다소 부족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설’로 받아들였다.
사실 당시의 경제 사정은 앞서 언급한 만큼 그렇게까지 매우 안 좋은 건 아니었다. 다우지수와 소비지표는 1930년 초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에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재임 1929∼1933년)는 1930년 5월 공황 종료를 선언한 바 있었다.
하지만 한 달 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이하 스무트-홀리 법)'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경제 역사학자인 존 스틸 고든(John Steels Gordon)은 경제대공황이 1929년 10월 29일 주가 대폭락 때문이 아닌 1930년 6월 17일 '스무트-홀리 법' 제정 후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스무트-홀리 법'은 대체 무슨 법이었을까?
'스무트-홀리 법'은 농산물 관세를 크게 인상하여 농민들을 보호하겠다던 후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리드 스무트(Reed Smoot)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Willis C. Hawley) 하원의원이 마련한 법안이었다. 이 법은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동조하여 압도적인 찬성으로 상하 양원을 통과하였다.
이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은 후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청원했고,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설자로 유명한 헨리 포드(Henry Ford)는 아예 백악관을 직접 방문하여 만류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후버 대통령의 멘토 중 한 명이었던 토머스 라몬트(Thomas lamont) JP모건 회장도 대통령 앞에서 애처롭게 사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버 대통령은 끝내 2만 여 개 품목의 관세율을 평균 59%, 최고 400%로 인상해버렸다. 법이 시행되자 미국의 수입액은 1929년 44억 달러에서 1933년 15억 달러로 큰 폭으로 감소하긴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을 포함한 20여 개국들도 미국산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수출액도 기존 52억 달러에서 21억 달러로 대폭 줄어들고 말았다. 특히 면화나 담배 등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여 혜택을 받아야 할 농민들이 오히려 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게다가 7.8%였던 실업률이 25.1%까지 치솟았으며 전 세계의 교역량은 1/3로 축소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물론 다른 주변국들까지 혼란을 겪고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세계 경제는 영국 파운드와 프랑스 프랑, 미국 달러로 분할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요컨대 경제대공황의 주요 원인은 주가 대폭락보다는 자유 무역의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 제정된 '스무트-홀리 법'에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례는 오늘날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언제든지 유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더 심각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도권은 이와 같은 사례를 잘 인지함으로써 다시는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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